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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 시대, 과로 사회 탈출할까
7월 1일부터 제대로 일하고 제대로 쉰다
2018년 06월 05일 (화) 21:09:37 신세영 기자 syshin@newsmaker.or.kr

대한민국은 과로사회다. 근로자의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2016년 기준 2069시간이다. 불명예스럽게도 OECD 국가 중 멕시코와 함께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으며, OECD 평균인 1764시간보다 305시간 많다. 현장 곳곳에서는 업계를 막론하고 노동자의 비명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발표된 시간당 노동생산성 통계를 보면 한국은 22개국 중 17위다. 근로시간이 긴 노동환경이 노동생산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신세영 기자 syshin@

일찍이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는 ‘우리 손자들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글에서 ‘2030년에는 주 15시간만 일하게 되리라’는 장밋빛 예언을 내놓으며 ‘따분함 때문에 고민할 사람들’에 관한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미래에 대한 이들의 예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2018년 세계는 특히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은 암울하다.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하며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 소득은 늘어났고, 경제 규모도 커졌다. 뛰어난 IT 기술력이 편리한 생활환경을 선사하고, 각종 상품과 서비스가 이를 뒷받침한다. 예측이 어긋난 것은 사람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이, 더 오래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동을 덜어 주리라 예상했던 온갖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과노동의 시대’로 전락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월 28일 국회를 통과하며 장시간 근로 관행을 끊어내고 과로사회 탈출의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을 3월 20일 공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앞서 3월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노동시간 단축으로 국민의 삶이 달라지게 됐다”며 이를 반겼다. 문 대통령은 “과거 주 40시간 노동제를 시행할 때도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주 5일 근무의 정착이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 바 있다”며 “이번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과 일과 생활의 균형,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신규채용 기업 1인당 인건비 지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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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5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월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주 최대 52시간으로 하는 정책이 시행된다. 2004년 시작된 주 5일 근무제에 이어 대대적인 노동 환경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는 신규채용 인건비 지원금액이 월 최대 8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인상되며 지원기간도 최대 2년에서 3년까지로 확대한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신규 채용 노동자 1인당 인건비 지원금이 월 40만원에서 월 60만원으로 인상되고, 재직자 임금보전 지원 대상도 특례제외 업종까지 확대된다. 일자리 함께하기 지원금과 함께, 기업에게 신규채용에 따른 대상별 고용장려금도 70퍼센트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연계 지원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한다. 초과근로 감소에 따른 평균임금 저하로 퇴직급여액 감소가 예상되는 경우도 퇴직금 중산정산 사유로 인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5월 17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개최하고 7월 시행하는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노동자와 기업에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이번 대책은 중소기업 부담 완화와 조기단축 유도에 중점을 뒀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연계되도록 하고, 주요 업종별 현장 수요에 대응한 특화된 대책도 포함하고 있다.

먼저 노동시간 단축하고 기업 우대 지원
노동시간을 선제적으로 단축한 기업에 대해서는 공공조달 시 가점을 부여하고, 정책자금 등도 우선 지원한다. 또, 최대 50억원까지 설비투자비를 융자하는 일자리 함께하기 설비투자사업 대상으로 우선 선정하고, 제조업 공정혁신 등에 소요되는 자금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제조업 등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산재보험요율을 10% 경감해준다. 노동시간 조기단축 기업에게 외국인 노동자 신규배정 시 우대하고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지는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 등의 선정 시에도 우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장 핵심기술 체계화 사업이나 공정·품질 기술개발사업 참여기업 선정 시에도 근로시간 단축 중소기업을 우대 지원하는 혜택이 주어진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기업의 생산시스템 효율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공장 설비 구축, 전문 연구·기술인력 양성도 적극 지원한다. 근로시간 단축 등 근무혁신을 실천하는 기업에 행정적·재정적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도 지원의 일환이다. 문 대통령은 “OECD 최장 노동시간 속에서 집배원 과로사와 자살, 화물자동차 및 고속버스의 대형 교통사고 등 과로사회가 빚어낸 참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고용률이 70%를 넘는 국가 중에 연간 노동시간이 1800시간을 넘는 나라가 없다”고 강조했다.

구인난 완화 위해 인력 지원을 강화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는 기업에 대한 컨설팅 지원 규모도 기존 200개소에서 700개소로 확대하고 특례제외 업종을 중심으로 업종별 표준모델을 개발·보급한다. 브를 부여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확보된 시간을 역량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노동자가 필요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내일배움카드 발급 대상을 확대한다. 현재는 300인 미만 기업의 노동자에게만 발급되지만 300인 이상 기업을 다니는 일정소득 이하의 저소득 노동자에 대해서도 발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해 인력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운수·IT 등의 업종에 대한 직업훈련 과정도 확대해 운영된다. 노동시간을 단축한 사업장의 구인 수요는 별도로 중점 관리하여 일자리 매칭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2017년 기준 10인 이상 사업장 중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곳은 3.4%, 재량근로제는 4.1%에 지나지 않았다. 집중근로가 필요한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 근로시간제 등 도입 절차 활용 사례를 담은 유연근로시간 제도 활용 매뉴얼을 제작·배포해 홍보·안내할 계획이다.

