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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맞는 우리의 자세
“버무립니다 김치를, 익어갑니다 온정이”
2018년 12월 04일 (화) 16:45:37 신세영 기자 syshin@newsmaker.or.kr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첫 눈이 온다’는 소설(小雪, 11월 22일)은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다. 바야흐로 김장철이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 집집마다 동네마다 김장 담그기를 서둘렀다. 김장은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양의 김치를 담가 나눠 먹는 오랜 풍습으로 ‘겨울의 반양식’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했다. 겨울의 첫 준비라 할 수 있는 김장은 우리의 정서가 담긴 고유문화로 인정받아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신세영 기자 syshin@

날씨가 추워질 때마다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김장이다. 15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동네사람들끼리 둘러 앉아 빨간 대야 안에 김치 속을 버무리고는 돼지수육을 삶아 김치와 함께 먹곤 했다. 겨울이 찬바람과 함께 추위를 알리면 우리네 어머니들은 겨울을 날 김장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집뿐만 아니다, 널따란 장소만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여 배추 다듬고, 절이고, 김치 속 넣고 바삐 움직인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러한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소규모 가구가 증가하고 생활방식이 변화하면서 김장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전처럼 수십 포기의 김치를 한꺼번에 담그는 ‘큰’ 김장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정성을 들여 직접 김장김치를 담그는 주부들도 많다.

‘김장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 공동으로 담그고 나누는 문호 김장
조선 후기 정약용 선생의 둘째 아들 정학유는 ‘농가월령가’에서 김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 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조기 김치 장아찌라. 독 옆에 중두리요 바탕이 항아리라. 양지에 움막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장다리 무 아람 한 말 수월찮게 간수하소.” 김장문화는 농가에서 달마다 해야 할 일을 적은 행사표, 즉 ‘월령(月令)’을 적은 자료인 농가월령가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 민족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김장이란 문자 체계인 '한글'이나 '태극기'와 비교될 정도로 중요하다고 여긴다. 한국의 ‘김장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가 2013년 12월 5일 오후(한국시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인류무형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으로 등재됐다. 24개 무형문화유산보호 정부간위원국들은 “김장문화가 한국인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이웃과의 김치 나눔을 통해 공동체 연대감을 높이고 나아가 공동체 간의 소통을 촉진함으로써 무형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한국인 특유의 ‘정’ 문화와 나눔 정신, 공동체에 의해 자발적으로 전승돼 왔다는 점도 등재 결정에 일조했다. 월동 준비를 위해 이웃과 함께 품앗이를 하고 불우 이웃을 위한 김장 담그기 행사에 수천 명이 참가하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는 현대사회에서 가족 간의 협력 및 결속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기회이기도 하다.

식탁 위 필수 김치, 언제부터 먹었을까?
우리나라에 김치가 첫 등장한 것은 삼국시대로 추정해볼 수 있다. 삼국 시대 식품에 대한 저서는 전해진 것이 없으나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았던 일본의 문헌을 통해 연구한 바에 의하면 삼국시대 초창기에 채소를 쌀가루와 소금에 절인 방식의 김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헌 상 김치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고려시대로, 순무를 재료로 무장아찌와 무소금절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춧가루를 활용한 매콤한 김치는 조선시대 중기에 들어서야 처음 등장했다. 조선시대 중엽 고추가 수입되며 지금의 매콤하고 칼칼한 김치가 전해지게 된 것이다. 소박한 끼니에서도 가장 화려한 잔칫상에서도 한국인의 식탁마다 빼놓지 않고 올라가는 것이 바로 김치다. 각 지역별 김치의 맛을 결정하는 것 중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기후다. 북쪽 지방의 경우에는 추운 날씨에 맞게 고춧가루를 적게 써 담백한 김치를 담그는 경우가 많은데, 평안도에는 양념을 매우 간단히 하고 소금과 육수를 사용해 단맛을 낸 가지김치, 영변김장김치 등이 있다. 남쪽에는 다소 높은 기온에서 오래 보관하기 위해 김치에 젓갈과 고춧가루를 많이 써 맵고 짠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경상도, 전라도 등지에서는 간이 세고 생선을 활용한 김치가, 충청도와 강원도 등지에서는 젓국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다양한 채소로 맛을 낸 가지김치, 채김치, 시금치김치 등이 있다.

