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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최장수 총리의 꿈’ 물 건너가나
2018년 04월 02일 (월) 23:34:17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일본 정국이 ‘아키에 스캔들’(사학 스캔들)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베 신조 내각이 총사퇴 압력에 직면하면서 ‘최장수 총리’가 되려는 아베 총리의 꿈이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서 기자 jslee@

지난 3월2일 아사히신문은 “재무성이 (총리의 스캔들을 무마하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재무성 관료 출신 다카하시 요이치(高橋洋一) 가에쓰대 교수는 산케이신문에 “정권과 아사히, 둘 중 하나가 쓰러지는 궁극의 싸움”이라며 “보도가 사실이라면 재무성이 해체되고, 오보(誤報)라면 아사히가 위기”라고 했다.

국유지 헐값 매입 관련 공문서 위조 의혹
아키에 스캔들은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일본 극우성향 사학재단 모리토모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에 연루되면서 지난해 처음 불거졌다. 모리토모 학원은 2016년 초등학교 부지로 쓸 국유지를 평가액의 14% 수준에 매입했다.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 학원 이사장은 지난해 일본 국회 증언에서 아베 총리로부터 2015년 9월쯤 100만엔(약 1000만원)을 기부 받았다고 발언해 국유지 헐값 매각에 아베 총리가 직접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아키에 여사는 모리토모 학원의 신설 초등학교 명예 교장으로 추대됐지만 스캔들이 터지면서 초등학교 인허가가 취소됐다. 지난해 이맘때 일본 정국을 강타한 아키에 스캔들은 아베 내각의 지지율을 한 달 만에 10%포인트 이상 떨어뜨렸다. 2012년 12월 아베 총리가 취임한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6월 아키에 스캔들에 따른 국회 파행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과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아키에 스캔들은 일본 재무성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관련 문서를 조작했다고 인정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3월12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아소 부총리는 이날 오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당시 국회에 제출한 국유지 계약 문서 14건이 조작된 사실을 인정하면서 관련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된 문서에서는 아키에 여사의 이름이 사라졌고 ‘본 건의 특수성을 감안해’나 ‘학원에 가격을 제시하는’ 등 모리토모 학원에 대한 특혜나 가격협상을 암시하는 문구도 삭제됐다. 아소 부총리는 “(문서 조작에) 재무성 일부 직원이 관여했다. 조작 최종 책임자는 (당시 재무성 담당국장이었던) 사가와 노부히사 국세청 장관”이라며 “스스로 재무상에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문은 아사히신문이 지난 3월2일 재무성이 모리토모 학원과의 계약 내용을 조작한 문서를 국회에 제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터져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3월2일 “모리토모학원이 국유지를 계약할 때 재무성이 작성한 공문과, 사학 스캔들이 터진 뒤 국회에 제출한 공문이 서로 다르다”고 보도했다. 계약 당시 작성한 문건에는 ‘특례’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들어 있다. ‘학원의 요청에 따라 감정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재무성이 국회에 낸 공문엔 그런 문구가 없다는 기사였다. 야당이 “아사히 보도가 사실이냐”고 추궁하자, 재무성은 “(3월)6일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작 3월6일이 되자 “오사카 지검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관련 문건이 모두 검찰에 있어 확인이 어렵다”고 말을 바꿨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재무성 관리들이 스캔들을 덮기 위해 공문을 사후에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재무성은 아베 정권 2인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이끌고 있다. 자민당 안에서도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소한 아소가 사임해야 할 사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아사히의 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재무성 직원이 자살하고 노부히사 장관이 사임 의사를 밝히는 등 파장이 커졌다.

아베 내각 지지율 40%대로 급락
아베 총리는 1차 집권(2006~2007년) 때 ‘국가관 교육 강화’ ‘영토 교육 강화’ 같은 이념적인 정책에 힘을 쏟았다. 국회에서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해 한·일 관계가 급랭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그런 아베 총리의 역사관과 외교 노선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강경 우파인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 자체가 아사히신문의 오보 때문에 커졌다”고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1980년대 “제주도에서 다수의 여성을 사냥하듯 강제 연행해 위안부로 삼았다”는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의 인터뷰를 실었다. 조선 처녀들이 본인 의사에 반해 희생됐다는 게 위안부 문제의 핵심이자 역사적인 팩트(fact)지만, 요시다라는 개인의 발언은 정황상 앞뒤가 안 맞는 허구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아사히는 초기에만 요시다의 발언을 보도하고 이후엔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재집권에 성공했다. 아베 총리 지지 세력은 아사히의 요시다 기사를 집요하게 문제로 삼았다. 아사히의 전체 위안부 보도 맥락은 ‘본인 의사에 반해 끌려간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지만, 이들은 요시다 인터뷰만 물고 늘어졌다. 결국 아사히신문은 2014년 8월 요시다 관련 인터뷰가 오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기사를 취소했다. 이후에도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아베 정권 무너뜨리는 게 아사히신문의 사시(社是)”라며 공개적으로 아사히를 공격했다. 그럼에도 아사히는 ‘정권 비판’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사학 스캔들이 터졌을 때 크고 작은 특종을 터트리며 전체 흐름을 끌어간 것은 아사히였다. 재무성 직원이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에게 “제로(0)에 가까운 금액이 되게 해주겠다”고 말하는 녹음테이프, 총리 참모들이 문부과학성 공무원들을 불러 또 다른 사학 비리 의혹이 있는 “가케학원에 허가를 못 내주는 이유를 적어내라”고 압박했다는 공문을 보도한 게 대표적이다. 이번에 아사히가 공문 위조 의혹을 보도한 뒤, 야당은 “사실이라면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며 3월6일부터 국회 보이콧에 들어갔다. 지난해 2월 아키에 스캔들이 처음 터지면서 70%에 달했던 아베 내각 지지율은 같은 해 7월 20%대로 추락했다.

