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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사경의 올바른 복원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
2018년 05월 02일 (수) 03:49:20 황태일 기자 hti@newsmaker.or.kr

모든 국가는 그 나라에서 발생해 전해 내려오는 고유의 문화, 오랜 세월을 거쳐 내려와 고유의 가치를 인정받은 다양한 문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부가 가치가 높은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만큼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이 중요하다.

황태일 기자 hti@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것은 우리 조상의 지혜와 전통을 보존하는 것이기에 가치 있는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외래문화 속에서도 전통문화의 가치를 계승할 필요가 있다. 세계가 좁아지고 가까워질수록 민족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도 전통의 보존은 더욱 필요한 일이다.

사경을 전통 예술의 한 분야로 정립
▲ 김경호 회장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명예회장의 행보가 화제다. 김경호 회장은 조선시대 이후 600년간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고려 전통 사경의 우수성에 눈떠 그 원형 복원에 천착해 사는 한국의 독보적 전통 사경 전문가다. 국내외에서 전통사경 개인전 및 초대전을 열며 한국 전통 사경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김 회장은 예총회장상, 국방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고 1997년 국내 최초의 불교사경대회(대한불교조계종?동방연서회 공동주최)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2010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전통 사경 첫 기능전승자로 지정됐다. 사경(寫經)이란 불교의 경전을 손으로 베껴 쓰는 것으로, 인쇄술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경전이 필사(筆寫)에 의한 사경으로 만들어졌다. 대량 인쇄술이 발달한 지금까지도 그 맥이 이어져 오는 것은 사경이 수행 정진의 중요한 방편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처님의 행적을 찬탄하고, 그 공덕을 기리며 부처님과 같이 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옮겨 적는 것이 사경의 참뜻이다.

특히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 불교 교리 전파와 교육의 핵심이었던 전통사경은 고려시대에 특히 흥성해 중국에 전문 인력을 역수출한 유일한 분야였으며 원(元)의 지배를 받던 시기 중국의 요청으로 여러 차례 고려의 사경 전문가가 100명씩 파견돼 금은자경을 제작해 주고 돌아왔다. 김경호 회장은 이러한 전통 사경의 가치를 잊고 있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이를 계승하고자 지난 2002년 한국사경연구회를 창립, 전통 사경을 예술의 한 분야로 정립시켰다.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명예회장은 “한국은 현존 최고의 목판인쇄물(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금속활자인쇄물(직지심체요절)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인쇄문화의 종주국인 셈이다”면서 “인쇄술이 사경을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개발됐으니 세계 문명문화사 속 한국 사경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사경은 억불숭유정책을 기조로 삼았던 조선왕조 500년 동안 묻혀 있었고 이후에도 최근까지 100년 이상 잊혀졌다. 600년 이상 전통이 단절되었던 탓에 전문 연구자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김경호 회장은 “사경 연구에는 불교경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서예이론 및 실기에 대한 천착이 기본이다”면서 “동양미술사 및 불교미술사, 역사 전반에 관한 깊은 지식과 사경의 역사적 전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인식 부족 탓이 크다.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으로 사경의 격을 높이는 것도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소명의식 바탕으로 전통 사경을 원형으로 복원
▲ 지장보살본원경 변상도 30.8cm, 45.1cm
김경호 회장이 지난 2002년 창립한 한국사경연구회는 제대로 고려사경의 전통을 계승해 창작 사경을 하는 유일한 단체다. 이에 한국사경연구회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조선시대 이후 600년간 명맥이 끊긴 전통사경을 철저하게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이곳에는 종교계, 학계, 서예계, 문화예술계 종사자부터 일반인까지 500여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으며 이 가운데 60여명이 전통사경 복원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을 주축으로 한국사경연구회는 2002년 동국대 박물관 초대전 형식의 제1회 한국사경연구회원전을 시작으로 스리랑카 전통사찰 사경법회, 중국 지난시에서의 한국사경연구회원전, 중국 4대 명찰로 꼽히는 영암사의 전통사경법회, 태산 옥황정의 한국 전통사경의 세계화 발원 행사 등 국내외 다양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왔다. 특히 지난 2010년에는 미국 중서부 최대 미술관인 LA카운티미술관의 ‘한국 전통사경의 세계사적 의의와 가치’를 주제로 한 특강 및 금사경 제작시연회, 2012년 뉴욕시 랜드마크 건물로 지정된 복합문화공간 플러싱 타운홀의 특별초대전과 특강 및 시연회, 2014년 LA한국문화원의 초대전과 특강 및 시연회 등을 열어 폭발적인 관심을 얻으며 전통 사경의 세계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경호 회장은 “고려 전통 사경은 세계사적 의의와 가치를 갖고 있고 최고 성취를 이룬 예술로,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런 인식을 가진 이들이 많지 않다”면서 “사찰에서 사경법회가 빈번하게 열려 대중적인 신앙행위가 되어 가고 있지만 전통과 다른 여법하지 못한 행사가 대부분이다. 전각과 불상에는 엄청난 돈을 들이면서도 핵심인 사경은 주먹구구식으로 사성된 사경이 봉안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저급한 사경 교재들을 마구잡이로 만들어 팔아 수익만 얻으려는 사경법회가 일반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제대로 된 복원을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성경 사경과 코란 사경 그리고 만다라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작품을 창작해 한국 전통 사경을 세계인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세계적인 예술 장르로 발전시키겠다는 김경호 회장.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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