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연회장에 가 보면 멋진 얼음조각이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다. 몇 시간만 지나면 모두 녹아 없어지기 마련이지만 이런 자리에서 얼음조각은 연회장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정해철 회장은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제과대회 ‘99월드 파티세리 얼음조각부분에 한국대표로 참가하여 한국 얼음조각의 우수성을 알렸고, 최근 후배들이 좋은성적을 거두는 등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한껏 높아진 편이지만 얼음조각은 아직까지는 생소한 분야이기도 하다. 현재 이 분야를 대중화시키기 위해 정해철 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국얼음조각협회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 “얼음조각은 묘한 빛을 내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스스로 녹아 없어지면서 예술로 승화한다”고 말하는 정해철 회장

‘아이스카빙’이라 불리기도 하는 얼음조각의 기원은 신라 지증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라상을 올릴 때 음식에 띄우는 얼음을 조각하면서라니 그 역사가 무려 1천 년을 넘는다.
이후 50년대에는 주한 미군이 그들의 행사를 위해 얼음조각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그것을 어깨너머로 배워 현재까지 발전되어왔다.  하지만 몇 시간만 지나면 녹아버리는 이른바 ‘순간의 예술’이고 활동 영역이 한정돼 있는 탓에 역사에 비해 얼음조각가의 수는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얼음조각가는 1백여 명 정도. 하지만 최근에는 각종 축하연에 얼음조각이 빠질 수 없는 장식물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얼음조각가의 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순간의 예술, 그러기에 창작욕구 자극해
이러한 추세에 정해철 회장이 서 있다. “얼음조각은 묘한 빛을 내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스스로 녹아 없어지면서 예술로 승화한다”고 말하는 그는 얼음조각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그가 지금까지 만든 얼음 작품만도 수천 개에 달하며 그의 작품들은 국제 행사, 결혼식, 가족행사, 컨퍼런스, 각종 파티에서 선보였다. 2000년도 26개국 유럽 정상들이 모인 아셈 행사 때는 피사탑, 에펠탑, 개선문, 남대문 등 26개국의 상징물들을 얼음으로 조각해 큰 찬사를 받은 바 있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아트룸 실장 자리도 역임하고 있는 정 회장은“돌이나 나무가 아닌 얼음을 깎아 만드는 조각품은 짧은 시간에 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그는 석고, 나무, 돌  등의 소재와는 달리 시간이 흐르면 형태가 사라지는 ‘순간의 예술’이기 때문에 작품 제작 후엔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끊임없이 창작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에 ‘파괴가 곧 창조’라는 말처럼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분야라고 말한다.
처음 정 회장이 이 일을 시작한 1984년만 해도 우리나라에 얼음조각가는 10여 명에 불과했다. 정 회장은 어려운 형편에 진학을 포기하고 육영수 여사가 만든 ‘정수직업훈련원’에서 목공예 기술을 처음 배웠다. 후에 전문대학 공예과에 진학하였지만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졸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마음을 다잡고 일에 몰두하기도 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훈련원 선배의 소개로 당시 워커힐 호텔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 얼음조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본부 호텔로 인터컨티넨탈 호텔이 개관하면서 이곳에서 많은 국제행사 및 연회에서 독창적인 얼음조각 작품을 선보였다.

얼음조각 작품에 대한 홍보 절실
얼음이 녹으면서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이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면 수정구슬처럼 아름답다는 것이 정 회장의 설명이다. “얼음조각은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당연히 작업할 때에는 잡념없이 일에 빠질 수 있어 성취감도 높다.”  정 회장은  아직은 얼음조각의 예술성과 멋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면서 이 분야의 전문화와 대중화가 빨리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얼음조각 분야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인정해 주는 나라도 점차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없어 얼음조각 작품에 대한 홍보가 절실하다고 말하는 정 회장은 한국 얼음조각의 대중화와 문화 예술성을 알리기 위해 2007년 올림픽공원에서 공룡테마 얼음조각 작품 전시회를 주관하였다. 한국의 얼음조각가 대부분이 참여하여 1박2일간 밤을 새워 56,000kg정도의 얼음을 사용하여 작품을 완성하였고 야간 조명을 점등하면서 전시회를 오픈 하였을 때는 회원 모두가 할 수 있다는 자부심에 감격스러워 했다고 한다.  방송기자들의 촬영과 홍보로 많은 시민들과 어린이, 청소년들의 관람요구에 연장 전시까지 하였다. 성공적인 출발로 2008년에는 종로구청의 후원을 받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한국의 미와 새해의 울림’이라는 주제로 얼음조각 축제를 개최하여, 얼음으로 표현된 아름다운 한국의 미를 보고 외국인과 시민들이 찬사를 보냈고, 겨울문화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민과 어린이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2009년에는 ‘겨울속의 동화이야기’라는 주제로 다양한 동화 속의 이야기들을 얼음조각 작품으로 표현하였고,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을 겨울문화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 성공적인 전시회와 축제가 되었고, 서울의 겨울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회원들의 창작활동과 한국얼음조각을 한층 더 발전시켜 그 예술적 가치를 알리고 한국의 대표적인 축제로 떠올랐다. 정회장은 일본의 삿포로 국제 얼음조각축제나 중국의 빙등제 처럼 우리나라의 대표 문화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나름대로 꾸준히 개발해 둔 디자인만 1백여 종이 넘는다는 정 회장은 앞으로 많은 작품 활동으로 얼음조각을 대중들에게 보다 많이 알리고, 조각에 있어서 섬세한 디테일보다는 전체적인 선의 조화를 중시한다는 정해철 회장은 앞으로 일반인들에게 얼음조각에 대해 자세한 정보와 예술성을 알릴 수 있는 자신의 작품집을 펴내고 싶다는 바램도 아울러 전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