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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확산되는 미투(Me Too) 캠페인
2018년 03월 08일 (목) 00:58:17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최근 전 세계에 미투(Me Too)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미투 캠페인은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배우 로즈 맥고완이 SNS를 통해 ‘나도 당했다’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를 달고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자신에게 저지른 성범죄를 고발하며 시작했다.

이종서 기자 jslee@

전 세계적으로 성폭력 고발 운동의 촉매가 된 미투 캠페인은 우리나라에서도 광화문 광장 등에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미투 캠페인에 참여해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린 여성들을 가리키는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을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Me Too’
지난해 10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올해 여성 컨벤션대회’에서 여배우 로즈 맥고완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권력자들로부터 성적 피해를 당한 여성들에게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당당히 앞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맥고완은 지난해 10월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를 통해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과 성희롱 행적을 고발한 장본인이다. NYT는 이 기사를 통해 와인스타인이 수십년간 영화배우는 물론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성폭력을 저질러왔다고 보도했다. 맥고완과 함께 여배우 애쉴리 저드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직접 겪었던 아픔을 증언했다. 이어 세계적인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기네스 팰트로도 와인스타인에 당한 피해를 과감하게 고백, 미국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와인스타인은 영화사 ‘미라맥스’와 ‘웨인스타인 컴퍼니’ 등을 직접 설립한 할리우드의 큰 손이다. 그를 통해 제작·보급된 영화들은 오스카상들을 휩쓸었다. 그에겐 ‘오스카 제조기’란 별칭이 붙었고 영화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허핑턴 포스트는 영화산업뿐만 아니라 미국 지도층과 각별한 친분을 맺고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와인스타인을 상대로 NYT가 폭로기사를 보낼 수 있었다는 것 자체도 놀랐다는 내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보도 이후 미국 전역에서 성폭행과 성추문 피해자들이 숨겨왔던 진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이른바 ‘나도 당했다.(#Me Too)’ 캠페인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CNN 등 미국언론들은 “그동안 감춰졌던 성추문이 드러나면서 미국이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다. 특히 ‘영화산업의 메카’ 할리우드에선 수십년간 감춰져왔던 거물들의 ‘성추행 과거사’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배우 케빈 스페이시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배우 안소리니 랩이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스페이시는 자신은 양성애자였다면서 앞으로 동성연애자로만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스페이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남성들의 폭로가 잇따르자 넷플릭스측은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의 제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의 원로배우 더스틴 호프만에 대해서도 두 명의 여성이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이어 메릴 스트립은 자신이 25살 때 연극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더스틴 호프만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 미투 캠페인 대열에 합류했다. 리즈 위더스푼은 자신이 16세 때 영화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위더스푼이 지목한 제임스 토백 감독은 위더스푼 이외에도 30명 넘는 여배우가 성추행 사실을 공개적으로 증언하고 나서면서 ‘제2의 와인스타인’이란 꼬리표를 달게 됐다.

미국 각 분야서 성범죄 피해 폭로 이어져
체육분야에서도 그동안 쉬쉬해온 래리 나사르 성추문이 터지면서 미투 캠페인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나사르는 미국 체조대표팀과 미시간대학 등에서 팀 닥터로 일해오면서 체조선수들을 치료 명분으로 성추행 또는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최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특히 올림픽에서만 3개의 금메달 땄던 체조 스타 앨리 레이즈먼이 방송에 직접 출연, 나사르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더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체조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맥카일라 마로니도 13살 때부터 나사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론계는 지난 주 CBS 간판 앵커이자 수십년간 유명 토크쇼를 진행해온 찰리 로즈의 성추행 과거가 드러나면서 술렁거렸다. 지난 1월20일 로즈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 8명의 주장이 제기됐다. 다음날 데이비드 로즈 CBS 회장은 “찰리가 뉴스에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은 맞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면서 그와의 계약을 전격적으로 해지해버렸다. 와인스타인 사건을 보도했던 NYT에도 불똥이 튀었다. 최근 백악관 출입기자 글렌 트러쉬에 대한 성추문이 제기되자 NYT는 트러쉬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투자회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간부 2명은 여성 동료들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 해고됐다.

