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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제2차 고위급 접촉 끝내 무산
대화 재개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어
2014년 12월 04일 (목) 09:51:14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남북대화에 임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지난 11월8일 논평에서 “우리의 최고존엄을 건드리는 자들은 그가 누구이건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군대와 인민의 철석같은 의지이고 확고부동한 원칙적 입장”이라며 “남조선당국은 삐라살포 망동이 계속되는 한 우리와 마주앉아 대화할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조선은 “우리의 선의를 우롱하고 도전해 나서면서 모처럼 마련된 북남관계개선의 기회를 차던지고 겨레의 통일염원을 짓밟은 박근혜패당의 죄행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논평에서 “우리가 이미 명백히 밝힌 바와 같이 남조선당국이 우리의 최고존엄을 악랄하게 훼손하는 삐라살포망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은 언제가도 있을 수 없다”며 “남조선당국은 동족대결책동을 중단하기 전에는 우리와 마주앉아 대화할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탈북자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11월7일 오후 10시부터 20분간 파주시에서 북한 3대 세습을 비판 해는 내용이 담긴 대북전단 30만장을 북쪽으로 날려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北, 대북전단 문제와 관련, 연일 대남 비난
북한이 대북전단 문제와 관련해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재차 전가하면서 대남 비난을 이어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1월10일 ‘북남대결을 합리화하기 위한 파렴치한 궤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화 상대방의 최고 존엄을 악랄하게 훼손하는 삐라 살포 망동이 중단되지 않는 한 그 어떤 북남대화도 관계 개선도 있을 수 없다는 우리의 경고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어 “삐라 살포 문제는 단순히 제2차 북남 고위급 접촉과 관련된 문제이기 전에 우리의 최고 존엄과 관련된 중대문제”라며 “남조선 당국이 삐라 살포를 중단하라는 우리의 요구를 ‘부당한 전제조건’으로 헐뜯고 있는 것은 북남관계 파국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파렴치한 생억지”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을 '남조선 집권자'라고 지칭하며 "대통령 감투를 쓰기도 전인 2012년 10월 반공화국 삐라 살포에 앞장선 쓰레기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청와대에 들어간 다음에는 이자들과 함께 먹자판을 벌여놓고 격려해주는 추태를 부렸다"고 힐난했다. 신문은 또 ‘긴장격화를 부추기는 대결소동’이라는 글을 통해서는 최근 철거된 애기봉 철탑보다 더 높은 전망대 설치가 검토되고 있다는 우리측 언론보도를 거론하며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 글은 “남조선 당국은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야기시키는 위험천만한 애기봉 등탑 확장 놀음을 당장 걷어치워야 하며 더는 북남관계 개선에 역행하는 죄악을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한이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둘러싸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제2차 남북 고위급접촉 성사 가능성도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11월1일 오후 10시께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의 최고 존엄을 악랄하게 훼손하는 삐라살포 망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북남대화도, 북남관계 개선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대북전단 속에 ‘최고존엄’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겸 노동당 제1비서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고존엄을 비난하는 대북전단의 살포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 우리정부와 고위급접촉이란 명목으로 마주앉을 수는 없다는 게 북한당국의 현재 입장이다. 문제는 우리정부의 입장도 북한 못지않게 단호하다는 점이다. 북한이 최고존엄을 거론하듯이 우리정부는 국가 최고규범인 헌법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공권력으로 저지하는 행위 자체를 위헌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표현의 자유에 입각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 역시 “헌법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면서까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모든 것을 생각해야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하는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남북이 양보하기 힘든 가치인 최고존엄과 헌법을 각각 내세우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지난 10월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당시 황병서·최룡해·김양건과 청와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 사이에서 이뤄진 ‘10월말에서 11월초 사이 제2차 고위급접촉 개최’ 합의는 파기됐다.

