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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간 치열한 공방 전개
2018년 07월 05일 (목) 11:09:45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지난 6월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금융위원회의 증권선물위원회가 개최됐다. 앞서 5월 세 차례 열렸던 감리위가 예선이었다면 증선위는 본선인 만큼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 간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다.

황태희 기자 hth@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은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 회사에서 관계 회사로 전환하면서 불거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2015년 회계연도에 1조9,000억원 규모의 흑자를 냈다. 9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가치 평가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에피스의 회계기준 바꿔
지난 2010년 5월, 경영 복귀 선언을 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5대 신사업’ 육성안을 내놨다. 태양광과 LED, 전기차 전지, 그리고 의료기기와 바이오 제약이었다. 이 분야에서 매출 50조원, 고용 4만5000명을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중 태양광과 LED는 중간에 사업을 접었고 자동차 전지와 의료기기, 바이오 제약만 남은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바이오 제약회사가 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다. 2011년 만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공장이고 2012년에 미국 바이오기업인 바이오젠과 합작해 만든 바이오에피스는 연구소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바이오 상장과 관련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고 미국과 유럽의 거대제약사 대표들을 만나 기술제휴를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85%, 합작사인 미국의 바이오젠이 15%의 지분을 투자하고, 이와 별도로 콜옵션, 즉 바이오젠이 나중에 에피스의 주식을 더 가져갈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 미국 바이오젠 입장에서 바이오에피스의 기업 가치가 올라갈 경우 지분을 더 갖고 싶은 욕심이 생길 수 있으니 이런 조건을 단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7월에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향서를 보내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였던 바이오에피스가 관계회사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2015년 12월에 미리 회계기준을 바꿨다. 바이오에피스는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법인에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문의하고, 자회사 때는 장부가격 3000억원으로 기업가치를 정하지만 관계회사일 때는 시장가격인 4조 8천억원으로 바뀐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가격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면서 4년 연속 적자를 내던 바이오로직스는 순이익 1조9천억 원의 흑자로 돌아서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바이오로직스 지분 46%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도 늘어나면서 2016년 11월 국내 상장과 삼성물산과의 합병 사후 합리화 등을 위해 분식회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분식회계 논란을 빚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18일 공시에서 전날 미국 바이오젠으로부터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서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바이오젠은 서신에서 “콜옵션 행사 기한인 6월 29일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므로 대상 주식 매매거래를 위한 준비에 착수하자”고 밝혔다.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분식회계 혐의가 아니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금감원이 추가로 제시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가 앞으로 감리위의 향방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한편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다국적제약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갖고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6.4%, 바이오젠이 5.4%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중 약 44.6%를 가져갈 수 있다. 콜옵션 행사기한인 6월 말 기준으로 바이오젠은 주당 5만원씩 투자원금으로 약 4613억원, 그간의 이자금액으로 250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야 한다.

증선위, 세 차례 회의거친 후 최종 결정할 듯
증선위는 지난 6월7일 오전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과 상임위원인 김학수 증선위원, 비상임위원인 조성욱 서울대 교수, 박재환 중앙대 교수, 이상복 서강대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오전 9시30분 다른 안건을 처리한 뒤 오전 10시부터 삼성바이오 관련 안건을 상정해 심의에 들어갔다. 금융위 안팎에선 금감원과 삼성바이오 간 입장이 첨예한 만큼 증선위가 2~3차례 열릴 것으로 본다. 역대 최대 규모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알려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도 세 차례의 증선위 회의를 거쳤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6월5일 “회의가 몇 번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 번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며 “듣고 말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선위 정례회의가 6월20일과 7월4일 잡혀 있지만, 이를 고려하면 증선위의 최종 결정은 7월 초에 내려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증선위가 결론을 도출하면서 표결보다는 합의(만장일치)에 무게를 둬왔던 것도 장기전에 무게가 실리는 요인이다. 증선위는 첫 회의부터 금감원 검사부서와 제재대상자가 함께 참석해 동등하게 진술하는 대심제를 적용한다. 감리위와 증선위에 모두 대심제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선위에서 핵심 쟁점은 역시 삼성바이오가 지난 2015년 회계처리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바꾼 게 적정했는지 여부다.