또 노동계에선 스콧 코트니 전미서비스노동조합(SEIU) 부위원장이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과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고발로 직무가 정지됐다. 정치권도 성추행 과거사에 대한 폭로가 쏟아지면서 홍역을 앓고 있다.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공화당 로이 무어 후보에 대해선 지난 1979년에 14세 소녀를 자택에 끌어들여 성추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후 무어로부터 성추행 또는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이 9건이나 꼬리를 물었다. 민주당의 기대주로 명성을 얻고 있던 앨 프랭컨 상원의원도 성추문에 휘말렸다. 라디오 방송 앵커인 리앤 트위든이란 여성은 11년전 방송작가 겸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던 프랭컨이 해외 미군 위문 공연 도중 자신에게 강제로 키스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프랭컨 상원의원은 당시 비행기 안에서 잠들어 있는 트위든의 가슴에 손을 올리는 포즈를 취하며 찍었던 사진까지 공개되며 지탄을 받았다. 민주당 여성 중진인 린다 산체스 하원의원은 CNN 방송에 직접 출연, “몇년 전 동료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혀 정치권의 만연한 성폭력 사태를 고발하기도 했다. 최근엔 17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조 바튼 하원의원의 누드 사진과 음란 동영상도 온라인에 유포되고 있다. 올해 93세로 최장수 미국 대통령이 된 ‘아버지 부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측도 최근 부적절한 접촉과 음란한 농담 등을 했다는 폭로들이 제기돼 곤혹을 치르고 있다. 한편 성추문에 휩싸였던 미국 민주당 앨 프랭큰 상원의원이 의혹이 제기된 지 3주 만에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27선(選)의 최장수 하원의원인 민주당의 존 코니어스가 보좌관 성추행 의혹으로 정계를 은퇴하기로 한 지 이틀 만이다. CNN에 따르면 프랭큰 의원은 이날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주일 내에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성추행 의혹은 부인했다. 그는 “(여성들이 제기한) 혐의 중 일부는 완전히 사실이 아니며, 나머지 혐의는 내가 기억하는 것과 다르다”며 “의원직에서 물러나지만 나의 목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음담패설 녹음파일’과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로이 무어 후보의 성추문 등을 거론하며 “이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도 했다. 인기 코미디언 출신인 프랭큰 의원은 정계 입문 전인 2007년 해외 출장에 동행한 모델 출신 여성 앵커의 몸을 만지고 입을 맞추려 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었다. 8선의 프랭크스 의원은 사무실에서 2명의 여직원과 대리모 문제를 얘기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리모 절차 같은 매우 사적인 주제를 여직원들과 얘기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충격을 줄지에 관해 무감각했다”면서도 “여직원 누구에게도 어떠한 성적 접촉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CNN은 “성추문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 캠페인’이 의회 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서 여성 인권 신장 목소리 높아져
지난 1월7일 개최된 골드글로브 시상식에선 미투 캠페인의 일환으로 여배우들이 검은 드레스를 입은 채 직장 내 성폭력·성차별 타파를 주장하는 ‘타임스 업’(Time's Up) 캠페인을 벌였다. 검은색 의상 통일은 타임즈 업 활동의 일환이다. 타임즈 업은 배우, 프로듀서, 작가 등 할리우드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300여명이 업계는 물론 미국 사회에서 성추행과 성폭력,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결성한 단체다. 검은색 의상은 침묵 속에 고통 받은 성폭력·성희롱 피해자들의 집단적 항의를 표시하고 강한 연대감을 표시한다. 지난해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수십년에 걸쳐 여배우와 관계자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 1990년대 인기 배우 애슐리 쥬드가 자신이 피해자임을 밝히자 이후 수많은 여배우들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아 파문이 일었다. 현재 미국 연예계와 정계, 방송가 등을 휩쓴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 캠페인이 타임즈 업과 함께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엠마 왓슨, 미셸 윌리엄스, 메릴 스트립 등 여배우들이 여성운동, 노동단체,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나란히 레드카펫을 밟으며 캠페인을 알렸다. 미국 음악업계도 할리우드에서 시작한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가 미투 캠페인에 ‘흰 장미’라는 새 상징을 가미했다. 뉴욕에서 60회 그래미 어워즈가 열린 지난 1월28일 여러 아티스트·프로듀서·사업가들이 흰 장미를 옷에 달거나 손에 든 채 레드 카펫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 장미는 영화·연극 등 주로 할리우드 업계에서 시작된 미투 캠페인을 뒷받침하고 이에 대한 연대를 표하려는 목적에서 선택됐다. 이날 백장미와 함께한 음악인들은 레이디 가가, 켈리 클락슨, 칼리드, 샘 스미스, 더 체인스모커스, 마일리 사이러스 등이다. 음악인들은 흰 장미를 대체로 옷이나 마이크에 붙였고 몇몇은 장미를 아예 손에 들거나 입에 물었다. 전 세계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 캠페인은 레이싱걸까지 사라지게 했다. 오는 3월 23일부터 호주 멜버른 그랑프리 서킷에서 열리는 자동차 경주대회인 F1(포뮬러원) 2018시즌 개막전에서는 ‘레이싱 걸’로 불리는 ‘그리드 걸’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F1 대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18 시즌을 시작하면서부터, 대회에서 오랜 기간 단역을 맡아온 그리드 걸을 활용하는 관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F1은 “우리는 이러한 관행이 우리의 브랜드 가치와 어울리지 않으며 분명 오늘날 현대 사회 규범과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는 그랑프리 주말 동안 진행되는 다른 모터스포츠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리드 걸은 아찔한 미니스커트 차림을 하고 우산이나 운전 선수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든 채 출발선에 서서 관중들의 흥을 북돋는 일을 주로 한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그 역할을 맡아 오랜 기간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이러한 지적에 따라 앞으로는 남성 모델이나 아동을 마스코트로 기용하기도 했다.

여성 인권에 대한 신장 목소리는 여성 인권 최하위국으로 꼽히는 이란에서도 퍼지고 있다. 최근 이란은 히잡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란 출신의 작가이자 기자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지난 2014년부터 여성이 머리카락을 가릴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나의 비밀스런 자유(My Strealthy Freedom)’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공공장소에 있는 이미지를 SNS에 올리도록 하는 캠페인이다. 캠페인이 유명해지자 지난해부터는 ‘하얀 수요일(White Wednesdays)’ 운동을 시작했다. 히잡 의무 착용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수요일마다 흰색 스카프를 착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이란 여성이 테헤란 번화가에서 하얀색 히잡을 막대기에 매달아 흔드는 사진이 SNS에서 급속도로 유통되면서 알리네자드의 여성인권신장운동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란 여성들은 거리로 나와 평화 시위를 진행했고 몇몇 남성들도 그들을 지지했다. 히잡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은 이슬람 공화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행위였다. 이 때문에 이슬람 율법에 대한 반대운동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이란 정부는 히잡 반대 시위를 벌이던 여성 29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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