앞으로 남북간 물밑협상을 통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지만 향후 일정을 살펴봐도 남북관계가 개선될만한 계기를 찾긴 어려워 보인다. 우리정부는 남북 고위급접촉보다는 지난 11월10~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한·미·중 관계와 동북아 정세를 감안할 때 이번 정상회의에선 북한 핵문제와 북한인권 문제 등이 거론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남북관계가 더 냉각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북한 역시 당분간 고위급접촉보다는 대(對) 유엔 외교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한국 등 세계 41개국이 유엔에 제출한 북한인권결의안에 김정은 등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한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앞장서서 제기해왔던 우리정부로선 고위급접촉을 성사시키기 위해 기존 입장을 바꿀 수도 없는 처지라 북한인권결의안을 다룰 유엔총회(12월 중순) 역시 고위급접촉을 어렵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올 연말까지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안에 고위급 재개 힘들 듯
남북이 10월 말~11월 초에 개최키로 합의했던 제2차 고위급 접촉이 끝내 무산됐다. 남북은 고위급 접촉을 위한 일정 협상 시한의 사실상 마지막 날인 11월7일까지 아무런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물론 판문점 통신 외에도 365일 24시간 가동하는 서해 군 통신선이 있다는 점은 양측이 주말 간 긴밀한 협의를 진행할 가능성을 남기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 10월15일의 비공개 군사 당국 접촉 추진 등 올들어 부쩍 서해 군통신선을 통한 입장 전달의 빈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양측이 이번 국면의 최대 안건인 대북 전단(삐라) 문제를 놓고 한발짝도 양보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하며 고위급 접촉을 사실상 무산시킨만큼 급격한 양측의 입장변화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 남은 양측의 내부 일정을 살펴봐도 좀처럼 대화 성사의 여지는 크지 않다. 지난 11월11일부터는 육·해·공군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우리 측의 대규모 군사훈련인 ‘호국훈련’이 진행되었으며 12월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12월 초 사망한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사망 1주년을 즈음해 우리 측 언론에서 쏟아질 관련 보도로 북한이 또 한 번 ‘최고존엄 모독’ 등의 비난을 가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남북이 올해 안에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우리 정부의 남북 고위급 접촉 포기의 배경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꼽고 있다. 남북은 지난 11월 초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논쟁을 벌였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방관한 우리 정부를 지적하며 대화를 거부했고, 우리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했다. 지난 11월1일 북한은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는 성명을 통해 ‘삐라살포 망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북남간 대화가 없을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는 지난 10월 31일 경기도 포천에서 살포한 100만장의 대북전단을 뜻하며,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방관 태도를 비판하고자 나온 성명이다. 이에 통일부는 11월2일 북한이 민간의 자율적 전단 살포를 우리 정부가 비호·지원한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삼아 고위급 접촉에 대한 전제조건을 계속 고집하면 대화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위급 접촉을 무산시킨 대북전단 살포 논란의 핵심 쟁점은 ‘양국의 국가원수 비난’이다.

지난 11월1일 조평통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모독하는 전단살포에 대해 반발하며 박근혜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공세를 펼쳤다. 조평통은 “남조선 삐라살포놀음의 주범은 괴뢰당국이며 그 배후주모자는 박근혜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에 북한의 대북전단 살포 저지 요구를 헌법상의 이유를 들며 논리적으로 대응하던 정부도 ‘박 대통령 비난’에 태도를 달리했다. ‘고위급 접촉 무산’을 선언한 것이다. 통일부가 고위급 접촉 무산을 선언함과 관련, 일각에서는 회담의 재접촉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남북간 공통적으로 대화의 대상이 될 동력이 많지 않은 점에서 회담을 재접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한국이 육·해·공군이 참가하는 호국훈련을 진행한 점도 대화 가능성을 희박하게 한다는 근거로 지적되고 있다. 다만 북한이 지난 11월7일부터 열린 ‘2014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 7년 만에 참가하며 스포츠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점은 주목이 되고 있다.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 참가는 북한이 남북 대화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이면 박근혜 정부 3년 차, 김정은 집권 4년 차에 접어드는 만큼 양측이 내년 초 이산가족 상봉 등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 관계자는 “고위급 접촉 무산을 선언했지만 북한이 대화를 제의하면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대화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새정치, 정부에 남북관계 정상화 위한 적극적 태도 주문
