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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의 경영정상화 방안 합의
산은, 한국GM에 8천억원 지원 결정
2018년 06월 05일 (화) 21:03:35 황태희 기자 hti@newsmaker.or.kr

산업은행과 GM본사가 한국GM을 살리는 데 7조 6천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산은은 당초 계획보다 많은 8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신 GM본사는 한국GM을 10년 이상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산은의 ‘거부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황태희 기자 hti@

산은의 한국GM 지원과정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GM본사가 한국GM의 이른바 국내 시장 체류 기간을 몇 년으로 약속하느냐였다. GM본사는 2종류의 신차 배정을 통해 한국GM의 생산공장을 10년 이상 유지하기로 했고, 주요 결정에 대한 산은의 거부권은 주주간 협약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GM본사는 한발 양보하는 듯 하면서도 산은에는 투자 규모를 더 늘리라고 요구했다. 결국 산은이 당초 계획보다 3천억 원 많은 8천억 원을 새로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합의점을 찾았다.

산업은행의 ‘비토권’ 실효성 있나
산업은행과 GM본사가 한국GM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퍼주기’라는 지적과 함께 ‘비토권(거부권)’이 실효성이 있는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월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GM본사는 총 7조6000억원가량을 한국GM에 투입하기로 했다. GM본사는 한국GM에 빌려줬던 2조9000억원을 우선주로 출자전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새롭게 한국GM에 수혈하는 ‘뉴 머니’는 4조7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GM본사가 3조9000억원, 산업은행이 8000억원을 투입한다. 문제는 뉴 머니의 성격이 다르다는 데 있다. GM본사의 몫인 3조9000억원 중 2조9000억원은 대출, 9000억원은 조건부대출(일정 기간 지나면 출자전환), 1000억원은 회전대출(매년 만기 연장 여부 결정)이다. 이와 달리 산업은행이 내는 8000억원은 모두 주식으로 바뀌는 출자금 형식이다. 산업은행의 출자금은 당초 예상(5000억원)보다 늘었다. GM본사는 사실상 대출, 산업은행은 출자인 탓에 한국GM에 경영 리스크가 발생하면 산업은행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주식은 휴지조각이 된다. 반면 대출로 받은 돈은 채무로 남고 우선순위로 변제받을 수 있다. 대출금은 이자도 꾸준히 받을 수 있다. GM본사에 줘야 할 이자가 한국GM의 경영정상화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은행이 얻어낸 비토권(한국GM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 거부권) 카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은행은 협상 때 GM본사의 일방적 철수를 막을 수 있는 비토권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중요 사안을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GM본사를 견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 GM본사가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할 때 한국GM 사외이사 가운데 산업은행 추천 사외이사가 3명이나 있었지만 막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산업은행은 최근 사외이사 3명 중 2명을 교체했지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GM본사도 한국시장 철수 망설여
국내시장 철수 분위기까지 조성했던 GM이 결국 한국 시장에 남았다. 이러한 결정에는 우리 정부 및 산업은행의 적극적인 개입도 있었지만 GM본사 역시 한국 시장을 고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GM은 물론 다른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도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나라의 우수 부품협력사들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 한국 시장 철수를 망설였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GM의 1차 협력사는 300여곳, 2차 협력사는 3000여 곳이다. 3~4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1만여곳에 달할 것이란 업계 추산도 있다. 이들 중 우수 협력사는 다른 완성차 브랜드에도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1차 협력사는 자동차 제조 분야에서 오래된 업력을 바탕으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해외 업체와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책임감, 뛰어난 품질관리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GM은 GM본사가 매년 실시하는 우수 협력업체 시상식에서 국내 업체가 지난 10년간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상을 받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GM본사는 지난 4월20일에도 전 세계 협력사 중 125곳을 우수 협력사로 선정했는데, 이중 국내 부품 협력사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27개사였다. 우수 협력사로 선정된 국내 협력사는 2005년 5개사에서 2017년 27개사로 늘어났다. 2014년에는 총 78개 우수 협력사 중 28개사가 선정돼 사상 최대의 수상 비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GM이 자랑하는 연구개발(R&D) 센터가 GM 글로벌 엔지니어들과 차량 개발에 힘쓸 수 있는 배경도 국내 협력사들의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회사의 경쟁력은 우수한 R&D 능력 등을 보유한 국내 협력사의 역할이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력업체의 자부심도 크다.

