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2.1.24 월 16:48 전체기사 l 기사쓰기 l 자유게시판 l 기사제보 l 구독신청 l 광고안내 l 회사소개
> 뉴스 > 컬처·라이프
     
절망을 딛는 곳에 꿈꾸는 마을이 있다
2018년 05월 09일 (수) 11:23:10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지난 이월에 열린 허혜영 작가의 <꿈꾸는 마을> 展에는 색채에 대한 열기가 가득 차있었다. 절망 속에서 그가 온몸으로 쏘아 올린 총화(銃火)가 축포처럼 터져 나온 것이다. 색채로 붙드는 것에는 간절함이 깃들기 마련이라는 것을, 간절하게 원하는 것에는 생명력이 묻어나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의 작품으로부터 확인한 전시였다.
 
신선영 기자 ssy@
 
<꿈꾸는 현실>
   
▲ 허혜영 작가.
허혜영 작가의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소재가 있다. 바로 집이다. 여기에는 개인적인 동기가 있다. 학창시절에는 학업을 위해 집을 떠나서 살았었고 결혼 후에는 남편의 사업 실패로 집을 잃었었다. 그래서 집에 대한 향수와 동경, 그리움과 소중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저는 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습니다. 집이 있다는 것은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몸을 기댈 곳이 있다는 것이고, 아무리 불안한 상황에서도 꿈을 키울  곳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인과 집을 분리시킬 수 없듯이 제 작품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개인전인 <꿈꾸는 현실> 전을 열었다. 이미지가 뚜렷해서 난해하지는 않지만 어딘가 복잡하게 읽히는 구조를 띄고 있다. 원근법을 무시한 공간개념과 다채로운 색채감각이 다분히 초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도피가 아니 현실 극복의 차원으로 읽어야 맞다.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밤거리에서 본 다른 집 창문이 환하기만 합니다. 저 창문 안에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저 사람들은 무슨 꿈을 키우고 있을까 궁금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저는 말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창문을 꿈꾸지 말고 자기 방의 창문을 꿈꾸라고 말입니다.”
 
   
▲ 꿈꾸는 산마을, 116.8x91.0cm, mixed media on canvas, 2018. (오마쥬 고 손상기 화백의 'L시인 시 중에서')
 
허혜영 작가에게는 그 꿈이 미술 작가였다. 그래서 현실적인 여건에 부딪히면서도 작업실을 얻어 그림을 그려 나갔다. 그만큼 작품에는 뚜렷한 목적성, 도전성, 지향성이 상징적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꽃병에 꽂힌 꽃은 자기 내부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을 표상한 것으로서 모든 작품에 그려져 있다.
 
“꽃은 저에게 시들지 않는 꿈입니다. 그래서 집채만하게 그리기도 하고 소용돌이처럼 그리기도 하고 하늘에 뒤덮기도 했습니다. 꽃으로 상기되는 감정을 최대한 발휘시킨 것입니다. 차츰 저의 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혼자가 아닌 집단, 집단이 이루는 사회로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 꿈 들어오는 집, 65.1x53.0cm, oil on canvas, 2018.
 
<꿈꾸는 마을>
허혜영 작가가 사회로 눈을 돌리게 된 가장 큰 사건은 용산 참사였다. 서울시의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이 경찰과 대치하던 중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추모하고 지지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보면서 허혜영 작가는 가슴 깊은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용산 참사를 보면서 그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집 여러 채를 마을로 형성해서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와 하나라는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또 꽃병을 크게 그려서 한 송이 한 송이가 그들에게 보내는 지지라는 것을 암시했습니다. 이때부터 목소리를 터트리듯 색채도 더 과감해졌습니다.”
 
   
▲ 꿈꾸는 마을 연작, 53.0x45.5cm, oil on canvas, 2016.
 
자신의 방을 밝히던 꽃에서 사회 전체를 밝히는 꽃(촛불)로 열기를 키워나간 작품들은 이후에 연 <꿈꾸는 마을> 전에서 연작으로 선보여졌다. 국가 권력이 개인의 행복을 위협하지도 않고 전체의 이기가 개인의 안정을 깨트리지도 않는 마을이었다. 마치 허혜영이 밝혀주는 색채로부터 보호를 받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무지개를 오라(aura)로 만들어서 마을에 성스러운 기운을 북돋았습니다. 이 무지개가 소외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길 바랍니다. ‘어떻게 해야 저의 진심이 관람객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에 대해 늘 고민을 합니다. 제가 그려낸 오늘의 그림이 누군가에게 꿈을 꿀 수 있는 집이 되길 소망합니다.”
 
   
▲ 무지개 뜨는 마을, 162.2x130.3cm, oil on canvas, 2017.
 
허혜영 작가는 지금까지 갤러리 정우와 갤러리 라메르에서 세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스카프 서울콜렉터아티스트페스티벌, zerocm 한국/독일 아트페스타 외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Grimmall 추천작가, 한국미술저작권협회 오늘의 작가로 선정됐다. 현재 송파미술가협회, 한국현대미술작가연합회 회원이다. NM
 
   
▲ 꿈꾸는 마을 연작, 60.6x50.0cm, oil on canvas, 2016.
신선영 전문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뉴스메이커(http://www.newsmaker.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뉴스메이커About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10-999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1가 163 광화문오피시아빌딩 14층 뉴스메이커 | 전화 : 02-733-0006 | 팩스 : 02-733-0009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상호
뉴스메이커는 (주)뉴스메이커에서 발행하는 시사종합월간지로서 특정언론과는 전혀 무관한 완전한 자유 독립 언론입니다.
뉴스메이커를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뉴스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