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영화 연출을 통해 오랜 기간 실력을 쌓아온 김대웅 감독이 <레슬러>를 통해 첫 장편 영화에 데뷔한다. 김 감독은 유해진의 친근하고 유쾌한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귀보’ 캐릭터를 비롯해 그를 둘러싼 다채로운 인물들에 숨을 불어넣은 것은 물론, 아빠와 아들이 점차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완성했다.

신세영 기자 syshin@

영화 <레슬러>는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지 20년. 살림 9단 아들 바보 ‘귀보씨’가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 엮이기 시작, 평화롭던 일상이 유쾌하게 뒤집히는 이야기를 그린다. <럭키>, <공조>, <택시운전사>, <1987>로 거침없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유해진의 차기작이다. 충무로 신예 김민재, 이성경을 비롯해 나문희, 성동일, 진경, 황우슬혜까지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조합, <써니>, <과속스캔들> 제작진의 결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귀보’ 역을 맡은 유해진은 지난 23일 열린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김민재 씨와 같이 장성한 아들과 호흡을 맞춘 것은 처음이었다. 많은 고민을 통해 아들 ‘성웅’과 함께 부자간의 호흡과 갈등을 잘 표현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부자 호흡을 맞춘 김민재에 대해 “조심해서 연기하라고 걱정했을 정도로 혹독하게 레슬링 훈련을 하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레슬링 유망주 아들 ‘성웅’ 역의 김민재는 “약 한 달 반 동안 매일 세 시간 이상 혹독한 레슬링 훈련을 소화했다. 걸음걸이까지도 레슬링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려 했다”며 경기를 직접 소화한 소감을 밝혔다. 성웅의 소꿉친구 ‘가영’으로 분해 엉뚱하고 풋풋한 매력을 발산한 이성경은 “영화 촬영 전 감독님과 많은 말씀을 나누며 ‘가영’ 캐릭터의 생각과 감정을 잘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해진 선배님이 계셔서 너무나 든든했고 많은 배움을 주셨다. 선배님들에게 의지해 행복하게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레슬러>는 5월 9일 개봉 예정이다.

눈만 마주쳐도 웃음 터지는 행복한 영화
전직 국가대표 레슬러 ‘귀보’와 그의 아들 ‘성웅’이 서로의 살을 부딪치며 레슬링 경기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레슬러>는 오직 아들 성웅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귀보와 그를 둘러싼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유쾌한 에피소드로 웃음과 재미를 만들어낸다. 고기 한 근을 사더라도 흥정은 기본, 요리에 빨래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20년 차 프로 살림러 ‘귀보’와 퉁명스럽게 반항하기도 하지만 아빠 ‘귀보’에게 금메달을 걸어주겠다는 목표를 가진 유망주 레슬러 아들 ‘성웅’, 자식 걱정에 틈만 나면 잔소리를 쏟아내는 귀보의 엄마는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면서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우리네 가족의 모습으로 공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귀보’를 졸졸 따라다니며 엉뚱한 고백을 쏟아내는 ‘성웅’의 소꿉친구 ‘가영’, 홀로 아들을 키우는 ‘귀보’를 살뜰히 챙기는 윗집 부부 ‘성수’과 ‘미라’, ‘귀보’에게 첫눈에 반해 저돌적으로 대시하는 소개팅녀 ‘도나’까지 독특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과 뒤얽히는 ‘귀보’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전개로 이어진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보다 깊게 이해하게 되는 아버지와 아들은 물론, 그 자신의 꿈과 인생을 찾아 나서는 ‘귀보’의 특별한 성장은 기분 좋은 감동을 선사한다. 또, 믿고 보는 배우 유해진을 비롯해 <레슬러>를 통해 한 자리에 모인 충무로 세대별 대표 배우들은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한 캐릭터 싱크로율과 애드리브 코믹 연기, 공감을 더하는 감정 연기를 넘나들며 특별한 시너지를 보여준다. 유해진은 “시나리오를 읽고 참 건강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아들과 아버지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스토리가 좋았다”고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써니>, <과속스캔들> 흥행 제작진 총출동
<써니>, <과속스캔들>을 통해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재미로 전 세대 관객을 사로잡아온 충무로 흥행 제작진이 <레슬러>로 다시 뭉쳤다. 리얼하고 박진감 넘치는 촬영을 선보인 <부산행>, <강철비>부터 다채로운 캐릭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써니>의 이형덕 촬영감독은 ‘성웅’이 순식간에 수많은 선수들을 제치는 레슬링 경기 장면 등 창의적이고 신선한 카메라 워킹을 통해 <레슬러>만의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는 유연하면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모비캠을 배우의 몸에 부착해 캐릭터의 감정을 보다 생생하게 담았다. <써니>, <과속스캔들> 등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담당한 이요한 미술감독은 영화의 주요 배경인 ‘귀보’의 집을 비롯 일상생활에서 봤을 법한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공간을 완성해내기 위해 장소 선정부터 소품 하나까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생활감이 묻어나는 공간 디자인으로 현실성을 높였다. <수상한 그녀>, <쎄씨봉> 등을 통해 캐릭터의 개성을 한층 살리는 의상을 선보인 양진선 의상감독은 각 인물별로 고유의 컬러를 부여해 작은 액세서리까지도 컬러풀한 색감을 입혀 극에 활력을 더했다. <도둑들>, <암살>, <곡성> 등 극의 몰입을 극대화시키는 음악으로 제54회 대종상 영화제 음악상을 수상한 달파란 음악감독은 발랄하고 경쾌한 음악부터 따스하고 부드러운 선율까지 아우르며 영화가 주는 웃음과 여운에 방점을 찍는다.