특례제외업종 등에 대한 특화 지원·관리대책 시행
그간 특례제도 허용범위가 넓어 계절사업 등 일시적으로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산업에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활용이 필요하지 않아 제도 활용률은 3.4%에 그쳤다. 7월부터는 특례업종 26개 중 21개가 제외된다. 정부는 노선버스업, 건설업, 사회복지서비스업, 소프트웨어업, 콘텐츠방송, 하수처리업 등 특례 제외 업종을 중심으로 업종별 표준모델을 개발해 보급하는 데도 힘을 쏟기로 했다. 현재 2주 또는 3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계속 활용할 수 있고, 2주 단위로 시행할 경우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1주 최대 76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어 집중 근로가 필요한 사업장도 현행제도를 잘 활용하면 어려움이 감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례제외업종의 대부분은 50인 미만 기업들로 2021년 7월부터 주 52시간을 적용받을 수 있다. 따라서 남은 3년 동안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 컨설팅을 통한 일터혁신 등을 추진할 경우, 노동시간을 적절히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례에서 제외된 업종에 대해서는 소관부처를 중심으로 업종별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면서 업종별 수요에 대응하여 공사 계약금액 조정, 인력배치 가이드라인 마련, 맞춤형 컨설팅 제공 등의 조치를 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노선버스업은 노·사·정 협의 등을 통해 현재의 운송서비스 수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청년일자리 창출
▲ 노동시간 주 52시간으로 단축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한 산업현장의 요구를 고려해 금년 하반기부터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내실 있게 집행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도 적극 추진해 나간다. 전국 47개 지방노동관서에 노동시간 단축 종합점검추진단을 설치해 사업장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지원대책 안내, 컨설팅 지원 등 종합적 현장 지원관리를 진행한다. 주요 관계부처들과 범정부 추진체계를 구축하여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될 때까지 철저히 관리할 예정이다. 주요 업종별로도 소관부처에서 지원단을 구성해 현장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2016년 프랑스에서 임금 총액을 인상하지 않고 주 4일 근무제를 채택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기업은 400개가 넘는다. 주 52시간이 안착될 경우 산업재해와 노동생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 52시간 넘게 일하는 장시간 근로자는 103만 명에 달한다.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이들의 주 평균 근로시간이 최소 6.9시간 줄고, 14만~18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 52시간 노동이 안착되면 산업재해가 줄고 노동생산성은 높아진다. 근로시간이 1% 감소할 때마다 산업재해율이 3.7% 감소했고, 노동생산성은 주당 근로시간 1% 감소 시 0.79% 증가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004년 주5일제가 도입될 때에도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산업현장에 잘 안착시킨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시간노동 관행 개선은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인 우리 아들딸들의 건강하고 휴식 있는 삶을 보장하고, 대한민국의 경제 체질을 바꿀 뿐만 아니라, 줄어든 노동시간은 청년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는 노사의 공감대를 토대로 주 최대 52시간이 현장에 안착될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NM

※ 우리나라 근로시간 단축의 성공 사례
- 우아한형제들 : ‘배달의민족’ 어플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업체이다. 2015년에 월요일 오후 출근 제도를 도입해 주 4.5일 근무하며,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고 퇴근 시간을 30분 단축하는 식으로 주 35시간 근무한다.
- 미래나노텍 : 업무 효율을 위해 ‘프로야근러’가 없는 회사를 목표로 한다. 상황에 맞게 출근 시간을 정하는 시차출퇴근제, 매달 셋째 수요일은 모두 정시 퇴근하는 ‘Fun Day 제도’를 운영 중이다.
- 씨알푸드 : 유연근무로 직원들에게 아침 시간의 여유를 제공한다. 하루 8시간 근무가 어려운 부서의 경우 자유롭게 시간을 선택해 가족과 함께 하루를 보내도록 한다.
- 한국동서발전 : 저녁 7시가 되면 사무실 불이 모두 꺼진다. 시차출퇴근제와 근무시간선택제, 집약근무제 등을 실시해 짧고 굵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 열심히커뮤니케이션즈 : 오전 9시 또는 9시 30분 중 출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월요병을 막기 위해 월요일에는 오전 10시에 출근, 불금을 위해서는 금요일 오후 1시 퇴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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