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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비닐·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 배출 논란
쓰레기 대란 막기 위한 근본 대책 시급
2018년 05월 02일 (수) 04:55:28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서울시·경기도 등 일부 재활용 업체들은 지난 4월부터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비닐과 스티로폼의 수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태는 전 세계 폐기물의 50%를 수입하던 중국이 1월부터 재활용품 24종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비롯됐다.

장정미 기자 haiyap@

지난해 7월, 중국 환경부는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폐플라스틱, 분류되지 않은 폐지, 폐금속 등 고농도의 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고체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연말까지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이 수입을 중단하자 폐비닐과 플라스틱 가격이 폭락하면서 재활용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를 들어 폐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재활용 업체, 수익성 악화로 수거 거부
경기도 화성과 용인 등 수도권 일부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은 지난 4월1일부터 플라스틱 폐기물을 일절 수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아파트 측에 “페트병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페트병은 대표적인 재활용품 중 하나로 꼽힌다. 업체들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3월 일부 수도권 업체들의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 거부에서 시작됐다. 업체들은 담당 아파트 단지에 비닐, 스티로폼 등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릴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활용이 가능한 비닐 등을 종량제 봉투에 담도록 요구하는 것은 ‘폐기물관리법 위반’이다. 적발 시, 법에 따라 3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간 우리나라는 국내 재활용품은 물론, 다른 나라의 폐품까지 수입해 중국에 되팔아 왔다. 수출길이 막히자, 재활용품 가격은 급락했다. 플라스틱의 경우 1kg당 90원에서 20원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업체들은 재활용품을 중국에 팔아 얻은 이익으로 비닐까지 처리했다. 특히 재활용품에 섞여 들어온 오염된 비닐은 업체에서 별도로 소각 처리 업체에 의뢰해 처리한다. 결국, 이를 처리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에 부담을 느낀 국내 업체들이 덤으로 가져가던 비닐과 스티로폼 등을 수거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게 된 것. 쓰레기 대란이 불거진 것은 재활용 폐기물 수거업무가 지자체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의 재활용 폐기물은 지자체가 직접 수거한다. 그러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수익을 위해 수거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는다. 즉, 아파트는 수거 업체에 헌 옷이나 종이 등 일명 ‘돈 되는 재활용품’을 팔고, 재활용이 안 되는 비닐과 스티로폼 등의 수거까지 맡긴 것이다. 한편, 수도권 업체들의 수거 거부 움직임은 부산 등 전국으로 확산될 위기에 놓였다. 실제로 한 부산 지역 아파트 재활용품 수거 업체는 4월 말부터 폐기물을 수거해가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전국적인 쓰레기 대란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기도 했다.

생산 기업들의 EPR 분담금 증액 방안 모색
정부는 재활용 업체들의 폐비닐·스티로폼 등의 수거 거부로 불거진 ‘재활용 쓰레기 대란’ 해법으로 기업과 시민들이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4월8일 환경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폐비닐과 페트병, 스티로폼 등 재활용 처리 비용 증가에 따라 수거가 지연되고 있는 품목들을 중심으로 생산 기업들이 EPR 분담금을 증액해 처리 비용을 재활용 업계에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 분담금을 증액해 폐기물 처리에 드는 비용을 기업에 부담토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와 전남 광주 등 수거거부가 계속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수거업체가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대신 각 아파트단지에 지급해 온 재활용품 판매대금을 인하하거나 오염된 폐비닐 등 기피품목을 별도 수거하는 업체를 고용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이러한 대책은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불거진 문제를 기업과 시민에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결국 폐기물은 생산자와 사용자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대책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 EPR 분담금을 증액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생산기업과 재활용 업계, 민간위원, 정부가 참여하는 공동위원회를 꾸려 지금 생산 기업들이 지불하고 있는 EPR 분담금이 적정 금액인지, 필요시 늘려야 하는지 여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PR은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의 회수와 재활용까지의 과정을 생산자의 사회적 책임으로 범위를 확대하고자 지난 2003년 도입한 제도다. 매년 생산 기업에 폐기물의 재활용 목표량을 부여해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달성하지 못한 목표량만큼 활용되지 못한 폐기물의 재활용 비용을 징수한다. 생산자가 내는 EPR 분담금은 지난 2014년 1000억 7000만원에서 올해 1424억 3500만원으로 4년 만에 40%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재활용 업계는 늘어난 분담금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순환자원유통센터에 따르면 올해 EPR분담금으로 재활용업체에 할당된 지원금은 회수·선별업체 170여곳에 247억원, 폐비닐을 최종 처리하는 고형연료 및 물질재활용 업체 100여곳에 279억원에 불과하다.

