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의 미학’ 시리즈로 잘 알려진 우당 손정숙 화백의 행보가 화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그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는 손 화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견 여류작가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 후 마드리드 국립대학교에서 수학한 손정숙 화백은 지금까지 총 16회의 개인전과 한국현대회화 5인전(러시아), 살롱 줴지아 국제전(파리), 국제교류 현대작가 15인전(후쿠오카 문화관), 베트남정부 초청 현대미술초대전(하노이), 인도정부 초청 한국현대미술초대전(뉴델리미술관), 몽골정부 초청 울란바토르전(국립미술관), 2002년 한일월드컵 초대전(도쿄) 등 수많은 해외 초청전을 통해 ‘손정숙’이라는 이름을 세계 미술계에 각인시켰다. 우당 손정숙 화백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다양한 범주 넘나들며 독창적인 작품세계 구축
손정숙 화백의 불꽃의 미학은 하나의 상징어인 동시에 그의 예술혼을 의미하는 비밀스러운 언어이기도 하다. 손정숙 화백은 “미학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으나 나의 예술세계를 추구하는 의식이다”면서 “내 삶의 의미도 내가 추구하는 예술세계도 작품 속에 함축되어 있다. 나의 창작도 사고도 여기에서 생성된다”고 말한다. 우주의 신비한 원초적 생명체의 율동력, 생명력의 순환을 역동적으로 표현하는 손정숙 화백은 보편적이고도 현실적인 형상에서 비현실적인 형상으로 추상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내면세계에 속하는 그림을 추구하는 그는 색채를 통한 ‘인간 감성의 회복’을 주창한다.

▲ 손정숙 화백

활동 초기 음양오행의 순환 원리에 따라 오행의 기운을 상징하는 오방색(청·적·황·백·흑)을 활용해 생명감이 약동하는 작품을 완성하며 침묵의 울림을 드러냈던 손 화백은 이제 가상, 상상, 관념의 세계와 현실 세계, 동양과 서양의 범주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펼치는 중이다. “저에게 있어 그림은 생(生)이다. 삶 속에서 늘 함께하기 때문이다”고 고백한 것처럼  손 화백에게 있어 그림은 생명체로서의 자신의 몸, 그 몸이 담고 있는 마음을 그리는 일이자 순간순간 박동치는 생명력의 파장을 기록하는 일이다. 그의 작품 속 화면은 우리들 몸의 울림, 떨림과 박동처럼 진동한다.

단호하고 강렬한 색채가 가득한 화면과 그것들이 암시하는 묘한 이미지가 살아나는 것이다. 이러한 손 화백의 작품에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곡선이다. 모든 작품은 곡선으로 그 형상을 이루어낸다. 이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부드럽고 유장한 곡선으로 가득하다’고 보는 작가의 관점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에 대해 손 화백은 “모든 중심은 나(我)이다”면서 “나만의 내면세계에 속하는 그림을 추구한다. 어떤 문화권-동양과 서양,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순수한 나만의 작품세계를 갈구하는 것이 나의 화두다”고 밝힌 바 있다. 
 
대중의 사랑이 창작활동의 가장 큰 원동력
예술가에게 있어 대중의 관심과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다. 예술은 함께 소통하며 공유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이는 손정숙 화백도 마찬가지다. “내 그림 앞에 전율할 수 있다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손정숙 화백은 창작활동에 있어 가장 큰 원동력이 자신의 그림을 알아주는 이들이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손 화백은 이미 행운아다. 손 화백의 그림을 보는 순간 ‘강렬한 전율’을 느꼈다는 한 콜렉터는 집에 있을 때 햇빛이 작품을 비출 때의 황홀감이 좋아, 하던 일을 멈추고 종종 손 화백의 작품을 보곤 한다고 전한다. 이처럼 그의 그림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콜렉터를 만난 것에 대해 손 화백은 ‘축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작품으로 맺어진 인연은 지금까지도 가족처럼 지낼 만큼 끈끈한 관계로 이어지고 있다.

그의 창작활동의 또 다른 원동력은 다름 아닌 전시회다. “시간과 정열을 다해 작품을 완성해 개인전을 통해 작품을 보여주고, 개인전을 함으로써 그림에 비전도 있다”는 손 화백은 “개인전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와 격려를 받는다면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는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개인전 준비로 정신없이 지낼 때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그는 “마음의 활력과 생명력을 얻을 수 있어 좋다”면서 “개인전을 열 때마다 격려의 말, 축하의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의 인격까지 존경할 만큼 감격해버린다”고 고백한다. 예술가들에게 있어 꾸준히 개인전을 연다는 것은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다. 창작의 고통은 물론,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시간, 경제적인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감당해야 할 것들이 산재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화백은 그 모든 것들을 끌어안으며 정기적으로 대중들에게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오늘도 예술혼을 불사르는 중이다. 오로지 붓을 잡는 시간만큼은 모든 에너지를 캔버스에 뿜어내고 있는 손정숙 화백이 우리에게 또 다른 불꽃 시리즈로 다가올 그 날을 기다려본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