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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에 메가톤급 추가 관세 부가
미중 무역전쟁 전면전 양승으로 흐르나
2018년 08월 04일 (토) 03:19:24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미국이 중국에 메가톤급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미·중이 340억달러 규모의 관세 폭탄을 주고받은 지 나흘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다시 2,000억달러의 맞보복 관세를 꺼내 들며 숨 돌릴 틈 없이 강공을 퍼부었다.

이종서 기자 jslee@

미국이 지난 7월10일(이하 현지시간) 2000억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것은 사실상 중국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도 맞대응을 선포하고 나서 세계 1, 2위 경제대국 간 무역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美, 中에 2000억 달러 추가 관세 예고
미·중 양국은 지난 7월6일 서로 340억 달러에 해당하는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발효시키며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4일 만에 미국이 ‘2000억달러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면 그에 대해 또다시 보복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방침을 확인한 것이다. 중국이 다시 반격하면 미국은 사실상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관세폭탄을 투하할 태세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에 대한 ‘반격카드’로 보복 관세는 물론 미국 국채 매각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실물경제에 이어 글로벌 금융시장까지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은 갈수록 그 규모를 키워갈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 7월6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500억달러 중 340억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나머지 160억달러어치, 284개 품목에 대해서도 2주 이내 관세를 매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서 중국도 똑같은 규모로 미국산 농산물, 자동차 등 545개 품목에 25% 보복 관세를 매기며 맞대응에 들어갔다. 양국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160억달러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가 상호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미국이 이번에 발표한 20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에 발표된 ‘500억달러 관세’와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2000억 달러는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인 5055억 달러의 40%에 해당할 정도로 막대하며 품목도 다양하다. 이번에 발표된 6031개 품목은 석탄, 철강, 알루미늄, 화학, 첨단기술 제품에 더해 TV 부품, 냉장고, 기타 가전, 타이어, 가구와 목재상품, 야구 글러브, 카펫, 문, 자전거, 스키, 뷰티상품, 의류, 골프가방, 개·고양이 사료 등이 망라됐다. 또 하이테크 제조에 필요한 재료인 희토류도 포함됐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희토류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2000억 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중국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위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5일 “유보하고 있는 2000억달러어치가 있고, 또 3000억 달러어치가 있다”며 미국의 추가 관세 대상이 5000억달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발표한 500억달러 규모에다 이번에 2000억달러, 추가로 3000억달러 등 총 5500억달러에 ‘관세폭탄’이 매겨지면 이는 사실상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인 5055억달러를 뛰어넘는 수준이 된다.

사실상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에 대해 중국도 맞대응 방침을 세웠지만 앞으로 양국 간 무역전쟁은 지금과 달리 좀 더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으로선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규모 차이로 인해 보복 관세만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5055억달러에 달하는 반면, 수입액은 1299억달러에 불과해 중국 입장에서는 보복 관세 맞대응에선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중국은 관세 수단에 이어 비관세 장벽 등을 동원할 태세다. 여기서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 가능성이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미국 정부 부채의 약 8%에 해당한다.

