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암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방사선 요법’과 ‘화학 요법’은 장단점이 극명하다. 암 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지만 동시에 건강한 세포도 함께 파괴하는 단점이 있다.

정재원기자 jjw@

▲ 충남대학교 재료공학과 김종오 명예교수

‘항암백신’은 환자의 체외에서 활성화시킨 면역세포를 혈액으로 주사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제조단계가 복잡하고 비용이 비싼데다 몸속에 주입한 백신이 원하는 곳에 얼마나 도착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항암제 역시 초기에는 암 성장을 억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살아남은 암 세포가 다시 성장하는 문제점이 있다.

국내 최초, 자성(磁性) 띤 미세입자 이용해 암세포 표적치료 신기술 개발
지난 2005년 2월, 연합뉴스를 비롯한 국내 주요 언론매체들은 “자성(磁性)을 띤 미립자를 이용해 암세포만 골라 죽이고 방사선 치료를 몸 안에서 하는 획기적인 신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혁신적인 암 치료방법으로 초미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충남대 재료공학과 김종오 교수는 당시 "대학 내 ‘고기능성 자성재료 연구센터’에서 연구한 결과 자성 미립자에 항암제를 코팅하는 방법과 방사선동위원소를 포함시키는 방법을 개발, 암치료의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최대화하는 기술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10나노 크기(1억분의 1m)의 자성 미립자에 항암제를 코팅한 뒤 몸속에 주사하고 암에 걸린 부위에 자기장을 만들어주면 이 미립자들이 암세포에 집중된다. 김 교수는 또 “방사선동위원소를 포함한 자성 미립자를 개발, 이를 몸속에 주사한 뒤 암에 걸린 부위에 자기장을 만들어주면 암세포에만 방사선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성 미립자 이용 치료기술은 일반 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암세포만 골라 죽일 수 있으며, 몸 안에서 방사선 치료를 할 수 있어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자성 미립자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법은 이후 2008년, 미국에서 특허 등록 됐다. 이후 김 교수의 연구는 국내 후배 세대에게 이어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는 “카이스트 연구팀이 금 나노입자 표면에 암 모델항원과 면역보조제를 결합해 ‘금나노 항암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 와이어로프 자기진단장비 자기센서의 감도 분석표

작은 금 나노입자를 이용한 항암백신을 근육주사하면 면역세포가 모여 있는 림프절로 백신이 직접 이동하는데, 백신은 암에 특이적인 항체를 생산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킨다. 또 나노입자는 엑스레이와 CT(컴퓨터 단층촬영) 같은 영상기기로 위치추적이 가능해 백신이 목표한 조직에 잘 전달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 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연구팀이 개발한 ‘실리카 나노 입자 전달체 치료법’은 실리카 소재의 나노 입자에 항암제를 넣고 천연 미네랄 인산칼슘으로 껍질을 씌운 약물 전달체를 만들어 암세포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개발된 나노 입자 전달체들은 대부분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약물이 흘러나오는 문제점이 있지만, 산성도가 일반 세포보다 낮은 암 세포에만 반응하도록 설계하였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다.

연세대 천진우 교수(화학과) 공동 연구진은 자성(磁性)을 띤 나노 스위치로 암세포의 자살 신호를 원하는 시간에 특정 부위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방법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 또한 충남대학이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 (World Class University : WCU)육성 사업에 선정되는데 큰 기여를 했던 (前)충남대학교 재료공학과 김철기 교수는 자성 나노입자를 암 검사체로 이용될 수 있도록 연구하여 상당한 연구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었다. 김종오 교수로부터 연구가 촉발된 ‘나노표적 치료기술’은 이 밖에도 국내외에서 다양한 형태로 응용 개발되어 임상 중이다.

국내 재료공학계의 거봉 김종오 명예교수, 연구 지속 할 것...
김종오 교수는 서울대이학사 출신으로 1984년, 일본 도후쿠대학 공학박사(응용물리)를 취득했다. 1978년부터 2007년까지 충남대학교 공과대학 재료공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1979년부터 1980년까지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객원교수로도 활동했다. 1981년부터 1982년까지는 일본 토후쿠대학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충남대학교 기획실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일본유학을 마치고 충남대학교에 부임한 후 학위과정 연구테마였던 ‘버블도메인의 자기구조연구’와 더불어 ‘비정질자성재료연구’를 최초로 수행하여 국내에 많은 연구를 유발시켰다는 평을 얻고 있다.

▲ 김종오 교수로부터 연구가 촉발된 ‘나노표적 치료기술’은 국내외에서 다양한 형태로 응용 개발되어 임상 중이다(와이어로프 자기진단장치)

한국재료학회, 이사, 부회장, 회장을 두루 역임했다. 또한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충남대학교 ‘고기능성자성재료연구센터’ 소장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당시 센터의 연구원은 많은 대학의 교수와 연구소 연구원으로 조직하고 첨단연구와 실용개발연구를 수행하여 450편의 논문, 25건의 특허, 석박사 112명 배출, 기업체 기술지도 및 이전, 국내외 학술발표회 개최, 그리고 기업체와 콘소시엄 공동연구 등 다양한 업적을 쌓았다. 현재는 충남대학교 명예교수이면서 ㈜중앙진공의 기술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과학재단 우수연구 성과로 평가되기도 한 ‘자성나노입자의 의학적 응용연구’가 활발히 국내외적으로 진행되는 토대를 만들었으며 이후에도 많은 새로운 연구 성과를 도출하였다. 충남대학교 퇴직 후인 2010년에도 김 교수는 소방방재청의 “자기진단와이어 첨단검사장비 연구개발”을 수행하여 기존제품보다 감도가 좋으면서 생산비가 저렴한 와이어 검사장비를 개발하기도 했다. 김 종오 교수는 “퇴직 이후에도 끊임없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국내 미개척 재료공학 및 응용의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