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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고위급 회담 연기, 북한 비핵화 향방은
교착화된 북미관계서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 커져
2018년 12월 04일 (화) 18:14:40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11월7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북미 고위급회담이 전격 연기됐다. 이날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관리들과의 회담이 추후로 연기됐다”며 “양측의 일정이 허락할 때 다시 회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정미 기자 haiyap@

국무부의 발표는 중간선거 직후 심야시간대인 11월7일 0시쯤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11월8일 김 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함께 뉴욕을 방문할 것이라는 국무부 발표가 이뤄진 지 하루만이다. 국무부는 북미고위급 회담의 취소 사유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헤일리 美 대사 “북한이 준비 되어 있지 않아”
AFP통신은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당초 11월8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 고위급 회담을 연기한 것은 “북한이 준비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헤일리 대사는 유엔본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이 (회담을)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며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준비가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계속해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1월8일 국회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서 “북측으로부터 연기하자는 통보를 받았다고 미국이 우리에게 설명해줬다”면서 ‘서로 일정이 분주하니 연기하자’는 설명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CNN은 전일 미 당국 및 외교 소식통 등을 인용, “(북미 간 협상이) 누가 먼저 양보할 것인가를 놓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면서 “북한은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거부에 ‘정말 화가 나 있는’(really angry) 상태”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뉴욕 회담을 취소했다”며 “이로 인해 (북미 간의) 험난한 외교 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대도 작아지게 됐다”고 전하는 등 연기 배경을 둘러싼 각종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헤일리 대사는 아울러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재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2차 회담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북미고위급회담이 미국 국무부 발표로 연기된 것과 관련해 ‘과도한 해석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1월7일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을 만나 “과거에도 예정됐던 회담이 연기된 사례는 종종 있었기 때문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고 과도한 해석을 할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적 성격이 있는 회담으로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있었다. 따라서 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 연기가 결정되면서 잘 진행될 것으로 예측됐던 북미대화가 끊기고 북미관계와 비핵화 일정 역시 경색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연기로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고 미국 외교채널의 고위관리 역시 북미간 소통은 지속되고 있다고 확인했다”면서 “미국이 소통을 한다고 했으니 상황을 너무 격화시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짜를 잡는데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상황을 지켜보고, 미국은 계속 소통을 하겠다는 입장이므로 다시 스케줄이 잡히는 것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중간선거가 북미고위급회담의 연기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 개인적인 해석을 달수는 없다.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美, 北에 외교·경제적 압박기조 이어가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거부한다면 정권교체를 정책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 현지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고위 국방부 관리를 인용한 이 보도는 다만 미국은 현재로선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 같은 언급은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북한 요청으로 갑자기 연기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중간선거 뒤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관련해 “내년 초 언젠가”라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해 북핵 협상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월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워싱턴발(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의 한 고위관리는 11월8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북한 관련 토론회에서 미국이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완전한 비핵화’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 고위 관리는 ‘완전한 비핵화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며 사견(私見)을 전제로 ‘북한 정권교체는 미국의 현재 대북정책이 아니지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거부한다면 미국은 입장을 바꿔 북한 정권교체를 대북정책으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고위 관리는 미군 당국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특히 공해상에 이뤄지는 북한관련 불법 환적을 다국적 연합군과 단속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와 함께 100여개의 보병사단, 서울을 조준하고 있는 수천 개의 장사정포, 잠수함 등 북한의 재래식 무기 위협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올해 주요 한미 연합군사 훈련이 유예된 후 훈련취소에 따른 군사적 준비태세 약화 상황을 완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한 정상간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군사합의서에 따라 공동경비구역(JSA)이 비무장화되고 군사분계선 상공이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되는 등의 조치들은 남북한 간 신뢰 구축을 위한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유엔군사령부와 주한미군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전례 없는 외교·경제적 압박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펜스 부통령은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4개국 순방을 앞두고 지난 11월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지배가 아닌 협력을 추구한다’는 글에서 “우리(미국)의 결의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모든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대북) 제재를 포함한 압력을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은 11월11일부터 8일 간의 일정으로 일본과 싱가포르, 호주, 파푸아뉴기니를 잇달아 방문,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미·아세안(ASEAN)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그리고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펜스 부통령은 “안보는 번영의 토대”라며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핵 확산에서부터 극단주의, 테러리즘에 이르기까지 역내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향방 불투명
