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부터 학교의 역할을 깊이 고민하고 교육의 본질을 찾아 참된 배움의 가치를 묵묵히 실천해온 학교가 있어 귀감이 되고있다. 배움을 머리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연결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공감동행’ 교육의 산실, 인성중심의 자기주도형 창의교육을 구현하는 포항 영일고등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이경아 기자/ka6161@

나눔과 배려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사랑과 봉사로 인류에 헌신하고자 한 최상하 이사장의 ‘수기위인(修己爲人)’정신을 바탕으로 오늘도 ‘아이들이 즐거운 학교’의 모범을 만들어내는 영일고등학교. “인성이 학력이다”라는 믿음으로 참봉사를 선도하는 서정윤 교장을 만나 21세기를 주도할 인성과 지성의 조화를 갖춘 학생들이 살아 숨 쉬는 교육현장을 찾아가보자.

‘변화가 혁신이다’, 100대 교육과정 최우수 학교 선정

▲ 서정윤 교장

2017년 국가 교육과정의 방향과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전국의 교육과정 우수학교를 선정하는 교육부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에 영일고가 상위 15% 최우수 학교로 선정되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학교가 학교다워야 하고, 경쟁만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학생들이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서 교장은 감사표현과 함께 ‘즐거운 학교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시키는데 더욱 역량을 쏟겠다’고 전했다.

일찍이 자체적으로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교육방송 수업을 도입한 영일고는 2002년 EBS방송국 ‘제1회 신나는 학교상 응모전’에서 최고상인 으뜸상을 차지해 특기·적성교육의 선도모델로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또 ‘EBS 교육방송을 활용한 사교육 절감방안’이라는 주제로 연구학교를 운영한 성과를 인정받아 전국의 농산어촌 학교에 책과 컨텐츠를 전파하고, 교육방송 수업의 활로를 개척했다. 특히 2008년 포항지역 고교들이 평준화 바람이 불 때 ‘오고 싶은 학생들 누구나 올 수 있는 학교’를 지향하며 스스로 비평준화를 선택해 열린교정의 면모를 보여줬으며, 2011년~2013년 ‘창의·인성모델학교’, 2012~2013년 ‘대한민국행복학교박람회 참가’ 등 우수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공감동행할 수 있는 발자취를 보였다. 더불어 2007년, 2010년, 2014년에는 특기적성 및 일반고 역량우수고로서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저력을 보여주며, 농어촌 특별전형 대상학교로서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대학진학률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영일고의 이런 괄목할만한 성과는 ‘나의 작은 변화가 혁신이다’라고 강조하는 최 이사장의 경영철학과 그 맥이 닿아있다. 수업의 변화를 통한 행복한 교실 만들기가 그 혁신의 시작이자 정점이다. 이미 10년 전부터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중심 수업으로의 변화와 혁신을 거듭해온 교사들은 활기찬 수업을 영일고만의 고유한 수업문화로 정착시켰다. 현재 대부분의 교실에서는 토론, 발표, 하브루타, 프로젝트형 수업들이 특성별로 펼쳐지고 있다. 모든 수업을 조별로 진행하고, 교사들의 강의는 불과 10분 정도로 큰 방향만 제시할 뿐, 학생들 스스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온 서 교장은 “영일고만의 교실진단기법을 활용한 토론 및 구성주의 수업 등이 바로 학생들이 즐겁게 수업 하면서도 성적이 향상되는 열쇠”라고 강조한다. 특히 2007년부터 10년째 교과별로 우수교사를 선정해 선도교사로 지명하는 ‘교실수업 개선 세미나’는 타분야 교과 수업의 강점을 나누고 소통해 선순환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교사들의 사명감을 고취시키고, 학생들의 신뢰를 자아내며 자율적이고 행복한 수업분위기 조성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인성이 중심이 된 교육’ 지역사회에 훈훈한 단비 내려
‘인성이 학력이다’라는 믿음으로 학생들의 인성함양에 앞장서온 영일고는 최 이사장의 아호이기도 한 입지(立志)에 걸맞게 신입생들은 입지관에서 1년간 생활하며 자신들의 큰 뜻을 찾는다. 또 매년 다양한 진로활동을 통해 정리한 꿈과 비전을 학부모와 교사,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비전 선포식’은 영일고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다. 무려 8일간 밤10시가 넘도록 학생들의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지고, 초청된 부모님에게 감사 손 편지를 낭독하는 등 글로 구체적 비전을 스스로 설계하고 목표의식을 함양하는데 큰 몫을 한다. ‘꿈이 있으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즐겁게 자발적으로 학습활동에 참여하게 되며, 학력도 향상될 수밖에 없다’는 서 교장의 믿음이 이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또 일찍부터 봉사활동에 남다른 발군을 이끌어온 영일고는 보여주기식 봉사가 아닌, 지역 10여 곳의 자매봉사기관을 찾아 학생들의 노래와 장애우의 손을 잡고 산책을 가거나 할머니의 어깨를 주무르는 등 교감이 있는 진정한 봉사를 펼친다. 봉사 후에는 매달 소감문을 제출해 책으로 만드는 등 참봉사란 무엇인지 몸소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영일고는 전국적 명성을 떨친 관악부의 저력을 보여주듯 ‘1인 1악기’교육을 펼치며, 1년간 배운 관악기 실력을 부모님 앞에서 선보이는 공연뿐 아니라, 전통다도예절 습득을 통해 인성과 예를 갖춘 차세대리더 육성에 사력을 다해왔다. 또 교사의 역량향상은 물론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적극 지도하고자 매년 독서 최우수교사를 선정해 시상하고, 학생들의 독서생활화를 위한 독서감상문 발표시간을 가지는 등 인성과 지성을 겸비한 인재양성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끊임없는 연구와 발전을 통해 선진형 교과교실의 모범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싶다’며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철학으로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가 서로를 신뢰하고, 끊임없는 소통과 제대로 된 교육활동으로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훌륭한 인재를 배출해내겠다’고 약속하는 서 교장의 말에서 건강한 웃음이 넘쳐나는 영일고의 긍정에너지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찬란히 빛나고 있음을 느낀다. 따뜻한 인성과 아름다운 악기선율이 드리워진 영일고의 행보에 귀추를 주목하며, 더불어 사는 대한민국의 교육지표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