삼성바이오 측은 바이오에피스의 주주인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힘에 따라 자사의 지배력이 상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재무제표에서 제외하는 대신 관계회사로 전환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감원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작거나 없는 것을 알고도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를 변경해 의도적으로 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본다. 이를 토대로 금감원은 대표이사 해임권고, 대표 및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60억원 부과 등의 제재를 건의한 상태다. 여기에 최근 바이오젠이 6월 말까지 콜옵션 행사 의사를 재확인한 게 증선위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 가는 대목이다. 삼성바이오와 일부 회계학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의 추정이 현실화했다며 삼성바이오 측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주장하지만, 금감원과 참여연대 등에선 2015년 회계처리와는 무관한 상황이라고 반박한다. 일각에선 최근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후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두고 ‘바이오젠이 경영권 행사 의지가 없었던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앞선 감리위에서도 이를 두고 금감원과 삼성바이오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감리위원 8명 중 3명은 무혐의, 또 다른 3명은 고의성 위반, 다른 1명은 위반의 소지는 있으나 과실에 무게를 뒀다고 한다. 김학수 감리위원장은 의견 표명을 유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리위원 숫자만 놓고 보면 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할 여지가 크다. 그동안 관행을 보면 증선위는 분식회계 사건의 경우 감리위의 의견을 80% 이상 그대로 받아들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4월까지 감리위를 거쳐 증선위에 올라온 사건 308건 가운데 증선위가 감리위 의견을 수용한 것은 262건(85%)이었다. 그러나 회계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감리위와 달리 증선위는 여러 시각에서 사안을 보는 만큼 감리위 의견을 증선위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채 의원 자료를 보더라도 감리위에서 올라온 46건(15%)에선 제재 종류나 수위가 바뀌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이 “심의과정에서부터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민간위원 세 분의 전문성과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증선위 결정에 민간위원 3명(조성욱·박재환·이상복)의 영향력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증선위에서 고의에 의한 분식회계로 결론이 나면 금감원이 건의한 제재 수위가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과실이나 과실에 그친다면 검찰 고발은 피할 수도 있고 과징금이나 대표이사 해임권고 선에서 마무리될 여지가 있다.

국민연금, 제재수위에 따라 투자 입장 변할 듯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는 3차 감리위원회가 종료된 가운데 국민연금이 향후 제재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연금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8%(197만주)다. 제재수위가 결정되면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투자 입장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오는 7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이 갑질 논란을 빚으면서 국민연금의 태도는 강경해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 제고를 위해 주주권 행사를 제안한다”고 언급하면서 주주권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이 같은 분위기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측은 “투자대상 회사의 중장기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재무적·비재무적(환경, 사회, 지배구조) 위험 요인이 발생할 경우 이를 점검해 적극적 주주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취지”라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로 결론 날 경우 재무요소에 부정이 발생한 것이므로 기금운용 내부 절차에 따라 투자 방향에 대한 후속 조치들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어떤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제재수위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보유 비중이 높은 탓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제재가 확정된다 해도 당장 주식 비중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3위까지 올라설 정도로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데다 인덱스(지수)를 추종하는 자산운용 체계에서 갑자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투자 비중만 줄이면 시장과 괴리가 발생해 역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주식은 크게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운용과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액티브 운용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면서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통해 패시브 운용 측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들고 있다면 과징금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그대로 들고 가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과징금 결정이 내려지면 국민연금의 채권 투자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삼성바이오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이 회사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변경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무제표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이 나면 기업회계 정보의 신뢰성이 훼손되는 것”이라면서 “과거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분식회계로 입은 손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전례가 있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도 그런 국면으로 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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