서울의 한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한없이 쌓이는 수거 기피 폐기물들을 만든 책임은 근본적으로 재활용이 쉽지 않게 제품을 만들어 생산해온 생산자에게 있다”며 “EPR 분담금을 늘려 재활용 업계의 어려운 형편을 보전하고 원활한 재활용에 힘쓴다면 지금의 비상사태가 조금은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분담금의 증액이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금으로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폐기물 처리 책임을 강화하고 국민에게도 적절한 분리수거 행동요령을 홍보하는 등 공공부문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생산자에게도 책임이 있는 건 맞지만, 분담금을 늘리기 전 이미 업계가 지급 중인 분담금이 재활용에 적절히 쓰이고 있는지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집단 반발이 있을 수 있고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소각지원 및 폐지매입 나서
정부는 폐비닐 수거 거부가 계속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수거하거나 다른 민간업체에 위탁 수거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활용 수거 거부가 지속되자 내놓은 방안이다. 환경부는 지난 4월10일 국무회의에서 공동주택 폐비닐 수거 중단 상황과 대응방안에 대해 보고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서울시는 수거중단이 발생한 1610개 단지 중 1262개 단지는 정상 수거 중에 있고 나머지 348개 단지는 수거를 위해 협의 중이다. 경기도는 수거중단 발생지역 8개 시 모두 지자체가 직접 수거 계획을 펼쳐 고양, 과천, 수원 3개시는 정상화가 조기 완료됐다. 나머지 김포, 용인, 화성, 군포, 오산도 완료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은 8개 자치구에서 수거 중단 상황이 발생한 뒤 일부 수거가 재개됐지만 적체량 해소가 완료되지 않아 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천시는 직접 수거 방안 등 자체 처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외 부산, 대전, 울산, 충남, 전남 등에서도 수거 거부가 발생하거나 예상돼 각 지자체별 수거계획을 수립해 대응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우선 각 지자체가 아파트와 수거업체간 계약 조정을 독려하기로 했다. 하지만 협의 지연이 계속될 경우를 대비해 지자체가 직접 수거하거나 대행계약을 체결한 하남시, 남양주시, 청주시 등과 같이 별도 수거방안(직접·위탁수거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수거된 폐비닐 등의 보관 공간이 부족한 것에 대비해 관할 지역 선별장과 재활용 업체 등 부지와 수도권매립지, 한국환경공단의 창고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선별업체 지원을 위해 관련 법령을 개정해 잔재물 소각처리 비용을 줄여줄 계획이다.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되는 잔재물을 생활폐기물로 인정해 낮은 비용으로 도시 쓰레기 소각장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때 쓰레기 처리 비용은 톤당 20~25만원에서 4~5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폐비닐의 주요 재활용 방법인 고형연료(SRF) 기준은 완화한다. SRF는 폐비닐을 가공해 고체 형태의 연료로 생산하거나 발전소·보일러 등 원료로 사용된다. 환경부는 환경안전성 담보를 전제로 한 품질 기준 위반시 행정처분 경감, 검사주기 완화방안 등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개선할 예정이다. 수거업체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제기된 오염된 비닐, 쓰레기 혼합배출 등 잘못된 분리배출을 개선하기 위해 환경부는 시민사회와 함께 적정분리 배출 홍보·안내를 펼치고, 현장 모니터링은 6월까지 집중 추진하기로 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신속히 수도권 아파트 수거를 정상화하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협력을 통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생활폐기물의 순환 사이클 전 단계별로 문제를 진단해 순환 생태계를 확립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함께 종합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제지업체와 협의, 가격이 급락한 폐지를 긴급 매수하기로 했다. 아파트 단지와 계약을 맺은 수거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폐지를 수거하는 조건으로 채산성이 낮은 폐비닐과 폐스티로폼 등도 함께 수거해왔다. 그러나 폐지 가격이 급락하면서 폐비닐 등 재활용 쓰레기 수거에 차질이 생기자 폐지 값을 정상화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떨어진 폐지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5개 제지업체와 적체된 물량을 긴급 매수하는 문제를 협의 중이다. 폐골판지 가격은 지난해 기준 130원/kg에서 올해 3월 기준 90원/kg으로 급락한 상태다. 환경부는 폐지 가격의 하락이 폐비닐 등 재활용 쓰레기 수거 중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5개 제지업체가 중간수입상에 적체된 물량을 미리 매수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제지업체는 전체 폐지 사용량 중 국산 원료를 80% 이상 사용하도록 돼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지업체가 물량을 미리 매입해 폐지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본다”며 “보관장소 부족을 대비해 부처 차원에서 보관장소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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