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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법제화 가능성 높아지나
2018년 03월 08일 (목) 01:12:03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최근 국회에서 가상화폐 관련 세미나, 토론회 등이 잇달아 열리고, 복수의 의원들은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정치권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가상화폐 법제화 가능성에 대한 시장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황태희 기자 hth@

정부 역시 가상화폐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 등이 담긴 법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상통화와 관련해 정부가 거래를 일부러 억제한다거나 그런 생각은 없다”며 “(가상통화 취급업자에게도) 앞으로 자금세탁 방지 장치를 갖춰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쪽으로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 “가상통화 탄압 할 생각 없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31일 “가상통화를 없애거나 탄압할 생각은 없다”며 거래소 폐쇄보다는 규제나 제도권으로의 편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기재부가 가상화폐 정부 대책의 컨트롤타워를 맡겠다는 뜻도 밝혔다. 기재부로 옮겨온다면 컨트롤타워가 바뀌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가 된다. 김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기재부를 중심으로 가상통화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경제문제를 총괄하는 기관이 (컨트롤타워를) 하는 게 좋지 않나 하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금융위(원회)에서 하다가 사회·법률문제 때문에 법무부로 갔고 지금은 총리실에서 주도적으로 한다”면서도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제가 총리실과 협의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가상통화의 ‘화폐’ 표현을 적절하지 않으며, 외국에서도 한국정부의 가상통화 정책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상통화의 개념이 아직은 불분명하다. 국제적으로도 정비되지 않았다”면서도 “화폐란 말을 쓰지 않는 것은 법적 지급수단을 갖기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통화를 없애거나 탄압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현재 전자상거래법으로 미흡하게 규제하고 있는 27개 가상통화 취급업소(거래소)가 가장 큰 문제인 만큼 정부 내 태스크포스(TF)에서 시급히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상통화 과세 문제와 관련해서는 “성격의 규정을 무엇으로 하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동향과 정책에 대해 관심 있게 보고 있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일부 언론에서 가상통화 규제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김 부총리가 정부측 입장을 발표한다고 보도하면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 급기야 기재부는 해명자료를 내 “정부는 가상통화 대책 발표를 당초부터 계획한 적이 없고 발표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투자자 대다수 실명 계좌 전환 미뤄
지난 1월30일 가상통화 실명제가 실시됐지만 상당수 투자자들이 실명 계좌 전환을 미룬 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 투명성 강화라는 실명제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빗썸, 업비트를 비롯한 주요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는 지난 1월30일 전후로 투자자들에게 나눠줬던 가상계좌를 회수했다. 하지만 가상계좌가 회수된 투자자가 이전에 입금해뒀던 돈은 여전히 거래사이트에서 투자금으로 쓸 수 있어 가상통화 거래가 가능하다. 다만 이들의 경우 출금만 가능하고 추가 입금은 할 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상당수 투자자들은 실명전환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거래사이트 관계자는 “아직까지 실명 계좌로 전환해 등록한 회원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직장인 A씨(29)는 “실명 전환을 하지 않아도 돈을 더 넣지만 않는다면 불편한 점이 없다”며 “실명제 전에 미리 투자금을 넣어둬서 한동안 계좌를 개설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2월 초부터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통화 가격이 크게 하락한 점도 기존 투자자들이 실명 전환을 미루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 1월17일 비트코인이 1만달러(코인데스크 기준) 밑으로 추락한 후 시장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한 가상통화 투자자는 “시장이 폭락해 손실을 본 사람이 많다”며 “이 투자자들은 돈을 더 넣지도, 빼지도 않고 버티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는 거래사이트와 계약한 지정된 은행의 실명 계좌를 갖고 있는 투자자만 거래사이트에 입출금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이전까지 대다수 거래사이트는 투자자 신원 확인이 어려운 가상계좌를 통해 투자금을 입금 받았다. 금융당국은 가상통화가 탈세와 자금 유출 및 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가상통화 실명제를 실시했다. 하지만 기존 투자자들의 실명 전환이 저조할 경우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지난 2월2일 금융감독원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가상화폐 취급업자(거래사이트) 관련 계좌수 및 예치잔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일 기준 예치금 잔액은 총 2조670억원에 달한다. 기존 투자자 가운데 10%만 실명 전환을 하지 않고 버텨도 당국의 추적을 벗어난 자금이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거래사이트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실명 전환을 미룬 투자자들의 투자금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가상계좌 회수 이외에 추가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일단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가 도입된지 이제 하루 지났기 때문에 우선은 시장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실명 전환을 안 하는 기존 투자금에 대한 별도의 조치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규제 우려 잠잠해지며 다시 반등세 들어서
