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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안 두고 계속되는 ‘갑론을박’
개혁안 수립까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아
2018년 12월 04일 (화) 18:17:32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지난 11월7일, 문재인 대통령은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이 보다 폭넓고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수정·보완하라”면서 재검토를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오늘 박능후 장관이 가져 온 안이 현재 국민들이 생각하는 연금 개혁 방향과 또 국민들이 생각하는 눈높이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계신다”며 “제 느낌으로는 단순히 재검토가 아니라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태희 기자 hth@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과 눈높이에 맞추라는 것이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연금개혁의 대원칙”이라고 밝혔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부분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냐는 질의에 대해 김 대변인은 “(국민연금 지급) 법적 보장은 아니다. (초안 가운데) 보험료율 인상 부분이 가장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생각하고 계신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정부안을 마련한 뒤 기자설명회, 국민공청회 등을 통해 구체적 내용을 국민들에게 설명한 후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운용방식의 ‘부과식 전환’ 요구 거세
국민연금의 개혁 방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기존 ‘적립식’으로 운용하던 것을 ‘부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심각한 만큼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이 전가될 수 있어 부과식 전환에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운용 방식은 크게 적립식과 부과식으로 나뉜다. 적립식은 모든 대상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거둬 적립금을 쌓아놓고, 이 적립금에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현행 국민연금 부과방식은 적립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반면 부과식은 적립금 없이 매년 지급할 연금액을 필요한 만큼 거두는 방식으로, 적립식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도입 이래 현재까지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적립하면 적립액과 기금운영 수익만큼 급여를 수령해 왔다. 이 같은 적립식은 낸 것보다 더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금은 소진될 수밖에 없다. 기금 고갈 우려가 있는 만큼 부과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의 기금 고갈 시기가 점점 앞당겨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 안팎에서는 부과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올해 정기국감에서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부과식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오 의원은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41년 1778조원에 이르렀다가 불과 16년 만인 2057년에 마이너스가 된다”며 “현재 청년세대가 국민연금을 수령할 시기가 되면 기금이 고갈되고 연금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부과식으로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부과방식을 부과식으로 전환하면 가장 큰 장점은 기금 고갈 우려에서 벗어난다는 점이다. 독일, 스웨덴 등 소위 ‘연금 선진국’이 부과식 운영을 고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유럽에서는 초기 적립 방식으로 쌓아오다가 일정 시점이 지나가면 기금 고갈 우려에 부과 방식으로 운영방식을 바꿨다. 청년 세대들도 그 다음 청년 세대들한테 연대를 통해서 부양을 받아가는, 소위 ‘세대간의 연대’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했다. 부과식 운영의 가장 큰 인구구조다. 부과식으로의 전환에는 ‘안정적 인구구조’라는 전제가 깔린다. 현재와 같은 저출산·고령화 추세에서는 보험료를 낼 근로자보다 연금을 받을 은퇴자가 많아 부과식 운영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부과식으로의 전환에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자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가 내놓은 제4차 재정계산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 제도가 현행 9%의 보험료율을 유지할 경우 적립 기금은 오는 2057년이면 고갈된다. 그때부터 부과 방식으로 보험료를 걷기 시작하면 2088년 보험료율은 28.8%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88년 보험료율 28.8%의 가정에는 합계출산율 1.24~1.38명의 전제가 깔려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05명인 것을 감안하면,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생애 평균 소득 50% 수준 보장에 무게 실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노후 공적연금으로 생애평균 소득의 50% 수준을 보장하는 국민연금 개편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연금 제도개편안(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이하 개편안)은 보험료를 올리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었다. 반면 지난 11월9일 임명된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은 적게, 노후소득 보장은 두텁게’라는 문 정부의 기조에 일조한 인물이다. 소득대체율 50%가 지론인 김 수석 발탁은 개편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확실한 가이드라인이라는 분석이다. 소득대체율은 생애 평균 소득 대비 노후 국민연금 수령액을 의미한다. 만약 소득대체율이 50%이고 40년 동안 보험료를 냈다면, 월평균 500만원을 버는 가입자는 노후 국민연금으로 250만원을 받는다. 문 대통령이 복지부에 개편안에 대한 전면적 수정을 요구한 것은 그동안 복지부가 제시한 검토안이 문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박 장관은 총 4개의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초연금을 현재 2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 말고는 모두 보험료 일시 인상을 전제하고 있다.

