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는 인간의 생활주변에서 주로 사용되는 재료, 의장(意匠), 기교 등에 의해서 미적 효과를 가진 도구와 기타 물품, 그 제작을 총칭한다. 직접적인 실용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회화, 조각과 구별된다.

윤담 기자 hyd@

과거의 공예는 응용예술 분야에 속하며 물품의 장식적 기능에 있다. 오늘날에도 전통공예가 존중되고 계속 발전되는 것은 지역적, 민족적 특징을 품고 정련된 아름다움의 정수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기나긴 인고의 시간 끝에 태어나는 꽃 ‘지화’
예로부터 황실에서는 임금님의 진짓상이나 다화상 등 궁중 예법에서 지화 등의 조화 장식을 주로 사용했다. 불교 전통지화는 부처님을 찬탄하는 지극한 정성이 만들어낸 공양물이며 장엄물이다. 전에 나타나듯 부처님께 꽃을 공양하는 데서부터 시작된 꽃 공양은 도량을 청결하고 향기롭게 한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인 영산재, 국가무형문화재인 동해안별신굿에서 볼 수 있는 지화는 불교의례와 무속의 굿에서 지화 장엄의 전통을 잘 간직한 대표적 예로, 의례 공간을 신성한 장소로 변환하고 죽음과 재생을 상징하는 주요 장엄구다.

▲ 석용 스님

한국전통지화연구보존회의 석용스님은 유네스코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장엄 전통지화부문 이수자다. 최근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63호 지화장 보유자 인정서를 받은 석용스님은 “불교의식에는 많은 꽃이 사용되는데 불가에서는 장엄을 위해 꽃을 꺾는 것도 살생이라 여겼기에 꽃 한 송이에 깃들어 있는 생명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생화 대신 지화를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지화는 의식 때 사용하고 다 태워버리기 때문에 남아 있는 자료가 거의 없어 옛 문헌이나 감로탱화에 남아 있는 것을 토대로 복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한다. 지화는 꽃이 귀했던 옛날 우리 선조들이 돌상과 혼례, 장례 등의 예식에 쓰였던 꽃들이다. 한지를 물들인 염료도 천연재료를 사용해 만들었다. 노란색은 양파와 치자로, 빨간색은 소목(蘇木), 보라색은 머루와 지초로 물들이는 등 우리 산천의 초목을 이용해 종이를 염색했다. 이같이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보통 30~40여 개의 작품을 완성하려면 6개월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화가 완성되기까지 옛 문헌과 사료에 기록된 전통기법을 재현해 내고자 작업준비, 재료 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최소 4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가량 걸리기도 한다. 인간문화재 범패 전승자인 故 권수근 스님으로부터 지화 제작 방법을 사사한 천태종 총무원장 춘광스님으로부터 지화를 사사한 석용스님은 이러한 제작 과정에 대해 “기나긴 인내의 시간을 보낸 후에 얻을 수 있는 지화는 만드는 과정이 곧 수행이다”며 “오랜 시간 인고의 기다림 끝에 피어나는 지화는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삼매에 드는 것과 같은 경지에 이르게 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지에 천연 염색을 입히고 숙성 과정을 거치며, 일일이 주름을 잡고, 꽃 모양을 재단하고, 대나무살을 준비해 꽃을 만드는 과정은 6개월 정도가 소요되기에 극도의 자기인내를 거쳐야 한 송이의 지화가 피어난다. 오랜 시간 동안 석용스님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지화는 철저한 고증으로 원형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속에 가치 있는 예술로 승화시키다
“전통한지로 만든 꽃 지화는 지금은 희귀한 예술품이 됐지만 1000년의 세월 동안 우리 민족 일상생활의 일부분이었다.” 지화는 불교의식뿐만 아니라 부처님을 장엄하는 꽃으로 사용되는 한편, 혼례, 상례, 궁궐 대소사에 쓰였으며, 관혼상제와 같은 우리의 전통의례와 삶 속에 늘 함께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 과정이 고되고 지루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전통지화의 제작 방법을 전수 받으려 하는 이들이 거의 없어 일각에서는 지화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석용스님이 전통 지화의 계승과 보존에 대해 가지는 책임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석용스님이 덴마크, 미국 등 국내외에 매년 전시회를 개최하는 한편 경기도 평택에 한국전통지화연구보존회 전통문화교육관에서 강좌를 진행하는 것 역시 전통 지화의 계승과 발전을 견인하고 세계 속에 가치 있는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함이다. 천태종 제주 문강사와 서귀포 해운사 주지를 역임하며 지역 포교에도 앞장서고 있는 석용스님은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이 알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중요하다”면서 “전통지화 장인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현실에서 우리 선조들의 아름다운 종이 꽃 문화와 불교의 전통을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을 거듭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