中, 美에 비관세 반격 카드 고심
미국의 2000억달러 추가 관세 폭탄에 중국이 아직까지 구체적인 반격을 가하지 않는 가운데 위안화를 무기로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미국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 7월10일 1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위안화 약세는 달러화 강세 여파에 따른 것이지만 중국 정부가 수출 경쟁력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관세 폭탄에 관세로 보복이 불가능하게 된 중국이 비관세 반격 카드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유럽과 ‘반미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등 국제사회와의 연대에도 힘을 쏟는 모양새다. 미국 CNBC 방송은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무역전쟁에서 위안화를 무기로 사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위안화는 지난 2월과 5월 강세를 보이다 6월 중순 이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6월14일 이후에는 약 4%가 떨어졌다. 미국은 중국이 수출을 돕기 위해 환율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는 민감한 부분이다. 엑스안트 데이타의 옌스 노드빅 CEO는 “위안화 가치하락은 중국에게 완벽하게 괜찮다”며 “중국이 과거처럼 개입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은 조용한 지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대 위안화 6.70~6.80위안은 구간 상단이며, 무역전쟁의 충격으로 위안화는 2~4%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BK에셋의 보리스 쉴로스버그 외환 전략 매니징 디렉터는 “인민은행이 트럼프와 게임을 할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더 강하게 밀어 붙일수록 인민은행은 위안화를 더 낮춰 비용 부분을 재조정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낮은 통화로 일부 관세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며 “이는 매우 수동적이지만 공격적인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미 반격과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관세 조치가 유력하다고 중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의 무역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이 관리는 WSJ에서 “미국과 똑같이 관세로 보복할 수 없게 되면서 다른 방식의 대응법을 찾고 있다”면서 “미국기업의 인수합병 불허(또는 인허가 연기), 미국 제품에 대한 검역 강화 등 비관세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200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 추가 부과 계획을 밝힌 가운데 중국의 미국산 수입 액수가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동등한 관세 반격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은 기존에 미국이 관세 조치를 밝혔던 때와 달리 이번 2000억달러 관세 방침에는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은 일본, 프랑스, 필리핀, 그리고 가장 최근 한국과 갈등이 빚어졌을 때 정부를 대신해 노골적인 반감을 나타냈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서도 결사 항전을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떠들썩한 여론전 대신 유럽, 아시아 심지어 미국 내 반트럼프 세력을 결집해 반미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9일 독일을 방문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며, 자유무역체제를 구성할 다자간 규칙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22개 무역협상 초안에 서명하며 무역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반도체 및 전자부품 업계도 향후 파장 예의주시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퇴로 없는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및 전자부품 업계가 향후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관세부과 대상 품목에 메모리 반도체 모듈(부품집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12일 “미중 무역분쟁을 매우 우려스런 시각으로 주시하고 있다”며 “메모리 모듈이 최종 관세부과 확정 품목에 들 수 있어 중국 생산량을 국내로 돌리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모듈이 향후 미 청문회 등을 거쳐 관세 부과 품목으로 최종 확정되면 중국에서 생산한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관세가 인상돼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게 돼 반도체가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 가운데 미국으로 수출되는 양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중국 시장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이번 보복관세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통상협력팀장은 “현재 반도체 시장은 전체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태여서 단기적으로 수요가 확 줄진 않겠지만 전세계 전자제품의 40~50%가 중국에서 제조되고, 그 중 많은 양이 미국으로 수출된다”며 “통상전쟁이 장기화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IT제품이 줄어들면 그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하락해 시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관세 부과 품목에 애플이 중국에서 생산할 아이폰이 포함될지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산 PC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전자부품 업계도 우려가 크다. IT부품업계 관계자는 “전체 매출이 중화권에서 20%이상 발생하기 때문에 무역마찰이 지속되면 중국산 제품이 미국에서 덜 팔리게 돼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제동을 거는 내용의 동의안이 미국 상원에서 통과됐다. 법률안과 달리 구속력이 없는 일종의 의견서여서 실질적인 효과는 없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정책에 대한 상원의원들의 반대 의사가 분명히 드러난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 상원은 에너지·수도 예산 법률안에 대한 부속 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88표, 반대 11표로 가결 처리했다. 동의안은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결정하는 데 있어 의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의회가 제동을 걸겠다는 의의다. 그러나 동의안은 앞으로 에너지·수도 예산안을 놓고 상·하원이 합동 조율을 할 때 상원 협상팀에 참고할 것을 권고하는 수준의 조치여서 아무런 구속력은 없다. 즉, 협상에 나서는 상원의원들이 동의안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상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게다가 해당 예산안은 관세와 무역을 관장하는 상무부나 무역대표부(USTR)가 아닌 에너지부, 내무부, 보훈부의 예산을 다루고 있어, 동의안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다만 “동의안 표결에서 전체 상원의원 100명 중 88명이 찬성한 것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한 의회의 우려가 어느 정도인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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