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이야기 어떤 사랑을 이야기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우진이 수아한테 롤링페이퍼에 남겼던 ‘고마워. 네 곁에 있어서 마음이 따뜻했어’라는 메시지가 다시 수아를 통해 ‘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어’라는 이야기로 우진에게 돌아온다. 그냥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그런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이장훈 감독

신세영 기자 syshin@

올 봄, 단 한편의 감성적인 사랑 이야기가 모두의 심장을 깨운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가 기억을 잃은 채 ‘우진’(소지섭)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다시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의 기적 같은 재회로 시작하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아내가 기억을 잃은 채 돌아온다는 일본 원작의 판타지적인 설정과 스토리에 감성적인 터치와 현실적 공감을 더했다.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했고 그녀를 잃은 후 단 한 순간도 사랑하기를 멈춰본 적 없는 ‘우진’과 그런 그의 곁에 기억을 잃은 채 나타난 ‘수아’. 그녀가 돌아온 후 꿈같은 행복에 살아가는 남자와 낯설지만 익숙하게 느껴지는 현실에 적응해가는 여자가 서로 소중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이야기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우진’이 들려주는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을 되짚으며 점점 더 서로가 애틋해지는 ‘우진’과 ‘수아’. 함께했던 긴 시간만큼 깊었던 사랑과 자석에 이끌리듯 제 자리를 찾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따뜻하고 진한 감성으로 가슴을 촉촉하게 적신다. 하지만 ‘수아’의 기억이 온전히 되돌아온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따라야만 하는 그들의 모습은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기 첫 데뷔작인 이장훈 감독은 “촬영을 하며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웠다. 영화를 통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랑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며 “좋아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정말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있는 그대로 느껴주시고 같이 즐거워해주시고 같이 슬퍼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월 14일 개봉 예정.

소지섭·손예진, 첫 연인 호흡 어떨까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배우 소지섭과 손예진의 만남, 이들의 첫 번째 연인 호흡만으로도 기대감을 자아낸다. 소지섭은 어린 아들과 함께 서툴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밝은 모습, 그 안에 떠난 아내를 향한 진한 그리움과 순애보를 간직한 ‘우진’을 연기한다. 그는 첫사랑에 빠진 풋풋함부터 다시 시작된 만남에 설레하고 ‘수아’와의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은 절절한 모습까지 깊은 눈빛과 애틋한 연기로 소화해낸다. 손예진은 기억을 잃은 채 다시 돌아온 ‘수아’의 순수한 눈빛과 비밀을 간직한 신비로운 매력으로 시작, ‘우진’을 통해 그를 다시 사랑하게 되는 한 여자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그녀는 ‘우진’의 곁에 계속 남아있을 수 없는 운명을 알게 된 후 감정을 억누르지만 미세하게 흔들리는 깊고 성숙한 눈빛으로 ‘수아’의 진심을 그려낸다. 비가 오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떠난 ‘수아’를 기다리는 ‘우진’에게는 바닥을 적시는 빗방울 소리가 반갑고, 축축한 습도가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며, 구름으로 덮인 하늘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처럼 <지금 만나러 갑니다>만의 비의 계절을 담아내는 것이 제작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다. 조상윤 촬영감독은 비 오는 날의 습기와 공기의 질감, 무게감 하나까지 담아내기 위한 노력으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만의 정서를 카메라에 포착했다. 조 촬영감독은 비가 내리지만 우울하기 보다 오히려 상쾌하고 깨끗한 느낌을 만들고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화면 안이 젖어있는 듯한 느낌을 표현해내고자 했다. 이에 캐릭터를 따라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감정을 놓치지 않는 밀착된 촬영과 가슴 탁 트이는 자연의 풍광을 담아내는 롱샷까지 계절, 인물, 풍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촬영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최기호 미술감독은 ‘우진’과 ‘수아’가 만나 사랑을 시작하고 행복을 키우는 이야기를 공간 하나하나에 담아냈다. 특히 주 공간이 되는 ‘우진’의 집은 충북 영동에서도 인적이 드문 산중턱에 오픈세트를 지어 자연 풍광과 어우러지는 데 중점을 뒀다. 한편 ‘수아’의 부재에 따라 집도 생명력을 잃었다가 다시 회복하는 공간 미술의 변화를 통해 인물들의 감성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Q. 그동안 남성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많이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부드러운 남자 우진으로 돌아왔다. 시나리오 처음 읽고 어땠는지?
- 소지섭 : 제가 최근에 무겁고 남성적인 이미지의 작품을 많이 했었는데 예전에 로맨틱 코미디와 가벼운 역할도 많이 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은 따뜻하고 설레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고 그때 당시 사랑을 주제로 한 연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저랑 아주 잘 맞는 것 같았다.

