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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의 예외적 순간, 한국화의 예외적 기록
2018년 02월 05일 (월) 16:34:47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여수 해안가에서 오분 거리에 위치한 갤러리 제이(Gallery J)는 사진작가 장현주가 운영하는 그의 전시 공간이다. 관광객들이 늘 보는 바다와는 다른 바다가 보고 싶을 때 여수에 찾아가듯이 관람객들이 늘 보는 사진과는 다른 사진이 보고 싶을 때 이곳에 찾아간다고 한다. 주변에서 쉽게 접해 왔던 꽃, 돌, 나무와 같은 생태(生態) 사진도 너무나도 은유적인 너무나도 회화적인 사진으로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영 기자 ssy@

자연을 찍다
   
▲ 장현주 사진작가.
장현주 작가의 작품을 문학으로 비유하면 시(詩) 같은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마디의 말로 열 마디의 말을 함축하는 시어처럼 최소한의 표현으로 최대한의 의미를 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골자가 되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취합해서 대상이 가지는 존재론적 의미에 화두를 던진다는 점에서, 그의 사진이 생태 사진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일테면 인화지에 대상들을 구조시킨 ‘회화적인’ 사진이다.

“저는 작업 초기부터 회화적인 사진에 대한 갈망이 컸습니다. 관람자가 회화를 감상할 때는 작가가 왜 그 대상을 선택했는지, 왜 그 재료를 사용했는지, 왜 그 기법을 구사했는지 의도를 파악하려고 애쓰는 반면, 사진을 감상할 때는 성능이 좋은 카메라를 썼거나 포토샵으로 처리했을 거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셔터를 누르면서부터 시작되는 작가의 고뇌가 관람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사진을 찍어야 겠다고 마음먹게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진은 언제나 평범함을 거부해 왔다. 딱딱한 껍질을 벗어버린 뒤에서야 자신의 실존을 확인할 수 있게 된 봄꽃의 향연부터, 각진 모서리가 다 닳아버린 뒤에서야 어디든지 굴러다닐 수 있게 된 모오리돌의 항해까지... 자연에서 상기되는 비범한 감성들을 다시 사진으로 치환하기 위해 매 작품마다 색다른 작업을 시도해 나갔다. 그만큼 기법은 더 정교해지고 계획은 더 치밀해졌다.

“사진의 완성은 인화입니다. 어떤 인화지에 어떻게 인화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에 처음 구상 단계부터 마지막 인화 단계까지 모든 것을 파악해서 작업에 들어갑니다. 최근에 선보인 <BAMBOO(대나무)> 시리즈는 한지에 인화해서 수묵화적인 느낌을 연출하고자 했습니다.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사진의 영역을 수묵화까지 확장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 모오리돌의 꿈, 메탈인화에 아크릴 디아섹액자, 120x80cm, 2010.

<선을 그리다>
<BAMBOO(대나무)> 시리즈를 선보인 장현주 작가의 여덟 번째 개인전 <선을 그리다> 展은 지난 12월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전시가 열리기 전부터 입소문을 탔던 탓에 제주도에서부터 사진 전문가들이 찾아오는가 하면 작품을 구매하려는 국내외 사진 애호가들이 이튿날부터 문정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이렇게 전시가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진으로 수묵화의 특수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수묵화의 한계성을 넘어섰다는 데 있었다.

“수묵화의 주요 매재인 먹과 한지의 이미지는 그대로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주요 소재 중 하나인 대나무는 기존의 형태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는 것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사시사철 푸른 잎을 간직하며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 된 대나무는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기 일쑤지만, 저는 구부러짐 속에서도 자신의 몸을 가누고 휘어짐 속에서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정형화된 이론에서 탈피하고자 했습니다.”

   
▲ Bamboo 30-1, 한지에 프린팅, 120x67.5cm, 2017.

한국화의 관점에서 보면 선(線)은 인간의 정신을 나타내는 주요 기제다. 그렇다면 노송처럼 구부러지고 휘어진 형세야말로 장현주 작가의 내면적 자아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고된 삶의 여로를 유연하게 지나가는 형세를 통해 정신적인 성숙을 이루고자 했던 그의 접근 방식이 기존의 사군자가 가지는 내용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관람자들에게 더 색다르게 전해졌다고 한다. 이러한 선을 강조시키기 위해 작가는 담양 대나무 숲에 이른 새벽부터 찾아갔다고 한다.

“선이 강조되기 위해서는 선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생략돼야 합니다. 하지만 숲에서 여백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눈 오는 날과 안개 낀 날 위주로 촬영해서 주변을 정리했습니다. 깨끗함만 남긴다는 것은 화려함에 도취되어 있는 현대사회의 욕망을 씻어내려는 의지와 관계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 의지를 가지려는 사람이 비단 저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사군자의 남은 소재인 매난국도 시리즈로 제작해서 물질문화에 경도되어 있는 욕망을 정화시키는 작품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 Bamboo 65-1, 한지에 프린팅, 100x56.25cm, 2017.

장현주 작가는 가나인사아트센터, GS예울마루, 갤러리나우, 진남문예회관, 화봉갤러리 등에서 여덟 번의 개인전과 다섯 번의 부스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기획사 VIVIDRO 소속작가이자 (사)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다. 여수에서 갤러리J를 운영하며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으며, 전시 기회가 적은 지방 작가들에게 무료 전시를 열어주고 있다. 서울중구문화원, 녹색연합, 부산지방법원 및 각종 환경단체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NM

   
▲ (좌) Bamboo 4-1, 한지에 프린팅, 80x120cm, 2017, (우) Bamboo 1-1, 한지에 프린팅, 80x120c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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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mboo 30-1, 한지에 프린팅, 120x67.5cm, 2017.

Bamboo 65-1, 한지에 프린팅, 100x56.25c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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