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얀으로부터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목소리의 주인공', 메타로부터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극찬을 받으며 전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아 온 대한민국의 자랑, 조수미.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의 프리마돈나로 데뷔하는 등 그녀. 명성황후의 아픔을 노래했던 '나 가거든'을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어느 누구나 그 안타까우면서 묵직한 울림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데뷔 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음악인들은 조수미를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당당한 한국인이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난 조수미는 어릴 때부터 무용, 성악, 가야금, 피아노 등 다방면에 걸친 폭넓은 음악적 교양을 익혔고 또 소질을 보였다.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어머니에 의해 유달리 뛰어났던 성악적 재능을 인정받고 실력 있는 성악가로 클 수 있는 집중적인 교육을 받았다. 동북 초등학교를 거쳐 선화 예술중학교와 선화 예술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했던 그녀는 고교 졸업 후 서울대 성악과를 과 개설 사상 최고의 실기점수를 받으며 수석으로 입학했다. 이때부터 그녀는 남다른 가능성을 지닌 재목으로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학교생활에 크게 만족하지 못했다. 더 넓은 세계에 나가 자신의 실력을 키우고 싶었던 욕심이 생긴 그녀는 서울대 성악과에 입학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성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로의 유학을 떠나게 된다.

거장 카라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천상의 목소리"
유학과 함께 1983년 세계적인 명 성악가의 산실인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으로 유학하면서 그녀는 비로소 그 천재성에 걸맞는 순도 높은 조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녀의 목소리에 새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 이는 음악원의 자넬라 보낼리 여사였다. 비록 그녀는 메조 소프라노였기에 음역은 달랐지만 그녀는 조수미의 고음을 연마시켜주고 완벽한 성악적 테크닉을 갖추는데 큰 공헌을 했다. 음악원 유학 불과 2년 만에 나폴리에서 개최된 존타 국제 콩쿠르를 석권하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시칠리 엔나 국제 콩쿠르는 물론 198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란시스 비너스 국제 콩쿠르, 남아공화국 프레토리아 국제 콩쿠르, 이태리 베로나 국제 콩쿠르 등을 석권하며 노래의 나라 이탈리아를 거점으로 미래 거장으로서의 발판을 굳혀나갔다. 1986년,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역으로 이태리 트리에스테의 베르디 극장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이후, 1988년에는 조수미의 오페라 인생을 세계 정상의 무대로 이끌어 올리는 계기가 되는 큰 전환을 맞이하는데 이것이 바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의 만남이다. "신이 내린 목소리",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목소리"라는 카라얀의 극찬과 함께 오디션에 초청되는 영광을 누렸으며 카라얀의 급작스런 서거로 게오르그 솔티 경이 대신 지휘했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의 '오스카'역으로 출연했다. 또한 '잘츠부르크의 카라얀'이라는 비디오 녹음과 함께 조수미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그녀는 앞만 보며 달리는 콜로라투라의 대가로 이태리 라 스칼라, 런던 코벤트 가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 등 세계 정상급 오페라 하우스와의 공연에서 주역으로 출연해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에게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금세기 최고의 콜로라투라
성악의 꽃인 오페라에서 그녀는 질다(리골레또, 베르디), 밤의 여왕(마술피리, 모짤트), 루치아(루치아, 도니제티), 로지나(세빌랴의 이발사, 로시니), 노리나(돈 파스콸레, 도니제티), 아디나(사랑의 묘약, 도니제티), 체르비네타(낙소스의 아리아드네, 슈트라우스), 소피(로센카발리어, 슈트라우스), 수잔나(피가로의 결혼, 모짤트), 라크메(라크메, 들리브), 디노라(플로메의 용서, 마이어베어), 올림피아(호프만의 이야기, 오펜바하), 아미나(몽유병의 여인, 벨리니)의 배역을 맡아 격찬을 받았으며 이외에도 벨리니의 청교도, 로시니의 오리백작 등에 출연한 바 있다. 특히 <마술피리>에서의 밤의 여왕 역은 그 높은 음을 소화하는 소프라노가 세계에서 두세 명 정도에 불과한 까다로운 배역인데도 그녀는 그녀만의 독특한 곡 해석으로 지금까지도 전 세계의 공연장에서 초청을 받고 있다. 그녀의 고음처리는 아주 맑고 자연스러운 세계 최정상급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특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1912년에 작곡한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의 체르비네타의 노래는 최고음(F\#)으로써 20분이 넘도록 쉬지 않고 불러야 하는 고난도 곡이기에 1916년 이후는 수정 본으로 공연되고 있었는데 조수미는 세계 최초로 수정되지 않은 원본으로 프랑스 리옹에서 켄트 나가노와 녹음을 했다. 또한 크리스털처럼 맑고 고운 그녀의 콜로라투라는 오페라 문외한에게도 큰 호소력을 발휘한다. 안정되고 기민한 호흡과 메사디 보체, 폭포수가 떨어지는 듯한 아질리티, 종달새가 부럽지 않은 레가토 등은 그녀가 금세기 최고의 콜로라투라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 그 동안 오페라계에서 등한시 돼 왔던 프랑스 콜로라투라, 벨칸토 작품을 되살리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던 그녀는 항상 끊임없는 시도로 예술가로서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으며, 칼라스와 서더랜드의 뒤를 잇는 이 시대 최고의 벨칸토 소프라노로 인정받고 있다. 한편 그녀는 지난 2007년 말, 자신의 노력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조수미의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조수미는 전 세계의 가슴을 울린 프리마돈나가 된 그녀가 세계적인 소프라노가 되기까지의 인생담, 꿈에 대한 회상을 담은 것은 물론 자신이 만난 사람들, 즉 어머니, 스승, 지휘자, 가수, 애인 등에 대한 이야기와 조국에 대한 사랑, 그리고 동물에 대한 사랑까지도 고스란히 담겨 있어 조수미의 열정적인 삶의 전모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을 빛낸 그녀에게 고국도 김수근 문화상, 대한민국 문화훈장, 해외동포상 등을 수여하면서 그녀의 큰 업적을 인정하고 있다. 전 세계들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뽐내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고국에 대한 사랑을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는 그녀는 지난해 12월 MBC 예능 간판 프로그램인 '무릎팍 도사'에도 출연하면서 국내 팬들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한 바 있다. 앞으로도 그녀는 전 세계에서의 러브콜을 소화하기 위해 바쁜 일정을 보내겠지만 그녀는 변함없이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대한민국의 힘이 될 것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