한국의 대표음식, 영양만점 김치
김치는 영양 면에서 매우 우수하다. 주재료인 배추, 무, 열무, 갓, 고추, 파, 마늘, 생강 등에는 많은 양의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 A, C와 무기질, 섬유질이 함유돼 있어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다. 또 발효 과정을 거쳐 맛있게 익게 되면 비타민C가 많아지고 고추, 무청, 파, 갓, 열무 등의 녹황색 채소가 많이 섞이면 비타민A(카로틴)가 풍부해진다. 성인 1인 1회 분량의 배추, 열무 등의 김치를 (약 40~60g) 하루 3회 정도 섭취할 경우 비타민C는 약 배추김치 17~25mg, 열무김치 30~45mg으로 한국인 1일 권장량인 100mg의 1/3 정도를 김치로부터 섭취할 수 있게 된다. 김치가 발효되어 생기는 유산균은 발효과정에서 장내 유용 미생물의 증식에도 도움이 되며 변비와 대장암 예방에도 좋다. 김치에 들어가는 다양한 채소들은 열량이 적고 식이섬유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체중조절에 도움을 주고, 고추에는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이 있어 신진대사작용을 활발히 함으로서 지방을 연소시켜 체중조절을 돕는다. 마늘, 파 등 김치의 재료들에는 항산화 비타민과 항세균 성분이 풍부하여 노화를 억제하고, 암을 예방하며 면역을 증강시키는 효과가 있다. 김치에 들어있는 각종 채소의 식이섬유와 향신료, 유산균은 혈중에 있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서 각종 성인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과적이다. 잘 익은 김치는 뇌활성 아미노산인 가바(GABA)가 많이 들어있다. 가바(GABA)로 불리는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mma-Amino Butyric Acid)은 뇌기능 촉진, 집중력 향상, 정신안정, 혈압저하 등의 생리적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아미노산이다. 두뇌 활동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섭취해야 하는 가바의 양은 1일 50~100mg정도로 잘 숙성된 김치에는 100g당 20.4mg 가바가 포함돼 뇌 기능 촉진에 도움을 준다.

▲ 김장에 사용되는 각종 양념들

배추와 함께 먹으면 ‘득’이 되는 식품
배추는 겉장부터 속대까지 비타민 C가 풍부해 겨울철 주요한 비타민 공급원이 되며, 겨울철 감기 예방과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 배추에 들어있는 비타민 C는 가열하거나 소금에 절여도 파괴되지 않아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하기에 좋다. 뼈에 좋은 칼슘과 변비에 좋은 부드러운 섬유질도 함유돼 있고, 칼륨, 철, 카로틴도 풍부해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된다. 과식과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의 섭취가 늘어나는 연말연시에는 위에 부담되지 않는 배추나 제철 채소, 과일을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을 권한다. 이는 위에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건강에 좋은 영양분을 충분히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무는 맵고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배추는 달고 차가운 성질을 띠고 있어 함께 먹으면 서로를 보완해 더욱 영양이 풍부해진다. 무는 숙취를 해소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배추는 간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어 무와 배추를 같이 먹을 경우 간암 예방에 특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 제철 음식인 배추는 두부와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다. 배추의 비타민 C, 섬유소질과 두부의 식물성 단백질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장김치를 담글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돼지고기이다. 보쌈용 고기는 지방 함량이 낮으면서도 단백질이 풍부해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보양식이 될 수 있다.