사실 복지부는 지난 10월에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방안 등을 청와대에 보고했지만, 이때도 청와대로부터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지 못했다. 심지어 보고했던 통합안이 언론에 보도되자 복지부는 “정부안이 아니다”라며 급히 해명했다. 당시 복지부가 보고한 통합안은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고, 국민연금 균등부분과 합친 후, 그 위에 많이 낼수록 많이 받는 소득비례 국민연금을 더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크게 가입자 모두 같은 금액을 받는 균등부분과 소득에 비례해 연금액이 올라가는 비례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통합안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 때 언급된 내용으로, 국민연금을 ‘선택적’으로 가입한 임의가입자가 줄이어 탈퇴하는 등 가입자의 반발이 심했다. 문 정부가 지난 정권에서 만졌던 방안, 특히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이 안을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이 복지부 개편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한 문 정부의 기조를 명확히 해 부정적 여론을 전환하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보험료 부담은 적고, 노후소득 보장은 두텁게
지난 11월9일 청와대는 기금 고갈보다 국민 노후 소득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김연명 수석을 임명하며 보험료 부담은 적고, 노후소득 보장은 두텁게 해야 한다는 문 정부의 기조를 다시금 각인시켰다.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은 연금분야 전문가다. 업계에서는 새로 임명된 김연명 신임 사회수석이 개혁안의 방향키를 쥐게 되면서 개혁안 추진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개혁안 수립까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우선 다수의 전문가들은 ‘덜 내고 더 받아야 한다’는 김 수석식 개혁안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실상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지난 8월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현행 보험료율을 기존 9%로 유지하고 소득 대체율을 50%로 높이면 적립기금이 당초 예상(2057년)보다 더 빠른 2054년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김 수석은 기금 고갈 시 국민연금의 지급방식을 현재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 전환하고, 부족한 부분은 세금은 충당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과는 맞지 않는 방안이란 지적이다. 더욱이 국민연금 지급방식을 부과식으로 전환할 경우 향후 보험료율은 30% 이상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향후 저출산 고령화 심화로 보험료를 낼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은 미래세대 부담을 키우는 촉매제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처럼 개혁안 취지에 대해 정부와 이해관계자들 간 이견차가 확대되면서 연금개혁 자체가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연명 신임 청화대 사회수석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소득대체율 50% 인상론’에 대해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면서 개혁안은 새 국면을 맞은 모양새다. 김 수석은 지난 11월13일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로 가게 되면 탄력적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야 한다”며 인상론 포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게다가 이 같은 발언은 실제 정책 추진 시 기존 주장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개혁안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는 평가다. 현재 시장의 초점은 복지부가 어떻게 새 개혁안을 마련할 것인지에 맞춰지고 있다. 복지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보험료율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보험료율 인상 없이 노후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기초연금 활용 방안을 조심스레 점치는 분위기다. 앞서 문 대통령이 복지부의 개편안 재검토 지시 당시 노후소득보장 강화에 초점을 맞추되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을 종합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어 기초연금과 연계한 소득대체율을 확대하는 방법을 이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이는 보험료는 올리지 않고 현재 월 25만원인 기초연금을 증액해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결과적으로도 보험료 인상 없이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퇴직연금 기여를 국민연금에 편입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정부가 새로운 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대학교수 시절 주장했던 퇴직연금 기여의 일부를 국민연금에 적립하는 안이 포함될지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이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한 상황에서 복지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다. 기존 정부안을 전면 수정하거나, 정부안 초안에 포함됐던 방안들에 대통령이 수긍할만한 새로운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김 수석이 국민연금 개편의 핵심 자리인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오면서 이 같은 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 수석이 주장하는 방안은 현재 8.3%인 퇴직연금 기여 중 3.0%포인트(p)를 국민연금으로 편입시켜 보험료율 인상을 대체하고, 소득대체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보험료 수입보다 지출이 커져 기금이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부터는 보험료율을 1~2%p 인상해 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방식이다. 복지부와 대통령이 강조해 온 다층적 연금구조 내실화와 같은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퇴직급여가 줄지만, 임금에서 떼이는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이 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한, 퇴직연금에 중간에 수령하거나 퇴직 후 수령하더라도 사업자금 등으로 소진돼 노후소득보장을 장담할 수 없는 반면 일부를 국민연금으로 편입할 경우 은퇴 후 수급액이 늘어나게 된다.

김 수석은 연금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춘 후에는 당해 보험료 수입으로 당해 연금을 지출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부과방식으로 완전 전환 후 보험료 부담이 급상승할 우려가 있지만, 독일처럼 지출의 일부를 재정으로 충당하는 방식도 활용 가능하다. 김 수석이 이같은 주장을 해온 이유는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에 편입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8년까지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비는 가입자 3%p, 사용자(고용주) 3%p, 퇴직금전환금 3%p로 총 9%를 맞췄다. 이후 1999년부터 부담비가 가입자 4.5%p, 사용자 4.5%p로 바뀌고 법에서도 퇴직금전환금이란 표현이 사라졌다. 당시 보험료 부담비 조정이 왜,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배경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실무적으로 개편안을 만드는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김 수석이 주장하는 방안을 정부안에 담을 지는 알 수 없다. 다층적 연금구조 내실화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지만 세대간 부담전가와 퇴직연금 활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으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지부가 국민연금 개편안 중간보고에서 기초연금을 현재 2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고, 국민연금 균등부분과 합친 후, 많이 낼수록 많이 받는 소득비례 국민연금을 더한다는 내용의 통합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안에 추가적인 다층적 연금구조 안이 담길 가능성은 열려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개편안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추후 정해지는 대로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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