북미 대화가 교착국면에 빠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에 대한 향방도 함께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정 재조정이 어려울 경우 북미 대화가 장기전 양상을 띨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 고위급회담 일정이 다시 잡히면 단기적으로 회담 국면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달(11월)을 넘어간다면 북미 대화가 장기적으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북미 대화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9월 평양공동선언과 10월 고위급회담 합의대로 남북관계 관련 사업을 추진해가고 있지만,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 등의 일정이 계속 밀리는 등 잡음이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의 경우도 정부는 일단 평양선언 합의대로 추진을 준비한다는 입장이지만, 북미 대화가 현재처럼 교착상태를 유지할 경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1월5일 여야정상설협의체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과 관련해 “북미 간 협상 결과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남북은 그동안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일 때마다 남북 관계 진전을 통해 북미 관계를 이끌어 온 사례가 있다. 남북 정상은 지난 5월 비공개로 진행됐던 정상회담과 9월 평양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미 관계를 대화 트랙으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북미 대화 결과와는 별개로 남북이 합의한 대로 먼저 서울 답방을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의 방문 자체만으로도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미 대화가 진전이 안 된다면 김 위원장이 서울에 답방에서 얻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답방 추진이 어렵지 않느냐는 관측도 함께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북미 대화가 이미 장기전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두고 북미가 짧은 시간 안에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중간선거 다음 날인 11월7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확인했지만, “서두를 것이 없다”는 말을 7차례나 반복했다. 북한의 메시지 역시 주목할 만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에서 ‘우리 식대로 살아가자’는 구호와 함께 자력갱생 의지를 강조했다. 신문은 “민족자주, 민족자존의 정신력이 강한 우리 인민에게는 제국주의자들의 끈질긴 제재봉쇄책동도, 교활한 심리모략전도 절대로 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지난 11월10일 “미국이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면서 현상유지를 선호한다면 구태여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신보는 이날 김지영 편집국장 명의의 기사에서 “미국이 조선(북) 측의 우려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한다면 조미(북미)관계 개선의 진전이 수뇌분들이 다음번 상봉을 앞당길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조선신보는 지난 11월8일로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 회담의 연기에 대해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라고 언급했다. 한미가 고위급 회담의 연기가 북측의 사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조선신보는 그러면서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가장 합리적이며 공명정대한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의 관철을 전제로 삼는다면 조미 대화는 중단됨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이란 북한이 핵 문제 해결에 있어 꾸준히 제기해 온 것으로 미국이 주장한 ‘선(先) 비핵화, 후 보상’과 대비되는 입장이다. 신보의 이날 논조는 북미 고위급 회담의 연기가 미국 측의 대북 제재 완화 조치 수준에 대한 북측의 불만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에 힘을 싣게 한다. 신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조선 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미국이 취해야 할 행동조치에 대하여 잘 알게 됐을 것”이라며 “그런데 미국에서는 조선 측의 신경을 건드리는 곱지 못한 소리들이 계속 울려 나왔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등)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안보 우려가 해소되였다며 강조하는 성과는 모두 조선이 선제적으로 취한 조치에 의한 것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화답은 아직도 없다”라며 “조선은 미국 내의 사정을 고려하면서 공동성명 이행 과정에 별의별 일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을 테지만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고위급 회담이 판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평양에 제주산 귤 200톤 보내
지난 11월11일, 청와대는 우리 군 수송기가 제주산 귤을 싣고 제주공항을 출발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했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와 관련, “평양으로 보내는 귤은 9월 평양정상회담 때 북측이 송이버섯 2톤을 선물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남측이 답례하는 것”이라면서 “귤은 모두 200톤으로 10kg 들이 상자 2만개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천해성 통일부차관과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은 아침 8시발 군 수송기를 타고 평양으로 가서 북측에 답례선물을 인도했다. 200톤의 귤은 11월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하루에 두 번씩 모두 4차례로 나눠서 운반됐다. 한 차례 운반 때마다 수송기(C-130) 4대가 함께 움직였다. 한편 청와대가 우리 군(軍) 수송기를 통해 제주산 귤을 북한 평양으로 보낸 것을 두고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귤을 보낸 시기와 귤이라는 품목이 갖는 의미 등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귤을 매개로 교착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북미 사이를 전격 중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 촉진에도 나선 게 아니냐는 풀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송이버섯 가격을 시장평균가로 환산해 그와 일치하는 귤의 양을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이날 북한에 귤을 보낸 것은 시기 면에서 절묘하다는 평가다. 지난 11월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북미고위급회담이 갑작스럽게 연기된 직후라는 점에서다. 당초 청와대는 북미가 ‘8일 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가졌던 터다.