김장철이 무서운 ‘주부 관절통’ 대처법
매년 김장철이 되면 김장 후 관절통증을 호소하는 주부가 부쩍 늘어난다. 평소엔 건강하더라도 추운 날씨에 갑자기 무리해서 근육을 쓰게 되면 부상을 입을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고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면 좋다. 김장을 할 때 주로 무리하게 되는 부위는 어깨, 무릎, 허리 등이다. 이중에서도 허리와 무릎은 가장 많이 부상을 입는 부위다. 오랫동안 쭈그리고 앉아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관절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특히 무릎을 90도 이상 꺾어 앉으면 관절엔 몸무게의 최대 7배나 되는 압력이 가해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식탁에 앉아서 김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렵다면 바닥에 앉되, 허리를 받칠 수 있는 좌식의자를 이용하고 다리를 쭉 펴고 일을 하는 것이 좋다. 김장재료를 담은 통을 보조의자나 식탁 등에 놓아 가슴 높이까지 올리고 최대한 몸에서 가까운 곳에 둬 허리나 무릎의 움직임을 줄이는 것도 탁월한 방법이다. 최소 30분마다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부상의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무를 썰고 배추에 양념을 바르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손목에도 무리가 간다. 김장하는 중간 중간에 손목 돌리기나 털기, 깍지 끼고 앞으로 뻗기 등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고 따뜻한 물에 손을 담가 5∼0분 정도 쥐었다 펴주기를 반복하면 좋다. 김치를 옮기는 과정은 최대의 고비다. 관절에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 무리하게 힘을 줘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면 허리를 크게 다치거나 디스크 등의 병을 얻을 수도 있다. 무거운 것은 같이 들되, 무릎을 이용해 일어나고 반드시 허리를 쭉 펴서 이동해야 한다. 김장이 끝난 후, 설거지를 할 때도 발아래 작은 박스를 놓고 한 쪽 다리씩 번갈아 가며 올려놓으면 한쪽 무릎으로 치우치는 무게를 분산시킬 수 있다. 이후에는 푹 쉬면서 찜질을 하면 좋다. 만약 관절 부위에 통증이 있고 붓고 열이 난다면 섭씨 6~7도 정도의 냉찜질이 효과적이고, 허리가 뻐근하고 묵직하다면 온찜질이 좋다. 온찜질은 최대 50도를 넘기지 않도록 한다.

▲ 김치에 속을 채우고 있는 분주한 손들

김장철 앞두고 배추 공급물량 20% 늘린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무 등 김장재료의 수급안정 대책이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배추 공급을 20% 늘리고, 비축된 고추 1900톤을 매주 400톤 수준으로 공급하는 등의 ‘김장채소 수급안정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배추와 무는 생산량이 다소 감소하겠으나 수급에 문제는 없으며, 고추는 비축물량 등을 고려할 때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늘은 생산량 증가로 가격 안정세를 예상하고 있다. 배추는 김장 수요가 적은 11월 상·중순 출하조절시설에 1000톤 수준을 가저장하고, 1000톤 상당을 수매비축해 탄력적으로 방출할 예정이다. 이후 김장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계약재배 물량 4만 4000톤을 활용해 공급량을 평년 대비 20% 확대해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무는 11월∼12월 출하량이 다소 많을 것으로 예상돼 단계적 수매비축과 계약재배 물량 1만 7000톤을 분산 출하해 적정 수준의 가격 형성을 유도한다. 이에 따라 11월에는 2000톤 수준의 물량을 우선 수매비축해 수급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방출하고, 12월에는 3000톤 내외를 추가 수매할 계획이다. 가격이 높은 고추는 정부 비축물량 1900톤을 매주 400톤 수준으로 방출하고, 마늘은 수급상황에 따라 농협 협동마케팅(2만 3000톤)과 정부 비축물량(4700톤) 등을 통해 공급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한다. 농식품부는 할인판매와 직거래 등을 확대하고, 소비자에게 알뜰구매 정보를 제공해 가계 부담을 줄인다. 전국 농협 판매장 2200여 개소(11월 8일∼12월 19일)와 온라인 쇼핑몰(농협몰, 11월 5일∼12월 16일)에서는 김장용 채소류를 패키지 형태로 시중가 보다 10∼20% 저렴하게 판매하고, 절임배추를 사전 예약하면 약 20%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 또, 소비자에게 주변 할인 판매장 등 유용한 정보를 수시 제공해 알뜰 소비도 돕는다. 한편, 김장채소 수급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관리하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으로 김장채소 수급안정대책반을 가동(11월 1일∼12월 20일)한다. 대책반은 품목별 공급상황과 가격 동향 등을 일일 점검하면서 장애요인에 대해 신속 대응할 방침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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