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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가톨릭교회 성직자들 상습적으로 아동 성학대
6개 교구서 1940년대 이후 피해 아동만 1천명 넘어
2018년 10월 07일 (일) 02:44:36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미국 가톨릭교회 성직자들이 수십 년 동안 상습적으로 어린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해온 사실이 드러나 미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피해 아동이 1천 명이 넘는데 그동안 교회 지도부는 범죄를 조직적으로 숨기고 또 감춰왔다.

이종서 기자 jslee@

지난 8월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 학대 실태 보고서는 검찰이 소집한 대배심이 지난 2년간 조사한 내용으로 1천3백 쪽이 넘는다. 보고서는 1940년대 이후 6개 가톨릭 교구에서 벌어진 아동 성추행과 성폭행 사례를 종합했다. 가해 성직자만 300명, 피해 아동은 1천 명이 넘는다. 한 소년은 13살부터 2년간 신부에게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고 등에 상처를 입은 뒤 진통제를 과다 복용해 숨졌다. 또 다른 아동은 십자가 앞에서 신부들에게 둘러싸여 성추행을 당했다. 일부 신부들은 사진을 찍고 일종의 의식을 거친 증표로 금으로 된 목걸이를 피해 아동에게 건넸다. 아동 성 학대를 감추기 위한 가톨릭교회 내의 조직적인 은폐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조직적인 은폐의 결과로 가해자 대부분 이미 숨졌거나 공소시효가 지나서 법적 처벌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청, “성학대자들 및 방조자들에 책임 따를 것”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가톨릭 사제 300여명이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이틀 만에 바티칸 교황청이 입을 열었다.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그레그 버크 교황청 공보국장은 지난 8월16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에서 “펜실베이니아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드러난 끔찍한 범죄행위에 대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단 2개”라면서 “수치와 슬픔”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제들의 아동 성학대는) 범죄 행위이며,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밝혔다. 버크 대변인은 “이러한 행위는 생존자들의 존엄성과 신앙을 앗아간 신뢰의 배반”이라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해자들의 편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버크 국장은 가톨릭교회 내의 성범죄 조직적 은폐와 관련해 “교회는 과거로부터 엄격한 교훈을 깨우쳐야 한다”면서 “성학대자들과 이들의 성 학대를 방임한 자들에게는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CNN은 최근 호주와 중남미 등지에서 불거지고 있는 사제들의 성범죄 사실이 속속 드러나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점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 위기는 교황의 지위와 대처 능력에 결정적인 시험대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사제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결단력을 보이는 데 실패할 경우 세계의 ‘도덕적 증인’으로서의 교황의 능력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버크 국장은 “교황은 펜실베이니아주 대배심의 조사 결과에 중대한 심각성을 두고 있으며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학대를 명백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커트 마틴스 미국가톨릭대 교회법학과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교회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많은 발언을 하고 있다”면서 “성 학대처럼 심각한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교회 지도자들이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공개서한 통해 사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이 저지른 아동 성추행 또는 성폭력을 ‘잔혹한 행위’로 비판하고, 이 같은 만행을 은폐해온 교회의 과오를 인정하고 신도들에게 사과했다. 라스탐파 ‘바티칸 인사이더’,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지난 8월20일 전 세계 12억 명의 가톨릭 신도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에서 “오랫동안 무시당하고 침묵 당해온 피해자들의 비통한 고통”을 언급하면서 “수치와 회개로, 우리는 교회 공동체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적절한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았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너무나도 많은 사람에게 입힌 피해의 크기와 심각성을 깨닫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특히 “우리는 어린 신도들을 보살피지 않고, 그들을 버렸다”고 인정했다. 또 “과거에 (성적 피해자들에 대한) 대응이 태만이었다면, 오늘 날 우리는 가장 깊고 가장 도전적인 의미에서 단결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돌보아야 하는 임무를 가진 신성한 이들, 사제들이 자행한 잔혹성을 교회가 슬픔과 수치심으로 가지고 인정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자신의 죄와 다른 이들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도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피해자들의 깊은 상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성범죄를 저지른 사제는 물론 이를 은폐하는 고위 사제들에 대한 ‘무관용’을 강조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이 사제들의 미성년자들에 대한 성추행 또는 성폭행 문제에 잘못 대처해온 교회의 과오를 인정하고 전 세계 신도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서한을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은 서한에서 사제들이 누리는 권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사제들 스스로, 그리고 신도들이 키운 사제의 권위가 오늘날 우리가 비판하고 있는 많은 악들을 영구화하는 것을 돕고 있다. (사제의 성추행에) ‘노(no)’라고 말하는 게 ‘모든 사제 권위’에 대해 ‘노’라고 말하는 게 된다”고 교황은 질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서한이 교황청과 그 자신에 대한 신도 및 일반인들의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교황은 지난 2013년 즉위 이후 사제의 미성년 신도 성추행 또는 성폭행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뿌리뽑기에는 미진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아동성폭행 관련 교황청 기록 공개 요구 거세져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 성직자들의 아동 성폭력 관련 기록을 공개하라는 사회적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가톨릭교회 성직자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1000여 명의 아이들을 상습적인 성폭력을 했으며, 이를 가톨릭교회가 은폐해 왔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난 가운데 교황의 아일랜드 방문을 계기로 사제들의 아동 성폭행과 관련된 교황청의 기록을 공개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월24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일랜드 방문을 앞두고 전 세계 13억 명을 대표하는 가톨릭 지도자들이 속속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집결하고 있는 가운데, 교황청이 보유하고 있는 성직자들의 아동 성폭력 관련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블린에 본부를 둔 성폭력 피해 대책 시민운동 단체인 ‘원 인 포(One in Four)’ 대표인 매이브 루이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청이 전 세계 교구로부터 올라온 성직자들의 아동 성폭력 자료를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기경이나 대주교 등 성직자들의 아동 성폭력 범죄는 모두 교황청으로 보고토록 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만일 교황청이 이런 자료를 각국의 관련 당국에 공개를 한다면 우선 방대한 규모의 아동 보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한 어린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성직자들에 대한 기소도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어미드 마틴 더불린 대주교는 아일랜드의 성직자들에 의한 아동 성폭력 사례도 “어마어마한(immense)”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성폭력을 허용하거나 조장하는 구조를 영원히 허물어트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황의 이번 아일랜드 방문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가톨릭 교구 성직자들이 수십 년에 걸쳐 수천 명의 아동을 성 학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지 10여 일 만이다. 2016년 펜실베이니아 주 검찰총장이 소집한 대배심이 발표한 보고서는 1400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7세의 소녀가 성직자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는 등 끔찍한 성범죄 내용들이 담겨있다. 문제는 가톨릭 교회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점이다. 대배심은 “어린 소년과 소녀를 성폭행 성직자들은 수십 년 동안 대부분 보호받았다. 조사 보고서에 나온 일부는 승진까지 했다”고 밝혔다.

