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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7월 도입
이르면 올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2018년 07월 05일 (목) 11:08:35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국내 재계가 국민연금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이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 파문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공개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면서 차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종서 기자 jslee@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31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용역 보고서에 국민연금이 도입을 예고했던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용역을 진행한 연구진들은 ‘수탁자 책임활동(주주 활동) 이행’을 통해 국민연금이 앞으로 다양한 주주권행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관 투자자의 참여 촉발시키는 계기 될까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기업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하는 모범규준을 뜻한다. 대상은 국내 상장사 주식을 소유한 모든 기관투자자로 자산 소유자(연기금, 은행, 보험), 운용자(자산운용사, 신탁사) 및 수탁자책임 지원 서비스 제공자(의결권·투자 자문사) 등이 모두 포함된다. 기관투자자는 ▲수탁자 책임정책 ▲이해상충 방지 ▲의결권 정책 제정 및 공개 등 7가지 원칙에 따라 자체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마련하고 공시 사이트에 의결권 행사 결과를 공시(잠정)해야 한다. 다만 스튜디어드십 코드의 가입과 준수는 기관투자자가 자유롭게 정하는 연성규범(Soft Law)으로 원칙을 준수하든지 그렇지 않든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조직문화 및 제도개선 위원회’는 지난 4월18일 국민연금이 오는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상위기관인 복지부의 권고에 따라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최종안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하고 신임 CIO(기금운용본부장) 선임 등 실무절차를 매듭짓고 이르면 9월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는 약 37개 안팎으로 국내외 주요 운용사와 관계를 맺고 있다. 규정상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기관투자자가 위탁운용사를 통해 운용할 경우에도 위탁운용사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스튜어드십 코드가 운용사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적극적인 주주 관여 활동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증시 상장 기업에도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외국 주요 공적 연기금과 비교 시, 일본과 한국 연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4.01~5.42%로 0.25~1.6% 정도인 캐나다, 미국, 네덜란드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 같은 높은 주식투자 비중으로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9.90%, 현대차 8.02% 등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2대 주주로 포진해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주주가치가 본격 강화되며 국내 증시의 글로벌 증시 대비 저평가가 해소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저평가 받던 가장 큰 이유로 주주친화정책 부족을 꼽는다. 2016년 ISS의 국내 104개 기업에 대한 평가 결과 주주권익 보호 부재 등의 이유로 5.38등급(1~10등급)을 받았다. 미국 다우존스 지수에 포함된 30개 주요 기업과 영국FTSE 100에 포함된 기업들의 평균은 각 3.97등급, 3.59등급이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기업들의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용어”라며 “외국인들의 국내 기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내는 원인 중 하나로 기업지배구조가 손꼽힌다”고 말했다. 이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많이 관여할 분야는 배당 확대,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 등으로 예상된다”며 “상장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국내 증시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이지만 단기간에 코스피가 레벨업할 수 있다는 과도한 기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얽혀 발생한 것”이라며 “할인율이 얼마나 낮아지느냐 등 양적 부분은 측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뿐만 아니라 GDP 등 펀더멘털도 뒷받침돼야 진정한 의미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구 센터장은 “GDP 성장률이 이머징국가보다 낮다”며 “특히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큰 편인데 외국인의 장기 투자처로 더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한국기업의 실적 안정성이 높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 위해 독립성 확보 필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독립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데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국민연금이 재벌 대기업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재벌 대기업의 불투명한 경영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국민연금 주주활동으로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액주주 운동을 이끌었던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이 기업의 잘못된 판단을 지적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 의원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투자 기업의 잘못된 판단에 의견을 제시하면 일시적으로는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튜어드 코드 도입이 자본시장의 전횡을 견제하고 기업의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만들 것이라는 ‘만능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왜곡된 스튜어드십 코드와 국민연금의 진로>에서 “투자자들의 압력에 따라 배당 등 ‘주주환원’이 늘어나면서 단기적으로 기업 주가가 높아진 사례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주가가 높아졌다든지 이익이 증가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 추진자들은 자본시장 일반규제인 5%룰 예외까지 적용해주면서 국민연금의 적극적 경영 관여를 촉구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의 강력한 대주주로 올라선 상황에서 경영 관여는 자유시장주의를 해치고 연금사회주의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있어 국민연금의 독립성, 전문성, 신뢰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공적 성격을 갖는 기관투자자는 정부의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것은 진정한 주주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는 다른 연기금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연금의 역할이나 위상은 훨씬 더 커지기 때문에 독립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남근 실행위원은 전문성 확보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 궁극적으로 사회적 이익을 위한 주주활동인 만큼 소비자단체, 재벌 총수 감시 시민단체 등의 참여로 위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앞서 국민연금이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뼈아픈 지적도 제기됐다. 2015년 국민연금이 외압을 받아 손실을 감수하고 삼성합병에 찬성표를 던진데 대한 시장과 국민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연구용역에 참여한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적극적인 주주활동은 역효과만 날 수 있다”며 “면담 등 낮은 수준의 주주활동을 통해 신뢰를 쌓으며 주주활동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 공적 연기금 적용되는 ‘5%룰’ 완화 검토
금융위원회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공적 연기금에 적용되는 ‘5%룰’ 완화 방안을 검토한다. 5%룰은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갖고 있는 기관투자자가 경영참여를 하면 지분 1% 이상 사고팔 때 영업일 5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이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스튜어드 코드를 도입하면 경영참여를 해도 지금처럼 약식보고를 허용하는 5%룰 배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6월7일 금융위는 ‘5%룰’과 관련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공적 연기금은 주식 보유목적과 관계없이 약식보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지분 변동이 발생할 경우 5일 이내에 보유목적과 변동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또 보유목적이 ‘경영 참여’인 경우 ‘단순 투자’일 때보다 주식 보유상황을 더욱 상세하게 공시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그간 ‘5%룰’로 인해 기관투자자의 주식 투자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는 더욱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는 7월로 예정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시기와도 연관 지을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세부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는 자율지침이다. 이를 통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는 주주활동에 적극 나서게 되며 고객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탁자 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앞서 금융위는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법령집을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가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해도 일부 주주활동은 ‘경영 참여’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예를 들어 구체적인 주주권 행사지침을 공시하고 주주권을 행사하는 경우 ‘5%룰’을 풀어줄 수도 있다”며 “공시 시기, 방법에 대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10%룰’에 대해서는 기존의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10%룰’은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전환할 경우 적용된다. 해당 투자자는 6개월 이내에 발생한 단기 매매차익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 이는 내부자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 가운데 하나다. 금융위는 “‘10%룰’ 특례 확대는 해당 제도와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를 고려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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