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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예고하지 않았다…‘국가부도의 날’
2018년 12월 04일 (화) 16:52:27 신세영 기자 syshin@newsmaker.or.kr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실제 IMF 협상 당시, 비공개로 운영됐던 대책팀이 있었다는 기사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다. 우리에게 너무나 큰 사건이었지만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IMF 협상이 어떻게 진행됐고, 그게 어떤 의미였는지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 - <국가부도의 날> 각본의 엄성민 작가.

신세영 기자 syshin@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외환위기 당시 비공개로 운영되었던 대책팀이 있었다는 한 줄의 기사에서 시작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OECD 가입, 경제 선진국 반열, 아시아의 네 마리 용’ 등 온통 호황만을 알리는 지표 속 아무런 예고도 없이 대한민국에 들이닥친 경제 재난, 그 직전의 긴박했던 순간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일주일에 담아 재구성했다. 영화는 고용불안, 청년실업, 빈부격차 등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회 문제의 시발점이 된 1997년의 모습을 통해 2018년 현재에도 유효한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며 동시대적 공감대를 자극한다. 국가부도의 위기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을 연기한 김혜수는 “1997년은 고통스러웠던 현대사 가운데 현재 우리의 삶을 많이 바꿔놓은 분기점이 됐던 시기였던 것 같다. 지금 2018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영화에서 주는 메시지가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 유의미한 생각들을 관객들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위기에 베팅하는 금융맨 ‘윤정학’ 역으로 연기 변신을 꾀한 유아인은 “<국가부도의 날>은 한국영화에서 크게 다루지 않았던 경제 관련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충분히 알아볼만한, 우리가 복기해 볼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에게 크던 작던 일부분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촬영을 했다”고 밝혔다.

막을 것인가, 베팅할 것인가, 살아남을 것인가
<국가부도의 날>은 운명의 갈림길에 선 다양한 인물들을 IMF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생생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로 그려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 팀장 ‘한시현’은 모두가 대한민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이야기할 때 국가부도의 위기를 가장 먼저 예견하고 대책을 세운 인물이다. 보수적인 관료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에 맞서 강한 신념과 전문성으로 위기 대응에 앞장서는 그녀는 현 상황을 서둘러 국민에게 알리고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하지만 반대에 부딪혀 좌절을 거듭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소시민들의 편에 선 촌철살인의 대사,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위기를 막으려고 노력하는 한시현의 모습은 위기의 순간,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한편 위기를 통해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하는 ‘재정국 차관’(조우진)은 엘리트 중심적 사고와 판단으로 한시현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비밀리에 입국한 ‘IMF 총재’(뱅상 카셀)는 양보 없는 태도로 한국 정부를 옥죄며 극적인 긴장감을 형성한다. 대책팀의 논의와 협상이 긴박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각기 다른 방식으로 1997년을 살아가는 다채로운 인물의 이야기는 극을 한층 드라마틱하게 이끈다. 한시현과 마찬가지로 남들보다 빠르게 국가부도의 위기를 직감한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타인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삼는 인물이다. 잘 다니던 증권 회사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투자자들을 모아 역베팅에 나선 그는 경제 위기가 가속화될수록 투자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지만 자신의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무력한 정책과 현실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며 IMF 시대의 또 다른 단면을 담아낸다. 대한민국 경제는 문제없다는 정부의 호언을 굳게 믿었다가 부도를 맞게 되는 ‘갑수’(허준호)는 회사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던 이 시대의 가장, 평범한 소시민을 대변하며 안타까움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처럼 국가부도의 위기 속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움과 긴장감, 안타까움과 분노 등 거센 감정의 파고를 만든다.

최 감독 “모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이야기”
최국희 감독은 2016년 도박 볼링의 세계를 그린 영화 <스플릿>으로 장편 영화에 데뷔했다. 도박 볼링의 신선한 소재를 몰입감 있는 전개로 담아내며 판타지아 영화제에서 베스트 데뷔상을 수상하는 등 참신하고 탄탄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최 감독이 2018년 <국가부도의 날>을 새롭게 선보인다.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대한민국의 분기점이 됐던 1997년, 잊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사건인 IMF를 소재로 다룬 <국가부도의 날>은 각 분야 최고의 제작진의 노력을 통해 시대적 생생함에 스토리의 흡입력, 정서적 공감대를 더한 작품으로 완성됐다.

Q. 사상 최대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연출하게 된 계기는?
- 1997년은 한국 현대사에서 큰 변곡점이 되는 시기다. IMF에 대한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 IMF 세대로 그 시대에 대한 이야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997년 긴박했던 당시의 이야기와 그 순간을 격렬하게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들도 충분히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작업한 소감?
- 배우들과 현장에서 내내 감탄하면서 같이 즐겁게 작업했다. 평상시에 꼭 한번 작업을 해보고 싶었던, 정말 좋은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Q. 뱅상 카셀을 어떻게 캐스팅했는가?
- ‘IMF 총재’ 역은 분량이 많진 않지만 큰 존재감이 있어야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됐다. 무작정 뱅상 카셀의 에이전시를 두들겨보자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다행히 시나리오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같다. ‘IMF 총재’를 연기한다는 점,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 시나리오의 흥미로움으로 뱅상 카셀이 출연 결정을 했고, 그 과정에서 프랑스 문화원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Q. 1997년을 재현하는데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했던 부분은?
- 90년대는 오히려 멀지 않은 과거이기 때문에 영화적으로 구현하기에 굉장히 어려운 시대였다. 많은 한국의 건물들이 90년대에 지어졌기 때문에 정부 관사나 은행 같은 건물의 외형을 찾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그 안의 미묘한 디테일을 구현하는 것이 무척 중요했다. 예를 들면 형광등, LED 조명, 창틀 같은 디테일이 지금과 미묘하게 다르다. 내부 장면에서는 이런 디테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다. 외부 거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1997년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줄 수 있는 장치들, 예를 들면 박찬호 선수에 대한 신문 기사나 길거리의 <접속> 포스터 등 97년의 공기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Q. 한국은행 등 영화 속 공간의 구현 과정이 궁금하다.
- 한국은행 외부는 97년 당시 실제 한국은행 건물이었던 현 화폐 박물관 앞에서 촬영했다. 허가 받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은행하면 떠올리는 실제 장소에서 촬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외 종금사나 은행, 통화정책팀 사무실 내부는 현재는 비어 있는 동부지방법원 건물을 활용해 오픈 세트를 꾸몄다. 형광등이나 잿빛 벽면 등 은행이나 종금사 특유의 건물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지는 공간에 소품 및 디테일을 세팅해 보다 리얼한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Q. 특별히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
- 실제 역사에 기반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작은 소품 하나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컴퓨터 화면에 띄워야 하는 자료, 책상 위 문서 서류 등 카메라 앵글에 가려질 수도 있지만 배우의 연기에 따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걸 다 준비해야 했다. 내용도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일일이 팩트 체크를 해야 하는 전문 용어들이기 때문에 더 큰 공이 들었다. 특히 정학이 브리핑하다 엽서 꾸러미를 날리는 장면에 사용된 엽서는 소품 팀이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 것이다. 어떤 엽서가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라도 가짜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모든 스태프들이 굉장히 노력을 쏟았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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