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은 선진국 기술의 모방, 응용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의 CEO를 만나보면 “다른 나라에서 모방할 기술이 없다”라고 하소연할 정도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줄어들었다.

▲ 전용필 성신여대 생명과학 화학부 교수

이제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에 이어 또 한 번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의한 혁신적 기술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창의적 기술혁신은 기초과학 연구의 뒷받침이 없이는 불가능한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모방 및 응용연구에 치중해 왔다.

기초연구 역량강화는 창의적 돌파형 기술혁신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국가과제이다. 현재 한국 과학계의 양적 수준은 세계 10위권에 이르렀다. 문제는 숫자와 보여주기를 중심으로 하는 듯한 처우와 질적 수준이다. 질적 측면에서는 세계 30위권으로, 매우 뒤져 있어 국가적으로 기초연구 역량강화와 기초연구를 위한 사고적 기반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내 발생 생물학 연구 분야의 권위자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전용필 성신여대 생명과학 화학부 교수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발생 생물학 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전용필 교수는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하여 생물을 대상으로 생명현상을 탐구하고 생명의 기원과 본질을 추구하는 생물학 연구를 주도해왔다. 전용필 교수는 “생물학은 쉽게 얘기해 ‘생명체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점을 파헤치는 학문이다”며 “기초학문으로 생명현상의 탐구에 그 목적을 두고 있으나 많은 생물학적 지식은 의학·농학·수산학 등 응용분야에 크게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에 의하면 생물학은 경제, 산업, 건강의 측면에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목적이 있는 학문이다. 생물의 종류는 현재 알려진 것으로 약 150만종 이지만 학자들은 이보다 몇 배 또는 수십 배의 종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때문에 생명현상의 이해와 응용을 위해 밝혀야 할 것이 무수히 많은 분야다.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에 진출했을 때 보람을 느끼는 전용필 교수는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생물학의 매력에 푹 빠져 연구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생물학은 생물의 종류·구조·기능, 그 밖의 연구대상에 따라 여러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지만, 크게는 구조를 다루는 형태학적인 분야와 기능을 다루는 생리학적인 분야로 나누어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형태학적인 면을 연구하는가, 아니면 생리적인 면을 연구하는가는 연구방법론에서도 차이를 볼 수 있다.

연구 대상으로 분야를 나누는 경우에는 식물학·동물학·미생물학·인류학 등이 있다. 세포학·조직학·형태학 등은 구조를 기준으로 구분된 분야이고, 분류학이나 해부학 등은 생물의 종류 또는 구조의 연구수단의 측면에서 붙여진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발생학·유전학·생태학·생물지리학·고생물학·진화학·생리학·생화학·생물물리학 등은 주로 대상으로 삼는 현상에 의거하여 나눈 분야이다. 전용필 교수는 “이와 같은 온갖 분야가 종횡으로 얽혀 있어서 흔히 어느 한 분야의 연구가 다른 분야의 연구의 길을 터주기도 하고, 새로운 분야가 성립되기도 하는 등 생물학의 내용은 점차 전문화되면서 발달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 간의 공동 연구를 통한 분야 특이 그리고 융합의 파급 효과가 강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초과학의 발전 위해 정부 및 사회의 체계적 지원 이루어져야

▲ 전용필 교수는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하여 생물을 대상으로 생명현상을 탐구하고 생명의 기원과 본질을 추구하는 생물학 연구를 주도해왔다

국가교육과학기술위원회 자문회 전문위원,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교수(연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아산병원 교수직을 역임하고 성신여대에서 후학들을 양성 중인 전용필 교수는 현재 한국연구재단 RB, 발생과 생식 편집위원장, 세포생물학회 위원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생물학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용필 교수는 “내수가 성장에 충분하지 않은 것이 객관적 사실”이라며 “상대적으로 국토가 작은 우리의 현실에서 경쟁 국가들에 비해 대학 수가 적어 연구중심이다, 교육중심이다, 선택과 집중하며 나누어 지원했던 그리고 이 생각의 지속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은 큰 실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의 수가 적기 때문에 과학이나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단기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같은 이유로 그는 연구자들이 기반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자들의 95%이상이 국가 연구비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 가운데 업적과 필요성 등을 감안하여 그 다음 단계의 연구비 제도로 진입 발전시킬 것을 제언했다. 한편 사회적 사유에 있어서 학문 영역 간 역할과 관련 학문의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철학의 가치 공유가 사회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분야내의 다양화를 위하여 대학 및 대학원에 대한 BK 후속 사업을 뛰어넘은 보편적인 가치 중심의 장학을 위한 지원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용필 교수는 “대학교의 모든 학과가 동일하게 직접적으로 산업과 연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대학, 학과의 특성에 따른, 현재 회자되고 있는 대학의 산업 기여도에 대한 학문 특성에 따른 적용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으로도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힌 전용필 교수는 “철학을 공유하는 제자를 양성하고, 그 제자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또한 관련 분야에서도 손꼽히는 권위자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하여 이끌어주겠다”며 “제가교육한 학생들과 연구한 학문으로 대한민국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