새정치민주연합은 11월10일 북한의 억류 미국인 석방과 관련해 “우리가 남북고위급 접촉을 삐라로 날릴 때 미국은 북과 접촉했다”고 정부를 비판하면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 태도를 주문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식으로 우리가 상황을 주도할 수 없다”며 “정부가 남북관계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중일관계가 화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이 외교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며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의체)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께 한·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분발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정세균 비대위원은 “북한은 미국인을 석방해서 대북전단 문제로 허송세월 보낸 우리에게 뒤통수를 쳤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뒤통수 맞은 셈”이라며 “총칼 없는 전쟁이라는 외교에서 매번 전쟁에 지는 정부를 믿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정 비대위원은 “미국 정부는 자국민 석방을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1년째 북에 억류 중인 김정욱씨 석방을 위해 우리 정부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스스로 데려올 능력이 없으면 미국에 기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전작권 내준 상황에서 자존심 더 내줬다고 뭐라 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비대위원은 “북은 억류 중인 우리 국민도 석방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다양한 채널로 석방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반드시 성사되길 바란다. 여사가 고령이지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노력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비대위원은 특히 “북한의 억류 미국인 석방과 중일 정상회담 합의, 북일 접촉은 우리 정부의 빈약한 외교역량을 되돌아보게 한다”며 “전작권 전환 무기 연기, 독도 시설 건설 취소 소동 등 우리 외교는 길을 잃었다. 우리 정부도 외교 전략을 국익 우선을 위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재근 비대위원은 “북한의 억류 미국인 석방은 충격적이다.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를 북한에 보낸 미국 정부가 보여준 외교적 의지이기 때문”이라며 “우리 정부는 대북특사에 누굴 보내고 있나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 비대위원은 “미국이 자국민을 구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대북전단 30만부를 보낸다고 한다. 탈북자 단체가 전단을 날리는데 정부는 막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탈북자 단체의 자유를 위해 대북관계라는 국익이 훼손되고 있다. 대북전단 오해를 풀고 대북특사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北, 남북 관계 속도 조절하며 북·미 관계 풀어가나
북한이 지난 10월21일 석방한 제프리 파울에 이어 10월8일(현지시간) 케네스 배와 매슈 토드 밀러 등 미국인 억류자 2명까지 추가 석방하면서 남북, 북·미 관계의 흐름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북한의 억류 미국인 석방 조치가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무산된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남북 관계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북·미 관계를 풀어 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11월10~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한·미·중 정상 간의 ‘2인 3각 회담’을 앞두고 미국인 억류 문제를 정리한 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사전에 완화하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이 특히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의 대북정책 특별대표 임명 등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라인업’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석방한 건 향후 북·미 접촉을 염두에 둔 걸림돌 제거의 수순으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이번 석방이 북·미 간 본격적인 대화 재개의 촉매제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한·미 외교가의 시각이다. 미국은 지난 11월7일 우리 측에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방북을 사전 통보했고,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화가 없다는 점을 확고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급’은 낮지만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성 김 특별대표를 내세우지 않은 건 대북 정책과 억류자 석방을 연계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 표시’로 분석된다. 외교 소식통은 “애초에 미국인 억류 카드를 쓴 북한에 대한 워싱턴의 적대감과 불신이 매우 큰 상황에서 이번 석방이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급진전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09년 8월 특사로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한 후 미국인 억류 여기자 2명과 귀환했을 때도 북·미 간 관계 진전이 전망됐지만 같은 해 11월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으로 남북 간 대청해전이 발생하는 등 경색 국면으로 회귀했었다. 한편 유엔 무대에서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 등에 억류 미국인 석방이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소식통은 “북한 인권문제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가 포함된 유엔 결의안 초안의 경우 이미 유럽연합(EU) 등 40여개국이 서명한 가운데 추진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인권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가능성이 커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희호 여사의 방북으로 남북관계 물꼬 트일까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근 ‘대북전단 살포’ 논쟁으로 인해 멀어진 남북관계도 회복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1월6일 통일부는 “어제 김대중평화센터에서 이희호 여사의 방북과 관련해 ‘북한 주민 접촉 신고’를 냈다”며 “요건에 부합해 신고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방북 신청이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향후 협의 경과를 지켜보면서 방북 신청이 접수되면 적절하게 검토해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 국민이 북한과 팩스·서신 등 간접적 방식의 의사 교환을 할 경우, 통일부로부터 ‘북한 주민 접촉 승인’을 받고 방북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대중평화센터 측은 11월 중 이희호 여사의 방북 신청을 완료함과 동시에, 방북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을 북한과 합의할 계획임을 전했다. 