아베 내각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틈탄 ‘북풍(北風)’으로 여론을 반전시켜 9월 중의원을 해산하고 치른 총선에서 압승하며 위기를 넘겼다. 논란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다시 40%대로 주저앉았다. 3월1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 신문이 3월10~11일 18세 이상 1,0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 2월10~11일 조사 때보다 6%포인트 급락한 48%로 나타났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작년 10월(41%) 이후 이번이 다섯 달 만이다. 특히 이번 지지율 하락은 고령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60세 이상만을 대상으로 한 내각 지지율은 2월 조사 때보다 9%포인트 떨어진 37%를 보였다. 자민당의 정당 지지율 역시 전달 42%에서 38%로 4%포인트 하락했다. 지지율 하락에는 사학스캔들의 재점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총리가 속한 자유민주당(자민당) 지지율도 4%포인트 떨어진 38%를 기록했다. 야권에서는 아베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3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베 총리가 연임에 성공하면 최대 2021년 9월까지 집권하며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될 수 있지만 실패하면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올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도 영향 끼칠 듯
아베 총리의 사학스캔들로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다마키 유이치로 희망의 당 대표는 트위터에 “아소 부총리는 물론, 총리 자신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으며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도 “아소 부총리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스트 아베로 주목 받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도 “의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명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올 9월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세번째 연임에 성공하면 2021년까지 임기를 연장,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가능한 국가로 만들려는 목표가 있었다. 재무성의 문서조작 인정이 아베 총리의 퇴진까지 타격을 줄지는 미지수지만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사학스캔들로 퇴진 위기에 처했을 당시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과장하고 한반도 전쟁 위협을 강조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이른바 ‘북풍(北風) 몰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특히 작년 10월 중의원을 해산하고 치른 총선 과정 중 유세장에서는 틈만 나면 북한의 도발 상황을 얘기하며 정권을 연장해달라고 호소했다. 안보 위기를 강조해 유권자들을 불안하게 하면서 안정을 위해 여당에 투표하자는 여론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지난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국회 해산과 총선을 가능하게 했던 동력이기도 했다. 사학스캔들로 한때 20%대까지 떨어졌던 내각 지지율이 북한 도발로 50% 이상 올라섰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국회 해산 카드를 꺼낼 수 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화되는 등 대북 대화 분위기가 퍼지면서 북풍 몰이도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는 아베 정권에 또 다른 위기를 직면케 했다. 그간 대북 압력 노선을 국제사회에 줄기차게 호소해온 일본 정부의 입장과 정반대로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열기로 하면서 일본이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머리 위에서 중요한 일이 휙휙 결정되는 상황을 뜻하는 ‘아타마고시(頭越し)’라는 말도 오르내린다. 한 전직 방위상은 지난 3월10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일본의 머리 위에서 (일본을 배제한 채) 정해졌다”고 말했고 야부나카 미도시 리쓰메이칸대 특별초빙교수는 “북미정상회담의 급격한 전개에 일본이 방관자로서 배제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미 정상회담이 5월 중으로 결정되자 다급해진 아베 총리는 이에 앞서 4월에 미일 회담을 열기로 했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AIEA)로부터 핵사찰을 받게 될 경우 인원과 기자재 조달에 필요한 초기비용 3억엔(약 30억 3000만원)으 부담할 방침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 한반도 문제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다.

교도통신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에 비해 뒤쳐진 일본이 비핵화에 공헌하는 자세를 보여 존재감을 발휘하려는 것”이라며 “북한에 핵포기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압박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도 3월12일 일본에게 비핵화·평화체제 로드맵을 지지해줄 것을 설득하기 위해 서훈 국정원장을 보냈으나 일본 정부가 그간 강하게 외쳐온 대북 정책 노선을 바꿀 가능성은 미지수다. 일본 정부는 재팬 패싱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면서도 최근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깎아 내리며 기존의 대북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전날 도쿄에서 한 강연에서 “북한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대화를 시간벌기의 구실로 활용해왔다”고 말했다. 다나카 히토시 일본종합연구소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은 마이니치신문에 “(북한에 대한) 압력만 강조해서는 한국과 중국이 허심탄회하게 일본에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 대북정책을 수정할 것을 주문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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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61.XXX.XXX.186)
2018-04-09 13:32:11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아베 9월
키워드로 검색하였습니다.

아베 총리 재신임 선거가 궁금해서 검색해봤는데 사학재단 비리부터

관련 내용 까지 잘 요약되어 있어서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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