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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넘어서 그리움에 머무는 깃털이 되다
2018년 06월 08일 (금) 14:52:41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지난 4월 인사동 인사아트스페이스에서 강호석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 <잉태된 그리움> 전이 열렸다. 태아를 보호하는 양수 같은 공간 속에 달, 항아리, 풍경(風磬) 같은 소재들을 그려 넣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그리움’을 이끌어냈다. 작품을 통해 인간은 누군가의 그리움에서 태어나 누군가의 그리움으로 살다가 누군가의 그리움으로 사라진다는 자명한 사실을 떠올려주는 듯했다.
 
신선영 기자 ssy@
 
깊이 있는 그리움
   
▲ 강호석 작가.
강호석 작가의 작품은 검다. 이것이 그의 내면이라면 강호석 작가는 자기 내면에 똬리를 틀고 있는 어둠을 그려낸 것이다. 어쩌면 이 어둠의 수위를 높이기 위해 옻칠 작가로 전향했는지도 모른다. 홍익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산업공예 가구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돌연 옻칠을 배우겠다며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3년간 더 공부한 것이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손대현 옻칠장에게 옻칠을, 유은옥 교수에게 침금을 사사한 뒤 10년을 옻칠에만 매진했으니 기술적인 숙련도는 이미 우위를 점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적 숙련은 바로 ‘인내심’이다.
 
옻칠은 제작 과정이 많기도 하거니와 절차가 까다로워서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그만두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한다. 한 부분만 건너뛰어도 한 부분만 잘못돼도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모든 과정에 인내심이 수반되는데 강호석 작가는 그 인내심의 강도를 누구보다 크게 느끼고 있었다. 쉽게 설명해서 합판에 삼베를 싸고 토회를 바른 뒤 초칠, 중칠, 상칠 순으로 서너 번 올리는 게 일반적이라면 강호석 작가는 일곱 번까지 올려서 작품에 두께감과 깊이감을 더하고 있었다. 작품까지 크다보니 건칠은 3년, 옻칠화는 1년 정도로 긴 호흡을 내쉬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전시회를 열면 옻칠 애호가들은 물론이고 옻칠을 전공자들에게도 수많은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인내심이야말로 강호석 작가의 경쟁력이자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계속해서 거론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작업을 마치는 이 순간이 강호석 작가에게는 본격적인 작업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침금도라는 조각도로 표면을 깎아서 대상을 묘사하는 것인데, 특히 깃털 같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은 칼이 어긋나는 순간 그간의 작업이 물거품이 돼버리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구현한 대상들이 그의 옻칠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니 자신의 정신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잉태된 그리움, 900×900mm, 나무 위에 옻칠, 침금(沈金), 금분, 2017.
 
시각에서 지각으로
배경이 밀도가 높으면 대상도 깊이 있게 드러나는 법이다. 마치 그가 일곱 겹으로 쌓아 올린 감각의 층위만큼 내밀한 감각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소재인 깃털 작품일수록 그렇다. 침금도가 지나간 자리가 회색으로 나타나면서 배경색인 검은색과 조용하면서도 조심스러운 균형을 맞추게 되는데, 이때 모든 색깔을 흡수하는 검정색이 깃털을 잠식시키듯, 정박시키듯, 부상시키듯 한 이미지를 전해준다. 그래서 그리움이 깊은 사람이 그의 작품을 본다면 더욱더 깊은 공감으로 그리움의 잔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깃, 600×600mm, 나무 위에 옻칠, 침금(沈金), 금분, 안료, 2016.
 
이 깃털이 달을 머금고 있는 <깃> 작품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달을 올려다볼 때의 그러한 마음처럼 그리운 것에 대한 감각을 한 차원 성숙시켜주기 때문이다. 달빛을 머금은 깃털이 불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인 광배(光背)와 같은 빛을 받는 듯해서 이 작품에서는 그리움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그리움으로 치환되는 소재들 간의 형이상학적인 표현들이 그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언어다. 강호석 작가가 전시장에 이렇다 할 평론이나 작가 노트를 붙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림만으로도 전해지는 감명 같은 것이다.
 
   
▲ untitled, 200×300mm, 나무 위에 옻칠, 침금(沈金), 금분, 은분, 안료, 2018.
 
이는 시각에서 지각으로 이어지는 감각의 전이다. 이것을 보편적으로 이루기 위해 깃털, 달, 장독대, 풍경, 달팽이와 같은 이미지들을 알기 쉽게 그려 넣은 건지도 모른다. 언제 각인됐는지 모르지만 누가 봐도 그리움으로 치환되는 이미지들이 그리움의 실마리를 잡아준다. 그래서 그가 침금도로 이러한 대상들을 새기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박제되어 있는 감정들을 끄집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자기 자신으로 의인화한 달팽이처럼 느릴지언정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로 우리 앞에 다가오는 것이다.
 
   
▲ Sound of silence #2, 400×600mm, 나무 위에 옻칠, 침금(沈金), 금분, 안료, 2017.
 
강호석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동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산업공예 가구디자인을 전공했다.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옻칠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인 손대현 옻칠장에게 옻칠을 사사하고 유은옥 선생에게 침금기법을 사사했다. 두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익산시한국공예대전, 원주시한국옻칠대전, 전주전통공예전국대전, 대전시미술대전 등에서 다수 수상했다. 현재 대전시미술대전 초대작가, 전주전통공예대전 초대작가이자, 옻빛, 한국옻칠협회, 한국칠예가협회 회원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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