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조회사가 급속히 늘었다. 국내의 상조산업은 1980년대 초반 일본에서 넘어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는 집에서 장례를 치렀지만, 상조산업이 발전하면서 대학병원이나 단독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것이 일상화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최근 상조산업의 성장은 ‘고인을 위해 쓰는 물건은 좋은 것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이 왜곡된 상황을 만들어내 ‘좋은=비싼’ 등식의 고착화화로 이어졌다. 이에 일부 장례식장에서 원가 20만원도 안 되는 수의(壽衣)를 수백만 원에 팔거나 중국산 짝퉁을 국내산 명품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장례식장 이용료를 뻥튀기하기도 하고, 필요하지 않은 상품까지 유족에게 강매하는 등 각종 병폐가 생겨났다.

장례준비에 대한 안내 담은 지침서 출간

▲ 신성호

최근 <교회가 꼭 알아야 할 장례 지침서>가 화제다. 지구촌교회 신성호 장로가 출간한 이 책은 기독교인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장례준비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담아 축복 속에 건전한 장례식을 집행할 수 있도록 장례준비에 대한 안내를 담은 지침서다. 특히 임종에서부터 장례준비, 장지와 매장, 경제적 부담까지 포함한 장례문화의 여러 가지 사례를 총망라해 ‘장례문화의 총감(摠監)’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내용물이 다양하고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출간 이후 시판 50여 일 만에 재판을 펴냈을 정도로 사회나 직장 등에서 큰 관심을 모은 <교회가 꼭 알아야 할 장례 지침서>는 현재 전국 서점에서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지구촌교회의 신성호 장로는 “우리나라 장례문화는 특성상 많은 장례용품이 필요한데, 여기에 가격 거품이 더해져 한 번 장례를 치르는데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격 거품을 빼면 장례비용은 1천만 원 대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면서 “기독교 장례에 대한 연구와 관련한 서적들이 많지가 않아 교회에서 경조위원으로 봉사하면서 현장에서 보고 경험한 것들을 모아 정리해 온 것을 교회의 역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이번에 장례지침서를 출간하게 되었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40여 년 전부터 교회 경조팀에서 봉사하며 장례위원직을 역임하고 있는 신 장로는 지금까지 5천여 회에 걸쳐 장례식 현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교인들은 물론 전국 어디서나 상을 당해 언제라도 도움을 요청하면 신성호 장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또 하던 일도 잠시 접어두고 제일 먼저 장례식장으로 달려가 모든 장례 절차를 도와준다. 상주가 원한다면 임종 시부터 장례준비, 장례물품 구입, 장지와 매장, 마지막 하관예비까지 장례식 전 과정을 도우미 역할을 해주면서도 사례비는 일체 받지를 않는다. 교회 장례위원직은 자신의 ‘평생의 사명이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신 장로는 “주로 장례가 11월에서 5월 사이에 많은데, 여러 건이 몰리는 시기에는 하루 2시간 정도밖에 못 잔다. 수도권 장례식장에 시신을 염할 사람이 없으면 아는 장례지도사를 불러 직접 염을 도왔다”면서 “한국에서 평민이 장례식을 치르기 시작한 건 조선시대 성종 때다. 수의나 완장은 일제 강점기 때 들어온 일본문화의 잔재다. 화장(火葬)을 하면 비싼 수의 대신 평소 입던 옷을 권하고, 완장 대신 가슴리본만 달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올바른 장례문화 확립에 총력 기울여
상조업계 전반에 걸쳐있는 거품을 빼고 올바른 장례문화를 확립하고자 총력을 기울여온 신성호 장로. 신성호 장로는 “며칠씩 장례식장을 빌려 손님들에게 음식대접을 해야 하는 장례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선진국은 이렇게 음식을 대접하는 문화가 없으며,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장례식 없는 장례가 30~40%에 달한다”고 말한다. <준비된 장례의 축복>, <죽음에서 천국까지의 섬김>에 이어 <교회가 꼭 알아야 할 장례 지침서> 등 장례 관련 서적을 출간한 것 또한 올바른 장례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 8월부터는 교회나 기업, 단체 등의 신청을 받아 장례지도 교육을 위한 강연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신 장로는 “장례는 망자와 산 자가 이별하는 과정으로 망자가 본향으로 편안히 돌아갈 수 있도록 존엄하고 아름다운 행위로 승화시켜야 한다”면서 “여생을 힘닿는 대로 장례교육을 해서 많은 사람이 장례의 소중함을 깨닫고, 장례봉사에 참여하도록 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교회가 꼭 알아야 할 장례지침 세미나가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열리고 있으며 강의가 끝나면 다음 월요일에 현장견학(장의용품 공장)을 가고 있다. 기독교의 장례문화와 장례지침을 한국교회와 나누기 위한 특별교육이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