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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종교·양심적 병역 거부 무죄 선고
소수 배려하는 관용인가 국가 안보 방치인가
2018년 12월 04일 (화) 18:23:30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적 이유 또는 양심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 내렸다. 앞서 종교·양심적 병역 거부에 유죄를 선고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14년 3개월 만에 뒤집혔다.

장정미 기자 haiyap@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1월1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오씨의 종교적 신념이 병역의무라는 헌법적 법익보다 우선되는 가치라고 인정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상옥 대법관 등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현실적 변화가 없음에도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사회) 혼란을 초래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檢, 양심적 병역거부 재판 선고 연기 요청
검찰이 일선에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안에 대해 선고 연기를 요청하기로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대로 피고인이 정말로 그 기준에 부합해 병역을 거부하는 것인지 명확히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지난 11월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이 같은 방침을 정해 일선 지방검찰청에 하달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괄적으로 공소를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처리하라는 내용이다. 또 변론이 종결되고 선고만 남은 사건들에 대해서는 변론재개를 신청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의 이 같은 결정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 중 진정한 의미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와 단순 병역 거부자가 혼재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전국 법원에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 거부 재판은 약 1000여 건이다. 현재 대검은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최근 대법원 판결 내용과 그간 판례들을 중심으로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검증하는 기준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앞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 재판은 피고인이 소명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면 검사가 그 자료가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은 소명자료가 충분치 않으면 피고인 심문이나 증인 심문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11월1일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면서, 중단됐던 하급심 재판도 속속 재개되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2 형사부는 11월9일 오전 11시 반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장 모 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1년 7개월 만에 재개했다. 장 씨는 2016년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다리기 위해 지난해 4월 첫 공판 이후 재판을 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최근 대법원 판결과 장 씨 사건이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교회 재직 기록과 피고인 형들의 수감 기록 등을 12월 중순까지 제출하면, 이를 살펴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3차 공판은 내년 1월로 잡혔다. 서울남부지법 제2형사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안 모 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도 같은 날 재개했다. 안 씨는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검찰 측이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이날 첫 번째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사정만으로는 대법원에서 말하는 정당한 병역 기피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에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종교적 신념을 갖게 된 계기와 이를 어떻게 지켜왔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내년 1월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말했다. 안 씨에 대한 2차 공판은 내년 2월 중순쯤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대법원이 14년 만에 기존 판례를 뒤집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판결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여호와의 증인 가입문의가 쇄도하는 등 판결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반대하는 청원 글이 수백 건 올라오기도 했다.

또 맘카페를 중심으로도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용인의 한 맘카페에는 “두 달 전 입대한 큰아이 면회를 갔는데 피부는 새까맣고 살도 10㎏가량 빠졌더라”면서 “누구보다 착한 우리 아들이 비양심적이라 입대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여호와의 증인에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 글이 포털사이트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에 실제로 누리꾼들은 “지하철역 부근에 가면 여호와의 증인을 자주 모집한다”, “합법적으로 군대에 안 갈 수 있는 여호와의 증인에 가입하러 가자” 등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한편 지난 1945년부터 국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처벌받은 인원은 총 1만9천여 명으로, 이 가운데 99%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대법원의 무죄 판결 비판
자유한국당은 지난 11월2일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사기 저하’를 우려하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입증할 수 없는 양심이 헌법적 질서와 가치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에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심의 자유는 대단히 중요한 가치임은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를 규정하는 헌법가치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지에 대해선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면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질서와 가치질서의 근간이 흔들리고 국가 안보이익이 방치되는 마당에 나온 판결이라 우려스럽다”고 힐난했다. 이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의 마음은 어떤지와 현역병들의 사기저하 문제가 없는지 신중하게 짚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논평을 내고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다 비양심적인가? 이제 다 군대 못가겠다고 하면 나라는 누가 지키나?”라고 일침을 날렸다. 김 의원은 “이 정권은 어떻게 이렇게 국방력을 허무는 일만 골라가며 하는지 모르겠다”며 “북한군 복무기간은 남자 10년, 여자 7년이고, 이스라엘도 남녀 의무복무다. 우린 가고 싶은 사람만 간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원은 본래 사회를 뒤따라가며 청소해야 하는데 요샌 앞장서서 사회를 개조하려고 덤빈다. 법복 입은 좌파완장부대답다. 이들에게 법은 변혁의 도구일 뿐이다”라고 성토했다.

지난 11월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에 제동을 건 대법원 판결과 평양공동선언 비준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두고 일부 야당 의원들이 강하게 질타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대법원이 종교적 이유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것과 관련, “대체복무제 도입 법률도 완비가 안 된 상태에서 대법원이 내질러버리면 어떻게 되겠냐”며 “이제 무죄가 속출할 텐데 대체복무제 완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 할 건지 대법원이 책임지라”고 따졌다. 김 의원은 “(무죄판결로) 군대도 안 가고, 대체복무제가 도입된다 해도 소급이 되는지 안 되는지 논란이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기간도 넉넉하게 줘서 2019년 12월31일까지 입법적으로 (대체복무제를) 해결하라고 했으면 기다리든지 해야 할 것 아닌가. 코드인사로 대통령이 대법관들을 밀어붙일 때 알아봤다”고 질책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사람들에 대한 구제방안을 묻는 김 의원의 질문에 “내부적으로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대법원이 대한민국 전체를 흔들어버렸다”며 “구속된 사람들, 실형 산 사람들 형사보상 문제도 걸려 있다.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서 ‘해도해도 너무 무책임한 판결’이라고 평가한다. (앞으로) 일대 혼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당의 정갑윤 의원도 ‘여증코인(여호와의증인코인)’이란 신조어를 거론하며 “군대 가는 놈이 바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될 수 있는지 문의가 많다”며 대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정 의원은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인데 소수를 배려하는 관용도 좋지만 국가적인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고 판결을 내려야 했지 않았겠냐”면서 “이런 부분이 간과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헌정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선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개인)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에 대한 판결로 본다”며 “정당한 사유냐, 아니냐는 법원의 몫이다”라고 명확한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법조계, 대법원 무죄 판결에 환영
최근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선고한 무죄판결이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민주주의 정신을 반영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지난 11월2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법원의 판결은 공동체와 다를 수 있는 자유를 명시해놓았기 때문에 공동체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서 배제할 일이 아니라 같이 포용하고 국민으로서 함께 평등하게 살아가자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인권 선진국으로 한 걸음 내딛은 매우 중요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병역기피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 도입한 이스라엘, 대만, 독일 같은 예에서도 이 제도가 도입되고 나서 수십만 명이 신청하지 않았다”면서 “관리감독하면서 잘 해결해나가면 되는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법조계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 11월2일 대한변호사협회는 논평을 통해 “종교적 신념 등에 기초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통해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자유민주주의에서도 다수결 원칙 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도 중요한 가치인 점에서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환영한다”며 “정부는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맞게 사면 등을 통해 지난 유죄 판결로 인한 불이익 구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의무 회피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공정하게 심사하여 성실한 병역의무 이행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또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병역 의무에 상응하는 대체 복무를 통해 그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법 개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변협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실효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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