Q. 오랜만에 멜로 영화로 돌아온 소감은?
- 손예진 : 저도 사실 멜로 영화를 찍고 싶었는데 좋은 멜로 영화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 멜로 영화가 제작되기도 쉽지 않아서 계속 갈망하고 기다려왔다. 그런데 배우들이 그렇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 시기에 제작이 되지 않으면 시나리오를 볼 수 없다. 그때 마침 시나리오를 읽게 되었다. 정말 단숨에 읽어 내려갔고 읽으면서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Q. 처음에 왜 안 하려고 했었는지?
- 소지섭 : 제가 가장 크게 고민을 했던 부분은 과연 내가 정말 아이 아빠처럼 비춰질 것인가. 아이랑 있는 게 자연스러울 것인가. 시나리오는 워낙 좋았으니까 거기에 대한 고민이 길었던 것 같다. 왜냐면 시작부터 그렇게 나오는데 그게 혹시나 어색하거나 거짓처럼 비춰지면 영화 자체에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다. 그것 때문에 고민을 했다.

Q. 많은 관객들이 <내 머리 속의 지우개>, <클래식>의 손예진을 잊지 못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전작들과 차별점이 있다면?
- 손예진 :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여전히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고 어떻게 보면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의 큰 동기라고 해야 될까요. 두 영화는 저한테소중한 많은 것들을 준 작품이다. 그런 멜로 영화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그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멜로를 보여드리기 위해 계속 시나리오를 찾았었다. 이번 작품이 저의 세 번째 대표적인 멜로 영화가 됐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죽은 아내가 다시 돌아왔다는 설정 자체가 사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나 <클래식>보다 더 판타지스럽다. 하지만 ‘수아’ 캐릭터는 두 영화에 비해 훨씬 더 현실적이다. 기존의 멜로 영화 속에서 보였던 여리하고 청순한 모습이 아니라 훨씬 좀 무뚝뚝하면서 재미있는 그런 현실적인 캐릭터를 그리려고 노력했다.

Q. 데뷔작 <맛있는 청혼>에서 소지섭과 남매로 출연했는데, 느낌이 달랐을 것 같다.
- 손예진 : 그냥 신인 때는 항상 발가벗겨진 기분으로 연기를 한다. 너무 어렸고 힘들고. 저의 부족한 많은 모습들을 봐왔기 때문에 오히려 더 편안함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시나리오 결정하기까지 굉장히 고민을 하는 중간에 저희는 다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오빠가 할 지 안 할지, 제발 해야 되는데 그런 생각에서. 인터뷰에도 얘기 했지만 신인 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 주위 사람을 볼 겨를이 없었다. 지금 제대로 옆에서 같이 촬영을 하면서, 자기보다 주위 스태프들을 먼저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배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번 역할이 단지 연인이 아니라 과거에 연인이었고 현재는 부부이지 않나. 그 든든함이 저한테는 큰 힘이 됐다.

Q. 비를 맞으면서 찍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 소지섭 : 실제로 비를 맞으면서 촬영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세트가 산 속에 있다 보니 거기까지 비를 뿌리는 장비를 올리는데, 그 과정들이 힘들었다.
- 손예진 : 저도 다행히 날씨가 도와줘서 힘들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 중에 저희가 자동차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온전히 비를 맞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는 좀 추웠다. 그걸 제외하고 나머지 비 오는 신은 다 좋았다.

Q. 기억에 남는 로케이션 장소가 있다면 어디인가?
- 소지섭 : 산 속에 저희 집 오픈 세트를 지었는데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공기도 좋고 자연 환경도 아름답고 온전히 세 가족이 몰입해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 손예진 : 저도 그런 것 같다. 제가 아주 예전에 찍었던 <연애소설>이라는 영화가 있다. 풋풋하면서도 따뜻함과 감성적인 세트에서 찍어 본 기억이 너무 오래됐다. 이번에 세트를 보면서 그 옛날의 풋풋했던 시절이 떠오르면서 추억에 잠겼다.

Q. 영화처럼 세상을 떠난 소중한 사람이 잠시라도 다시 돌아온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겠나?
- 소지섭 : 오래 떨어져있었으니까 그냥 그동안 하지 못했던 얘기들 하면서 소주 한 잔 하고 싶다.
- 손예진 : 그 부분은 솔직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점점 시간과 추억, 기억의 소중함을 요즘 따라 더 느끼게 된다. 언제 우리가 서로 이별을 하고, 앞날을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그런 지점에서 현실에서도 항상 후회하지 않는 사랑과 표현을 하려고 노력한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 소지섭 : 아무래도 먼저 떠난 수아가 보고 싶어서 ‘딱 한번만이라도 너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난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어’ 이런 비슷한 대사가 있는데, 그 대사가 우진인 것 같다.
- 손예진 :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말라’라는 대사이다. 목이 마르다의 ‘말라’라는 대사이다. 교문 앞에서 처음 만나는데 서로 마음은 있지만 표현을 못하니까 서로 돌아서서 ‘그럼 가, 그래 잘 가’하고 가는데 우진이 ‘야, 목 안 말라?’ 이렇게 이야기를 꺼낸다. 그럼 돌아서서 ‘말라’라는 대사를 한다. 저는 그게 수아 캐릭터인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그 장면의 그 대사가 너무 좋았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