피아노는 그 수명이 40~60년이지만 관리에 따라 백년 이상 사용할 수도 있는 악기다. 피아노는 그 구조가 철, 목재, 양모로 되어 있고, 800여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마모나 변화가 많으며, 온도 및 습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피아노는 한 음 당 1~3개의 현으로 되어 있으며 현 1개당 약 80Kg의 장력으로 전체 20톤이나 되는 현의 장력으로 인해 피아노를 치지 않는 상태에서도 6개월 경과 시 음의 1/4 가량 변화가 오고 1년 이상 조율을 하지 않으면 반음 이상 내려가므로 연주자의 음감에 혼란이 생기며 음 높이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되기 때문에 조율은 필수다.

피아노 조율 통해 ‘소리의 빛깔’ 구현

▲ 정재봉 대표

정재봉 갤러리피아노 대표는 국내 최고의 피아노 조율사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음악인이자 독일 국가공인 피아노와 쳄발로 제작자 자격증을 보유한 정 대표는 대학교 3학년부터 거의 독학으로 배워온 피아노 조율이 자신의 길이라 확신하고 독일 유학길에 올라 독일의 예술적 감각을 더한 선진 기술을 배우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거듭해왔다. 독일 쾰른국림음대에서 무보수로 일할 정도로 피아노 기술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그는 타고난 감각을 바탕으로 6개월 만에 실력을 인정받아 정식직원으로 채용되었고 이후 11년간 쾰른국림음대의 피아노 조율 및 수리를 담당했다. 또한 독일 함부르크 스타인웨이사의 특별연수와 뉴욕 스타인웨이사의 기술자 세미나 등을 거쳐 독일 국가 피아노, 쳄발로 제작, 수리, 조율자격증을 획득하며 피아노 조율사로서의 전문성을 쌓았다. 귀국 후에는 우리나라 피아노 기술 향상 도모와 ‘소리의 빛깔 구현’이라는 꿈을 위해 세계 최고 명품 악기이기도 한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 피아노의 복원, 수리를 위해 매진해왔다.

1997년 예술의전당 전속조율사를 시작으로 금호아트홀, 서울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굵직한 연주홀의 전속 조율사로 활동하며 명성을 얻은 정 대표는 국내 주요 연주자들과 서울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금호아트홀, 레코딩스튜디오 등 여러 중요한 곳의 피아노 소리를 직접 책임지고 있는 한국 클래식 공연계의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이에 김정규 서울대학교 피아노과 명예교수는 “정재봉, 그는 나의 사랑하는 피아노를 자랑스럽게 만들어주는 도사이며, 피아노라는 악기의 음이 신이 내린 가장 아름다운 소리임을 알게 만들어주는 예술가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 대표가 이끌고 있는 갤러리피아노는 국내 최고의 기술자들이 포진해있는 곳으로, 영창, 삼익은 물론 Steinway&Sons, Boesendorfer, Bechstein, Schimmel, KAWAI, YAMAHA 등 연주가들이 열망하는 피아노가 고유의 음색을 낼 수 있을 때까지 반복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음악인들 사이에서도 단연 ‘최고’로 통한다. 정재봉 대표는 “갤러리피아노의 기술력은 외국의 복원기술과 비교해도 뛰어나다”며 “최고의 소리는 연주자와의 대화를 통해 얻는 것이다. 연주자들이 원하는 바를 듣고 그것을 실제 현장에서 최우선으로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피아노 복원과 수리 기술 선도 위해 후학 양성
제대로 갖춰진 기술로 피아노 수리, 복원 분야의 발전과 한국 클래식 공연을 위해 힘쓰며, 좋은 피아노 보급을 위해 정재봉 대표는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피아노 구조론’을 강의하는 것 역시 연주가들이 피아노를 더욱 폭넓게 이해함으로써 연주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음악, 기술, 체험의 실용적인 개념으로 이뤄진 정 대표의 강의는 음악전공 학생이 아닌 타 전공과 학생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매학기 가장 먼저 마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백석예술대학 겸임교수를 역임한 바 있는 있는 정재봉 대표는 “조율사는 각 피아노가 갖는 특성들은 물론 피아니스트들이 생각하는 여러 가지 건반감각과 소리에 대한 생각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이 일이 수익성이 좋은 분야는 아니지만 기술과 생각이 잘 통하는 지금의 갤러리피아노 팀원들과 수리, 복원, 조율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가며 피아노 소리와 나아가서 한국의 음악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피아노 복원과 수리 기술 선도에 헌신하고 피아노 가치 재창출로 예술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정재봉 대표.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