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감독이 조선시대에 야귀(夜鬼)가 창궐했다는 독특한 설정과 화려한 비주얼을 담은 <창궐>로 첫 사극에 도전한다. 2013년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로 데뷔해 따뜻한 감동과 웃음을 전했던 김 감독. 그는 지난해 특수부대 북한형사와 생계형 남한형사의 예측불허 팀플레이를 그린 <공조>를 통해 유쾌한 재미와 긴장감 넘치는 액션으로 781만 관객을 사로잡으며 흥행성까지 보장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세영 기자 syshin@

영화 <창궐>은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의 혈투를 그린다. 김성훈 감독은 조선시대에 창궐한 야귀라는 신선한 소재의 탄생에 대해 “조선시대와 야귀가 만나는 지점을 이질적이면서도 새로운 느낌으로 최대한 살리는 설정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창궐>은 제 71회 칸 국제영화제 마켓에서 단 2장의 스틸 이미지로 전 세계 바이어들의 관심을 모았다. 바이어들은 밤에만 활동하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라는 독창적인 크리쳐와 조선시대 배경의 신선한 만남, 화려하고 타격감 넘치는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점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듯 <창궐>은 한국 영화 최초로 아시아·?유럽 동시기 개봉 소식을 알렸다. 10월 25일 국내를 필두로 대만, 필리핀, 독일, 영국, 베트남, 미얀마,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태국, 호주,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 라오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까지 세계 4개 대륙, 19개국에서 동시기 개봉을 확정지었다. <창궐>의 주역들은 10월 30일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정킷을 진행한다. 현빈과 장동건, 김성훈 감독은 레드카펫, 무대인사 등을 통해 해외 팬들과 외신 취재진을 만나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세기의 대결, 현빈 VS 장동건
영화 <창궐>을 더욱 기대케 하는 요소는 바로 명품 배우 현빈과 장동건의 격돌이다. 그 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아온 두 배우의 첫 조우이기에 관객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는 것. 먼저, 다양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는 매력적인 배우 현빈은 <창궐>에서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을 맡아 2018년을 강타할 새로운 액션 히어로의 탄생을 알린다. 그는 독특한 장검을 활용한 액션을 비롯해 맨몸 액션, 와이어 액션까지 다채로운 액션을 통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현빈은 “이전에 시도한 액션과 많은 부분이 다르고,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실적 액션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공조>에 이어 김 감독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현빈은 “제가 만났던 모든 감독님들 중에 가장 에너지 넘치고 밝은 기운의 소유자다.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에게 항상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덧붙였다. 장동건이 <창궐>을 통해 사극으로 스크린에 컴백,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으로 분한다. 그는 ‘김자준’을 표면적이고 단편적인 악역에서 탈피한 입체적 캐릭터로 보여주기 위해 “내면의 어떤 마음을 표정이나 연기로 많이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믿고 있는 한 사람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단순한 선악을 넘어선 안타고니스트의 역할을 장동건 배우가 명확하게 표현해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며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신선한 소재 크리처, 디테일 잡았다
<창궐>은 야귀라는 독창적인 크리처의 탄생을 알린다. 밤에만 활동하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새로운 크리쳐 야귀는 사람의 살을 물고 피를 빨며 소리에 민감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 야귀에 물린 부위에 따라 변이되는 시간이 개개인마다 차이가 난다고 설정했다. 이러한 야귀의 비주얼은 특수분장과 CG 작업을 통해 완성됐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신장, 치아 상태까지 감안하는 것은 물론, 변이되는 과정에서의 피부 변화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안해야 했던 야귀의 작업을 위해서는 수많은 제작진의 노력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피대성 특수분장감독은 “야귀 배우 한 명 분장에만 두세 시간 가량 소요됐다. 사실적인 비주얼을 위해 처음엔 얼굴에 수포와 같은 피부 변화만을 줬고, 변이 되어감에 따라 인조 피부와 고르지 않은 인조 치아, 하얀색 렌즈 등을 사용했다. 밤 촬영이 많다 보니 화면에 잘 표현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전체적인 골격의 변형과 함께 핏줄 하나하나에 질감을 그려 넣었다”고 설명했다. 박의동 CG감독은 “골격과 핏줄의 뒤틀림이 발현되는 순간, 옷의 움직임 등 연기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들을 세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야귀를 더욱 생동감 넘치는 크리쳐로 완성하기 위해 움직임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야귀 액팅을 담당한 조한준 감독은 “안무 콘셉트 디자인에만 반년이 걸렸다. 야귀 배우들과 기초 동작, 응용 동작, 소리를 끌어내는 방법 등을 정말 많이 연습했다. 특히 내뱉는 호흡이 아닌 들이마시는 호흡을 사용해 더 무섭고 기괴한 소리를 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Q. 야귀라는 독특한 소재로 영화화한 계기는 무엇인지?
- 조선시대 전형성이 있는 크리처물을 해보고 싶었고 기존에 있는 것을 차용할 경우에 서양 문화 등에서 많이 익숙해져 있어서 보는 관객들이 믿기 힘들 것 같았다. 조선시대에 어울릴 수 있는 크리처로, 물론 그것도 외부에서 들어온 것이지만 더 변형해서 믿을 수 있을만한 크리처를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영화로 만들게 됐다.