대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다시 본격 반등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달 초 저점을 찍은 뒤 보름여 만에 90% 이상 급반등했으며 주요 지지선을 형성한 형세다. 이에 따라 숨죽였던 낙관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같은 암호화폐 가격 반등은 최근 규제 우려가 잠잠해지고 있는 가운데 암호화폐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지털커런시그룹 창업자인 벤처투자가 배리 실버트는 비트코인 반등에 대해 “미국 유명 토크쇼인 ‘엘런’에서 진행자인 엘런 드제너러스가 비트코인에 대해 언급한 영상이 수백만번 이상 재생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높인 덕이 컸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소위 김치 프리미엄이 거의 사라진 이후 한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고 글로벌 증시 반등으로 위험자산 선호도 다시 회복되고 있는 등 주변 환경이 우호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월20일 “암호화폐 문제는 규제 강화가 아니라 정상적인 거래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블록체인협회장, 자율규제위원장 등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며 “(암호화폐가) 금융상품이든 통화든 정상적 거래가 이뤄지도록 지원(서포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의 바탕이 되는 게 블록체인이다. 이걸 활용하는 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신한, 농협, 기업 등 시중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취급업자) 4~5곳과 거래하고 있는데, 필요하면 더 해야한다”며 “국민·하나은행은 시스템 구축 다 했는데 거래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당국 눈치 보지 말고 자율적으로 하도록 독려하겠다”며 “은행이 고객 확보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면 판단해서 하면 될 일이다”고 말했다. 은행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때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고, 그걸 감수할 지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는 취지다.

최 원장은 앞서 작년 12월 19일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가상 화폐를) 금융 상품으로도 보지 않고 화폐로도 보지 않기 때문에 지금 중요한 것은 조심하라고 하는 것뿐”이라며 “(투자 피해) 구제책은 없다. 우리는 이런 겜블링(도박)판을 공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가상화폐 거래를 도박에 비유하며 금융 당국이 관리·감독 등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최 원장은 작년 12월 27일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는 “(가상 화폐는) 나중에 버블(거품)이 확 빠진다. 내기를 해도 좋다”고 발언해 청와대에 해임 청원이 쇄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2개월 만에 “정상 거래를 지원하겠다”며 견해가 선회한 것은 정부가 최근 가상 화폐 정책 방향을 투명하고 안전한 관리로 바꾼 것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상화폐의 시세하락 뇌관 여전해
미국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청문회에서 가상화폐 및 관련 기술 발전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이 등장하면서 국내 가상화폐 시세도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청문회에서 언급될 것으로 관측됐던 ‘테더 스캔들’(스타트업 테더홀딩스의 시세조작 파문)을 둘러싼 의혹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데다, 세계 각국의 규제 방향에 대한 고민도 계속되고 있는 만큼 시세 하락의 뇌관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상화폐 시세는 한때 비트코인 가격이 600만 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였지만, 최근 회복세로 전환됐다. 이는 미국 CFTC가 가상화폐 스타트업 테더와 모기업인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피넥스의 비트코인 시세 조작 의혹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됐던 청문회에서 이에 대한 언급 없이 가상화폐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보낸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시행 이후 사실상 신규가입이 중단된 상태에서 빗썸이 농협은행을 통해 신규계좌 발급을 개시하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테더 스캔들의 뇌관은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 달러와 연동된 테더 코인의 발행량과 비트코인 시세 그래프가 한 몸처럼 움직인 점, 또 테더가 미국 달러와 연동된 테더 코인을 실제로 일대일 비율로 달러로 교환해줄 수 있는지가 의심되는 가운데 테더가 외부 회계감사를 거부하고 있는 점 등의 의혹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테더의 달러 교환 능력을 믿고 있던 가상화폐 시장에 또 한 차례 폭락이 올 수 있는 상황이다. 각국의 가상화폐 규제 강화 움직임 역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규제 이슈가 계속해서 가상화폐 시세를 압박해왔던 만큼 다시 떠오를 경우 위협이 될 수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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