우얼 추기경, 교회 내 성학대 논란 이후 사임하나
지난 9월11일,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폭력 은폐 논란에 휩싸인 미국 워싱턴 교구 대주교 도널드 우얼 추기경이 본인의 사임과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사제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밝혔다. 교회 내 성학대 논란이 불거진 이후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성직자로서의 그의 자격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 사임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우얼 추기경은 편지에서 “이제 우리의 이슈는 고통받은 (성폭행) 생존자들을 새로운 수준으로 치유하고, 이 추문으로 상처받은 충실한 신도들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1988년부터 2006년까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교구에서 주교를 지낸 우얼 추기경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일어난 성직자들에 의한 아동 성학대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얼 추기경은 편지에서 8월말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상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결정이든 우리가 사랑하는 교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임은 명확하다”며 “3년 전인 2015년 11월12일 제출했던 사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로마로 가서 교황과 만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우얼 추기경은 2015년 추기경의 정년퇴임 나이인 75세가 되자 한 차례 사임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교황은 특별한 답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의 사임을 유보했다. 이번 우얼 추기경의 편지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은퇴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 듯하다. 워싱턴 교구 대변인은 “우얼 추기경의 편지가 공식적인 사임을 말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의 편지는 ‘새로운 시작’을 요청했다. 그는 사제들의 답변을 듣고 다음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우얼 추기경이 언제 로마에 갈 것인지, 또 최종 결과는 언제쯤 발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얼 추기경은 그의 후임이 발탁되기 전까지 몇 년 더 워싱턴 대주교 자리를 지킬 것으로 지금까지 예측돼 왔다. 성추문 논란이 일어나기 전 그의 후임으로 로버트 매켈로이 샌디에이고 주교, 그레고리 에이먼드 뉴올리언스 대주교, 피터 사틴 시애틀 대주교 등이 하마평에 오른 바 있으나 현재 후보자 명단에 누가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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