Q. 할로윈 시즌에 큰 규모로 해외에서 동시 개봉하는 소감은?
- 외국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외국분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접하실지 개인적으로 기대도 하고 있다. 사실 덕분에 저희 극장 손익분기점도 380만 정도로 낮아졌다고 해서 더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창궐>의 액션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 전작 <공조>에서도 액션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창궐>은 시대상황과 무기와 야귀라는 특수한 상황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여기에 어울리는 액션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 고민했다. 기존에 봐왔던 기술적인 액션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 생존적인 무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액션 신마다 목적과 방향을 철저히 설정했고, 모든 신에 심혈을 기울였다. 조선시대 배경 안에서 인물들이 야귀를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실제감과 사실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야귀와의 전쟁에서 강력한 힘을 보여줄 ‘이청’은 장검을, 날카로운 조선의 검을 활용한 ‘박종사관’, 스님의 지팡이를 연상케 하는 창을 든 ‘대길’, 야귀를 상대로 근접전 보다 원거리에 능한 ‘덕희’는 활을 사용하면서 캐릭터별 설정을 활용했다.

Q. 배우 현빈 대사를 보면 나라나 지도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걸 지적하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대사나 장면을 연출했는지?
- 사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은 권력욕 있는, 나라를 바꾸고 싶어 하는 ‘김자준’이라는 인물이 처음의 본질과 다르게 자신의 욕망으로 변해가는 과정이었다. 또한 다른 축의 ‘이청’이라는 인물은 왕자로 자랐기 때문에 자기 삶을 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일을 겪어나가면서 변해가는 과정이 중요했고 마지막에 ‘이청’이라는 인물이 무엇을 느끼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렇다면 그 과정을 통해 ‘이청’이 무엇을 보았느냐라고 한다면 단 한 번도 피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려는 백성들을 보게 된 것이고, 미안함을 느끼고 자신이 해야 할 사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했다. 그것이 메시지라고 확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서사의 과정이 보시는 분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고 기대감이 있다.

Q. 특정 대사가 특정 시국, 특정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데 의도적이었는지 궁금하다.
- 결과적으로 영화는 직접적으로 뭔가를 표현하려는 매체가 아니기 때문에 뭔가 의도했다 기 보다는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장치로서 즐거운 의미로 사용한 것들은 있다. 그런 게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썼다고는 말씀 드리기 어렵다.

Q. 대사뿐만 아니라 영화 흐름, 특정 인물들이 뉴스에서 볼 수 있었던 인물, 사건을 연상케 했다. 구상 과정에 연관성이 아예 없다고 생각이 들진 않았는데….
- 영화를 만들어가면서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우리가 사는 시간하고 동 떨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영화라는 특정 매체가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에 대해서는 저 스스로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고, 사실 이 영화에 어울리는 마지막 이미지들은 기획 때부터 떠올렸던 이미지였다. 그 이미지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스스로 다짐했고 그걸 향해서 달려온 영화라고 말씀 드릴 수 있다. 그 과정 속에서 배우들 한 분 한 분이 대단한 노력을 하셨다. 그런 것들이 잘 모아질 수 있도록 메시지나 목적에 치우치지 않고 이 노력들이 모여서 관객들에게 재미로 다가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Q. 가장 마음에 든 눈빛 연기를 선보인 사람은 누구인지?
- 제 생각에는 절대 악이라고 표현하는 ‘김자준’이라는 인물은 자신의 의지가 확고하고 내가 악이라는 생각보다 스스로 선을 펼친다는 믿음이 중요한 인물이다. 그런 선함에서 온화한 눈빛 속 의지와 실행하는 과정을 담은 눈빛들이 중요했다. 사실 장동건 선배에게 이 역할을 부탁하고 삼고초려 했던 이유기도 하다. 현장에서 그 눈빛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명확한 눈빛이다. 또 조우진 씨가 눈이 큰 편이 아니고 특히나 슬픈 표정에서는 더 눈이 잘 안 보이는데도 그 속에서도 그렇게 슬픈 눈을 봤다. 스태프 역시 눈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저렇게 슬플까라고 했다. 마술 같은 눈빛이다.

Q. 영화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완벽히 어우러져 이질감 없이 믿을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액션이 있고 재미를 드릴 수 있는 오락 영화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실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열심히 만들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