한국GM 협력업체 오토젠 조홍신 대표는 “한국은 한다면 하는 열정과 책임감이 있어 해외 업체와는 확실한 차별화가 된다”며 “품질관리 측면도 뛰어나고 부품 공급에도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부품 성능만 놓고 비교하면 일본산이 높은 평가를 받지만, 가격과 사후관리(AS), 특정 부품 개발 요청에 대한 만족도 등을 종합했을 때 국내 업체가 우위에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외에도 한국지엠의 R&D·디자인센터도 큰 무기라는 평이다. 부평공장에 위치한 R&D 센터는 경소형차 연구·개발을 책임진다. GM본사가 운영하고 있는 6개의 GM 글로벌 디자인 스튜디오 중 2번째로 큰 규모의 디자인 센터는 순수전기차 볼트EV의 연구 개발을 진두지휘 하는 등 GM 글로벌 제품 디자인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받는다. 한국GM이 아시아 시장에서 갖는 전략적 위치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현재 북미를 비롯해 전세계 120여개국에 완성차 및 반제품 조립생산(CKD) 방식으로 수출을 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한국GM의 총 판매(내수·수출) 중 수출 비중은 76%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GM의 내수·수출 판매 총 52만4547대 중 수출 판매는 39만2170대로 비중은 74.7%에 달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시장에 착수하면 GM본사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고정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에 따른 만족도는 보장할 수 없다”며 “반면 한국GM 부품사들의 가성비는 최고 수준으로 이는 GM본사가 한국시장에 남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GM 경영회생 관련 구속력 있는 LOC 발급
산업은행과 GM본사가 구속력 있는 금융제공학약서(LOC)를 발급키로 함에 따라 한국GM 사태가 정상화 과정에 들어섰다. 정부는 국내 부품업체와 지역경제 지원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키로 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5월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한국GM 관련 협상결과 및 부품업체·지역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산은은 GM본사와 5월11일 한국GM의 경영회생 방안과 관련해 구속력 있는 LOC를 발급키로 했다. 이어 산은과 GM본사는 5월18일 기본계약서(Framework Agreement)를 체결했다. 정부는 현재 GM본사의 투자계획이 외국인투자기업 지정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 투자계획을 다시 제출하면 법령에 따라 다시 검토키로 했다. 특히 창원시가 GM 창원도장공장 신·증설투자 보조금을 신청하면 보조금 심의회 등을 거쳐 지원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처해 있는 부품협력업체의 금융상담과 금융지원 프로그램 마련 방안 등이 논의됐다. 정부는 한국GM 협력업체 금융지원 특별상담반을 운영키로 했다. 자발적 사업재편 추진기업과 연구개발(R&D)·생산성 향상 투자기업 금리를 우대해 주기로 했다. 수출·납품실적이 줄었을 때는 대출 만기연장과 기존금리를 유지해 준다. 정상화 가능기업에게는 만기연장, 금리인하, 신규자금 지원도 병행한다. 부품협력업체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국내 모든 자동차부품업계 대상으로 위기극복 지원 사업을 신설해 추진한다. 지원대상은 전기차·자율차 등 미래차 요소기술개발, 신규 차종의 부품 납품 기회를 획득한 국내 부품협력업체 등이다. 이들 가운데 개발 기술 난이도, 글로벌 납품물량, 미래차 기술 등을 평가해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군산 등 지역경제 지원 방안도 강구했다. 지역 산업 환경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체·보완산업을 육성키로 했다. 신규 기업유치를 위한 재정·세제·입지 등 패키지 지원도 나선다. 위기지역 내 투자시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 비율을 대폭 늘린다. 토지매입비 지원비율은 30%에서 50%로, 설비투자는 14%에서 34%로 확대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군산지역을 대상으로 지난 4월, 2단계 지역대책을 통해 지원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며 “2단계 지역대책의 신속한 시행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기를 국회 등 정치권에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또 “GM은 올해부터 앞으로 5년간 지분매각이 전면 제한되며, 이후 5년 동안 35% 이상 1대 주주로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며 “또 지난해 만료된 자산 20% 이상의 매각 등을 제한하는 비토권도 회복됐으며 주주감사권 등 경영견제장치도 강화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찍이 구조조정은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관계자들의 고통 분담, 지속가능한 경영 정상화 방안 등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GM본사와의 이번 협상에서 이 같은 원칙을 충실히 따랐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 부총리는 “사측이 64억 달러에 달하는 출자와 지원을 하지만, 노측에서도 많은 고통 분담을 했다. 인건비 동결, 성과금 축소, 각종 수당의 축소나 폐지 등 뼈를 깎는 고통에 같이 참여해주셨다”며 “그와 같은 결정이 국민들이 보시기에도 상당히 긍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이 7억5000만 달러를 지원키로 하면서 ‘혈세 투입’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김 부총리는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GM이 총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규모가 64억 달러로, 합계하면 모두 71억5000만 달러다”며 “10% 조금 넘는 수준을 산업은행이 지원하는 것인데, 만약 다른 외투 기업이 그 정도 신규투자를 한다고 했으면 우리 정부가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까 생각한다면 긍정적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GM본사는 경쟁력 있는 신차 2종을 배정하기로 했으며 싱가포르에 있는 아태지역 본부를 한국에 유치하기로 했다. 한국GM을 아태지역 생산·판매 및 기술개발 거점(아태지역 중심센터)으로 육성해 전략적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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