앞서 지난 10월28일 이 여사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모자보건 지원 사업’을 위한 방북 희망의 뜻을 전했다. 이날 박 대통령도 “여사님 편하실 때 기회를 보겠다”며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북한 당국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에 화환을 보냄과 더불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이 여사의 방북) 초청은 아직 유효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당국은 이 여사의 방북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여사의 방북이 추진되고 있는 점은 ‘남북관계 회복’과 관련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와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 논쟁 등을 통해 관계가 멀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여사는 남북 화해에 앞장 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념을 상징한다. 북한 역시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고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돈독한 관계’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이 이 여사 방북을 통해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여사의 방북이 현실화된다면, 김정은 노동당 제1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높다. 이 여사는 지난 2011년 12월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고, 차기 권력자였던 김정은을 만나 직접 위로한 바 있다. 이러한 전후를 감안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 여사를 직접 만나 접대할 것이란 가능성이 무게를 더하고 있다. 또 두 사람이 만나게 되면 남북관계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반면 이 여사의 방북을 통해 북한이 자신들의 주장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여사의 방북이 추진된다면 북한은 김정일 사망 3주기인 오는 12월17일을 배경으로 일정을 진행할 확률이 높다. 이 경우, 국내 안팎에서는 ‘남남갈등’이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향후 전반적인 남북관계 상황을 지켜보며 방북 확정 시, 이 여사 측과 내년 상반기 이후로 방북 시기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단 이 여사의 방북 가능성이 높다든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과연 이희호 여사의 방북으로 인해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가 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중 FTA 타결, 남북관계에 영향 미칠 듯
우리정부가 지난 11월10일 중국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하면서 향후 북중교역과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중 무역 관세가 대폭 인하되면서 한중간 교역은 한층 활성화되는 반면 북한과 중국간 교역에는 일부 타격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중FTA 협상 타결을 지켜보는 북한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중간 밀착 관계가 향후 북·중관계에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경남대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중FTA를 계기로 한중관계가 긴밀해지면 아무래도 중국의 정책 결정에 한국과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니까 북한 입장에선 북한으로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도 “중국이 북한과의 경제적 파트너 관계는 이미 포기했다”며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펼치는 중국에게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더 커졌기 때문에 북한 문제 해결 측면에서 중국이 한국 쪽의 입장을 많이 들어줄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경제적인 측면에선 이번 협상 타결은 북한에 경제회생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위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전망이다. 남북관계가 호전될 경우에는 북한에 경제적 이익을 주지만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북한에 오히려 손해를 끼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임을출 교수는 “남북관계가 좋으면 남북간 무관세와 함께 한중FTA로 인한 관세 인하 효과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다. 이를 통해 개성공단 제품을 중국에 수출할 때 관세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중간에는 일반관세가 적용되므로 한중FTA를 활용하면 남북경협에 의해 수출되는 제품에 대한 관세는 한국산 제품과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다만 남북관계 악화나 개성공단 중단 시에는 한중FTA는 북한에 오히려 독이 될 전망이다. 한중간 관세 인하로 우리 수출품의 가격이 하락하면 중국이 우리와 거래를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런 맥락에선 북중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 교수는 “남북간에 경쟁관계가 있는 농수산물 등 제품과 관련해서 중국측은 원가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한국쪽으로 거래선을 돌릴 수도 있다. 그러면 북중간 무역액이 감소될 수 있는 품목들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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