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이 올해 상금 10억원을 돌파하며 성공적인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정현은 올해 첫 메이저 대회였던 호주오픈 ‘4강 신화’를 시작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이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올해 1월 초 세계 랭킹 62위였던 정현은 호주오픈 4강에 들면서 순위를 단숨에 29위까지 끌어올렸고, 1월 ASB 클래식부터 최근 5개 대회 연속 8강 이상의 성적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세계 랭킹 23위까지 올랐다.

올해 벌어들인 상금만 10억원 넘어
정현은 메이저 대회 4강의 여세를 몰아 메이저 바로 아래 등급인 ‘마스터스 1000시리즈’에서도 개인 최고 성적인 8강에 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대회 전까지 아시아 선수 가운데 최고 순위였던 니시코리 게이(25위·일본)를 제치고 ‘아시안 톱 랭커’로 올라섰다. 지난 시즌까지 한국인 역대 최고 순위였던 이형택의 36위를 넘어선 것은 이미 2개월 전이다. 2018시즌이 개막한 지 이제 채 3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정현이 올해 벌어들인 상금은 벌써 94만 5천741 달러(약 10억1천만원)나 된다. 하지만 10억원 상금을 구경도 못해봤다고 밝힌 정현은 그 이유에 대해 “상금은 현금으로 딱 주는 게 아니라 통장으로 넣어준다. 그런데 그 통장, 엄마가 관리한다”고 밝혔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서도 정현은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게 목표”라며 세계 최강 페터러를 상대로 선전해 이제 누구를 만나도 주눅 들지 않을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 테니스 선수 정현

한편 정현은 3월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ATP투어 1000시리즈 마이애미오픈 16강에서 19번시드 정현이 주앙 소자(포르투갈, 80위)를 1시간 8분 만에 6-4 6-3으로 물리치고 대회 첫 8강에 올랐다. 이로써 정현은 6개 대회 연속 투어 8강에 진출했다. 이날 정현은 앞선 경기보다 더 나은 서브를 보였다. 더블폴트는 1개를 기록했지만 첫 서브 성공률은 62%를 기록했고 첫 서브 득점률은 83%에 육박했다.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는 5차례 잡아 2차례 성공했고 1차례 내준 브레이크 위기도 방어했다. 정현은 빠르고 강한 스트로크로 소자를 압박했고 활발한 움직임으로 소자의 위닝샷을 봉쇄했다. 반면, 소자는 경기 초반 위력을 뽐내던 자신의 경기가 진행될수록 정현의 끈질긴 수비에 가로막히면서 번번이 실수를 저질렀고 정현의 스트로크를 쫓아가기에 바쁜 모습을 보였다. 첫 세트 승부는 게임 스코어 3-3에서 갈렸다. 정현이 소자의 연속된 스트로크 실수에 힘입어 소자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는 등 연속 두 게임을 따 5-3으로 달아났다. 소자가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지켜 4-5로 따라 붙었지만 정현은 흔들리지 않고 10번째 게임인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지켜 첫 세트를 챙겼다. 두 번째 세트 첫 게임 듀스에서 소자의 스트로크 실수로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은 정현은 백핸드 다운더라인 위닝샷으로 소자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해 1-0 리드를 잡았다. 이후 두 선수는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모두 지키며 접전을 펼쳤다. 정현은 8번째 게임에서 30-40으로 브레이크 위기에 몰렸지만 소자의 연속된 실수로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지켰고 이어 환상적인 백핸드 패싱샷 등을 앞세워 소자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가파른 상승세 보이는 남자 테니스의 태풍
올 시즌 남자 테니스의 ‘태풍’은 바로 정현이다. 정현은 지난 3월26일 단식 3회전(32강전)에서 마이클 모에 2대0(6―1 6―1)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경기 시간이 63분밖에 안 걸렸을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다음날인 3월27일에는 주앙 소자를 상대로 1시간 8분 만에 6-4 6-3으로 물리치고 대회 첫 8강에 올랐다. 정현은 지난해 8월이 돼서야 시즌 17번째 승리를 거뒀지만, 올해는 3월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18승을 기록했다. ATP 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마이애미의 뜨거운 태양 아래 정현이 뜨거운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현은 올해 6개 대회에 출전해 5개 대회에서 8강에 진출했다. ASB클래식 8강을 시작으로, 호주오픈 4강, 델레이비치오픈 8강, 멕시코오픈 8강, BNP 파리바오픈 8강에 올랐다. 마이애미오픈은 그랜드슬램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다음 등급인 마스터스 1000시리즈 대회다. 마스터스 1000시리즈는 1년에 9차례 열리며 마이애미 오픈은 BNP 파리바오픈에 이어 올해 열리는 두 번째 마스터스 1000등급 대회다. 정현은 올해 들어 보여주고 있는 가파른 상승세에 대해 “호주오픈부터 상승세가 시작됐다. 호주오픈 때는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잘했다”며 “사실 투어 대회를 다니면서 혼자서는 ‘이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갖기도 했다. 그런데 호주오픈을 계기로 그 의문이 풀렸다. 몸 상태는 물론 정신력까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어떤 선수와도 붙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계속 이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다”며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