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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바다, 그 아름다운 삶의 환희
2018년 01월 05일 (금) 14:41:25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지난 십일월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이재민 작가의 열세 번째 개인전 <꿈꾸는 바다, 그 아름다운 삶의 환희> 전이 열렸다. 갯바위에 부딪히는 거친 파도, 그 파도에 휩쓸리는 작은 돌멩이, 그리고 돌멩이의 선을 닮은 고래까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가득 채워진 전시였다. 처음 바다 앞에 섰을 때의 감명 그대로 시선(視線)이 아닌 심안(心眼)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신선영 기자 ssy@

바다에 서다
   
▲ 이재민 작가.
“그 누구도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재민 작가가 작품 소개에 앞서 뱉은 첫 마디다. 작업에 임하기 전 그의 심적 상태가 그대로 토해져 나온 것이다. 다시 붓대를 잡기 전까지 그는 자신의 소극적인 태도와 진지하지 못한 모습, 그리고 단절된 사고에 대해 자책하고 있었다. 이는 삶에 대한 회의를 넘어 그림에 대한 매너리즘으로 이어졌다.

“작업에 앞서 하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나는 무엇이며 왜 그리는가? 나는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가? 나의 사고는 어디에 있는가?’ 그렇기에 제 작업은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닙니다. 물고기를 낚아 올리듯 우연한 방식으로 건져 올린 것도 아니고, 버스가 길을 가듯 일정한 방식으로 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는 소재 면에서나 기법 면에서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첫 번째 개인전을 연 87년부터 90년도까지 샤머니즘에 심취해 있었고, 그 이후에는 철의 부식을 통해 시간의 속성을 관철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유비쿼터스 풍경이 일반화 돼있는 디지털 세계를 풍자하기도 했다. 현실의 변화에 따라 작품도 변화시켜 나간 것이다.

“돌이켜보면 끊임없는 자문자답의 연속이었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이 타당한 답을 갖기까지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한쪽 구석이 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답답함, 막막함, 어리석음... 지나간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종래는 트라우마로 남아 하루하루 숨만 쉬는 기분이었습니다.”

   
▲ 하얀 포말, 90.9x65.1, Oil on Canvas, 2016.

그렇게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에 못 이겨 떠난 곳이 강원도 고성이었다. 그곳에서 경직돼 있던 마음이 다시 움직이게 됐고 정체돼 있던 삶이 다시 흘러가게 됐다고 한다. 매섭게 다가와 거칠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돌파하고자 했던 지난날이 불현듯 떠오른 것이다.

“가장 먼저 후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트레스가 풀어지면서 정신이 확 들기까지 했습니다. 불길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 파도를 그려야 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찼습니다. 지난 십일월에 열린 <꿈꾸는 바다, 그 아름다운 삶의 환희> 전이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 파란바다I,193.9x130.3, Oil on Canvas, 2015.

바다를 바라보다
이재민 작가는 우선 파도에 주력했다. 파도에 내재된 힘을 주축으로 드라마틱하게 전개했다. 파도의 힘은 밀려오는 크기로도 알 수 있지만 부서지는 형태로도 알 수 있고 부서진 뒤의 물거품으로도 알 수 있다. 파도가 크면 클수록 형태도 더 넓게 부서지고 물거품도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율동이 창출하는 선과 색을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이미지로 구현해 냈다.

“제 그림이 발산하는 에너지가 억눌린 감정을 자극하고 신체적 리듬을 촉발하고 잠재된 의식을 일깨울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파도의 잔물결과 수면의 반사 빛까지 집중적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차차 고래와 돌멩이를 추가해서 바다에 실감 나는 느낌을 더해갔습니다.”

   
▲ 고래, 치솟음, 100x72.7, Oil on Canvas, 2017.

심해까지 내려가는 고래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산소를 호흡하기 위해서다. 생존을 위해 육중한 몸을 일으켜 물을 내뿜고 점프를 하는 것이다. 이 모습을 포착한 그의 고래 작품은 바다의 푸른 결속과 어우러져 순도 높은 감각을 자극했다. 파동으로 이야기하는 고래의 언어처럼 보는 이의 마음에 감명으로 와닿는 것이다.

“관객이 제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보이지 않은 에너지의 파동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돌멩이라고 할지라도 제 작품에서는 하나하나 운율을 띈 시가 되길 바랐습니다. 이러한 진지한 사유가 향후 제 작업을 또 다른 행간으로 이끄는 중요한 단서가 되길 바랍니다. 제 삶에 대한 진정성과 열정, 그리고 새로움으로 화답해 가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 고래유영(游泳), 90.9x65.1, Oil on Canvas, 2017.

이재민 작가는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 박사를 수료했다. 지금까지 열두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한중교수작품교류전, 제주국제현대미술제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현재 전국대학생디자인대전 운영위원장과 KDC국제디자인초대교류전 국제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한국시각디자이너협회, 한국미술협회, 탑, 그룹터 회원이다. 한양여자대학교 시각미디어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NM

   
▲ 바닷가 조약돌, 116.8x91, Oil on Canva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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