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우리의 삶에서 부풀린 감성의 터널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상상하고 변형하고 표현하고 가공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참으로 멋진 능력’이다. 문학은 지식의 뽐냄이 아니다. 삶의 가치의 기준을 얻고자 하는 참으로 의미있는 힘이다‘ 라고 말하는 박무웅 시인, 그가 「세종우수도서」에 연속 3회에 선정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박무웅 시인은 다섯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그 중에서 『지상의 붕새』(2015년 작가세계), 『공중국가』(2016년 시와표현), 『끼, 라는 날개』(2017년 시와표현) 3권이 선정된 것이다. 박무웅시인은 시 전문지 월간 〈시와표현〉 발행인 겸 편집인이다. 1995년 심상해변시인학교 백일장에서 차상을 수상하여 시전문지 월간 〈심상〉으로 등단했다. 그는 비록 늦게 출발했지만 앞선 선수들을 따라잡기 위해 열 배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각오로 모든 열정을 문학에 쏟아왔다.

사업가에서 문학인으로의 변신

▲ 박무웅 시인

박무웅 시인은 36년간 중소기업을 이끌어온 기업인이다. 우수 기업인으로 1992년 관악세무서 명예세무서장,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문학과는 먼 거리에서 살아왔지만 우연한 기회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문학의 길에 들었다고 한다. ‘참으로 이상한 일은 돈을 많이 벌고 있었는데 돈 버는 일보다 시를 읽고, 무엇인가를 상상하고, 쓰는 일이 더 좋아서 마침내 기업을 남에게 넘기게 되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요즘 나는 즐겁게 탈탈 털리고 있는 중이니까. 빈농의 아들에서, 기업체를 운영하던 ceo에서, 지금은 詩人으로, 詩전문잡지의 발행인으로 나름 즐겁게 살고 있는 것이다.

나의 번창은 다름 아닌 詩에서 촉발했으니 다시 詩와 관계된 일로 늙어가는 일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비록 나이는 점점 무거워지더라도 한때 꿈꾸었던 일들로 탈탈 털리고 있으니 행복한 일이 아닌가, 삶이 만족하니까’ 하며 환한 웃음을 터트린다. 그는 ‘문학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지난 시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사업가에서 문학인으로의 변신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박무웅 시인은 특유의 감각이 묻어 있는 시를 써 왔고, 희생을 담보하는 월간지를 발행하면서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자연이나 사물들은 오로지 ‘예상 밖’의 연결을 통해서면, 상상력에 의해서만 관습의 잠에서 깨어난다. 삶에서 상상은 최고의 덕목이다. 상상은 남들이 피워 놓은 모닥불이 아니라 내가 입김을 불고 매운 연기에 눈물을 흘리며 피우는 따뜻한 모닥불이다. 그것은 새로운 불씨다. 어둠속에서 더듬거리며 한발 한발 나아가는 모색이다. 생각하는 사람만이 자신을 옮길 수 있고 무엇인가로 변화할 수 있다. 그 새로운 행로는 무슨 지식이나 재물을 얻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가슴을 쩡 울리는 새로운 무엇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며 그 길로 향하는 마음과 의욕인 것이다.

문학은 사람을 바꾼다
문학은 자연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각의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다. 또한 박무웅시인은 ‘문학은 사람을 바꾼다’는 특유의 정신으로 모교인 금산 중 고등학교에서 매년 1회 “雲泉백일장, 詩와 음악이 흐르는 청운 콘서트”를 운영하고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문학적 소양을 길러주고 아름다운 정서를 함양하고, 문학적 감수성의 발휘를 통한 청소년의 건전한 가치관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2018년 9월 12일 제8회를 마쳤으며 수상한 작품들은 월간 〈시와표현〉 10월호에 거재한다고 한다.

‘시를 쓰는 일과 문학지를 발행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삶의 공간에서 상상력을 통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생각만해도 멋진 일’이라고 말한다. 좋은 글 한편은 깊은 감동으로 울려와 영혼을 맑게 해주고 승화시켜주는 큰 힘이며 독자에게 일생동안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문학은 우리의 새로운 감성이고 사고의 확장의 힘이다. 사물을 찌르고 건드리고 자극하는 푼크툼이다. 그런 것들을 통하여 새로운 세계의 짜릿한 기쁨과 슬픔을 만나는 것이다. 악보를 전혀 보지 않고 복잡하고 길고 긴 시간을 연주하는 것은 재능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무한한 연습의 위대한 성취다. 문학 역시 일상에서 항상 만나는 것이지만 무한한 연습을 경유하지 않고는 최고의 경지에 오르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생각해 보면 예상 밖의 한계가, 상상의 한계가, 연습의 한계가 우리 인생의 한계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의 시 한 편을 읽어보자. NM

비로소 꽃
그 꽃이 보이지 않는다/ 봉황천변,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흰 불꽃/ 나는 그 주인 없는 땅을 차지한/ 흰 꽃무리의 지주地主가 좋았다//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마음껏 꽃 세상을 만들어내던 개망초꽃/ 있어도 보이지 않고 보여도 다가오지 않던/ 그 꽃, 개망초꽃// 땅을 가리지 않는 그/ 백의白衣의 흔들림이 좋았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멈춤’을 생각하니/ 내가 가진 마음속 땅을 모두 내려놓으니// 거기 시간도 없고 경계도 없는 곳에/ 비로소/ 보이는 그 꽃// 내 안을 밝히는 그 꽃// 보여야 꽃이라지만/ 보아야 꽃이다                 
-2017년 8월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