특히 청와대 안팎에선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긍정적 결과가 도출된다면 이는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고위급회담이 전격 연기되면서 북미 사이 갈등이 해소되거나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이 이뤄지기는 다소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귤이라는 품목 자체에 주목한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을 바라는 문 대통령의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한 북악산 등반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이뤄지면 제주 한라산에 함께 오르는 일정도 소화가 가능하다고 했었다. 아울러 일련의 상황에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의 이날 동반 북한행(行)에도 눈길이 쏠린다. 두 사람 모두 우리 대북정책의 핵심을 맡고 있고 천 차관의 경우, 앞서 두 차례 대북특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청와대는 다만 ‘대북 귤 선물’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송이를 보내왔을 때부터 내부적으로 답례품을 고민해왔고 이왕이면 북측이 맛보기 어려운 것 중에 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던 것”이라며 “지금 우리나라에서 귤이 막 나는 시점이고 그래서 귤 소비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점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천 차관과 서 비서관을 북한에 보낸 건 북한이 송이버섯을 보내왔을 때 부부장급을 보내와 격을 맞춘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 도로 현지 공동조사 추후 협의 이어질 듯
지난 11월12일 남북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도로공동연구조사단 2차 회의를 열고 동해선·경의선 도로 현지 공동 조사를 위한 협의를 가졌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 공동조사 일정을 비롯해 남북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연구조사 일정 등이 합의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추후 협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통일부는 이날 회의에서 남북 간 동해선·경의선 도로 현지조사 관련 조사구간, 방식 등을 중점적으로 협의했으며 추후 논의를 계속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밝혔다. 또 경의선 현지조사 관련 조사결과안을 상호 논의하고 추가 검토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남북은 향후 문서교환 방식으로 추가 논의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남북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북측지역 공동조사를 각각 10월 하순, 11월 초 실시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더딘 상황이다. 앞서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 계획이 유류 반입 등 제재 위반 가능성 등의 문제로 지연된 가운데 도로 공동조사도 제재의 한계로 논의가 더 진전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우리 측에서는 백승근 국토교통부 국장 등 5명이 대표로 참석했으며 북측은 김기철 국토환경보호성 부처장 등 8명이 참석했다. 남북은 앞서 지난 8월 도로 공도연구조사단 1차 회의를 열고 경의선 도로 현지 공동조사 일정을 논의한 뒤 일주일 간 개성~평양 간 공동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 가운데 북미 고위급회담이 전격 연기되면서 연내 목표로 추진 중인 남북 교류협력사업 이행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경제협력의 전제 조건이 북한 비핵화인 만큼, 북미 간 협상이 진전돼야 남북 간 사업도 원활히 추진될 수 있다. 정부는 미국 등 관계국과 협의해 남북이 합의한 사항들을 충실히 이행해 나간다는 입장이지만, 대북제재가 유효한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향후 추가 논의로 조사 일정이나 방법 등 구체적인 방안이 합의되더라도 북미 비핵화 협상 진도에 따라 이행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남북 공동조사가 대북제재 이슈에 발목이 잡히면서 남북이 현 상황에서 보다 진전된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남북이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GP(감시초소) 11개씩을 시범철수키로 한 가운데 군이 철거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11월12일, 육군은 시범철수 대상인 GP 11곳의 병력과 장비를 모두 철수하면서 시설물 철거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육군은 11월 말까지 GP 10곳에 대한 철거를 완료하고 당초 폭파 방식으로 철거 작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러나 비무장지대(DMZ) 환경 보존과 안전 등을 고려해 굴착기를 이용해 시설물을 파괴하기로 했다. 남북은 시설물 철거가 끝나면 이후 12월부터 GP 철수에 대한 상호검증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시범철수 하는 11곳 가운데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후 최초로 설치된 동해안GP는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해 보존하기로 했다. 북한도 중부전선에 위치한 1개 GP 시설물은 남기기로 했다. 육군은 군사합의 이행을 통한 한반도 평화구축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해 지난달 1일부터 비상설 테스크포스(TF)를 편성해 운용하고 있다.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감시초소 철수에 따른 미래 안보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육군은 전했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GP 철거 첫날 강원도 철원지역을 찾아 철거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군사합의 이행과제에 대한 현장 토의를 주관했다. 김 총장은 “GP의 불가역적 파괴는 남북간 우발적 충돌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가장 가시적이고 상징적인 조치”라며 “군은 남북간 군사합의를 성실히 이행해 정부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조치를 확고히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총장은 “GP철수 및 파괴에 따라 감시, 경계 등 군사대비태세에 공백이 없도록 보완대책을 철저히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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