Q. 데뷔작을 충무로를 대표하는 대세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 이 작품을 하면서 제가 인복이 많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정말 신기하고 영광스러웠다. 영화는 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다. 배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Q. 유해진 배우의 어떤 매력을 보고 캐스팅을 했는지?
- 캐스팅할 때 가장 좋았던 지점 중에 하나는 정말 주변에 있는 일반적인 아저씨 아니면 형 같은 느낌의 자연스러움이 ‘귀보’라는 캐릭터 그 자체였다. 촬영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그런 자연스러움뿐만 아니라 갖고 있는 또 다른 매력들이다. 남자다운 면도 있고, 유머러스하면서 편안하게 해주신다. 그런 지점들이 귀보라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

Q. 레슬링이라는 스포츠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아빠와 아들이 서로 살을 부비는 장면을 계속 떠올렸다. 그런 의미에서 레슬링이 스포츠 중에서 가장 적합하지 않나 생각해서 선택하게  됐다.

Q. 김민재, 이성경을 비롯해 나문희의 캐스팅 이유와 과정이 궁금하다.
- 김민재 씨를 캐스팅 했을 때 처음 오디션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민재 씨가 본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더라. 그 이야기가 저는 되게 마음에 와 닿았었다. 성웅이라는 캐릭터가 자신의 실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성경 씨는 제가 글로만 써왔던 가영이를 실제 인물로 만나는 듯 했다. 정말 튀어나와서 내 눈앞에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제 성격이 가영이와 비슷했다. 나문희 선생님은 ‘꼭 캐스팅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는데 감사하게도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Q. 모니터를 통해 본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는 어땠나?
- 상업영화는 처음인데, 선배들한테 많이 배웠다. 유해진 선배님은 쉬는 시간에도 시나리오를 꼼꼼히 읽는다. 그러면서 제가 시나리오 쓸 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디테일을 탁탁 잡아주셔서 캐릭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셨다. 나문희 선생님과 작업하면서 정말 놀랐다. 실제 제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대사를 썼던 것들이 많다. 선생님이 그 얘기를 들으시고는 어머니 목소리를 녹음해 달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래서 녹음해 캐릭터 참고용이라고 하면서 드렸는데, 그걸 계속 반복해서 들으셨다. 톤이나 이런 걸 최대한 맞춰서 하시는 노력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Q. 크레딧에 이병헌 감독의 이름이 있던데 어떤 점에서 도움을 받았나?
- 이병헌 감독께 각색을 맡겼었는데 가장 크게 도움을 많이 주셨던 부분은 대사에서 좀 코믹하게 만들어졌던 몇 개 장면들이 있다. 도나 신에서도 몇 개가 있었다. 그런 것들에 도움을 받았다.

Q. 직접 각본을 썼는데, 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려 했던 이유가 있나? 또 나이차가 많은 남성과 여성의 로맨스가 일방적으로 그려진다는 비판도 있다.
- 이건 제가 지금껏 공부하며 좋아하는 영화들의 특징인 것 같다. 주인공 주변의 많은 인물들이 이 주인공과 어떻게 변화를 시켜나가는가 이런 이야기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제가 처음에 시나리오에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은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를 어떻게 재미있게 보여줄까. 그 촉매제로써 가영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이다.

Q. 영화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가?
- 제가 시나리오 쓸 때 가장 염두에 뒀던 부분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까’였다. 연출 하면서 배우들, 스태프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부모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색다르게, 조금 더 와 닿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거에 가장 주안점을 뒀다. 20년 넘게 아들만 바라보고 살아오던 ‘귀보’가 조금씩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부모 자식 간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떨치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 또한 가족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