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수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 신창수 교수

나는 지진 전문가가 아니다. 전공은 인공 지진을 일으켜 땅 또는 바다 밑의 지하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병원에서 사용하는 초음파 영상진단기술과 비슷함)를 영상화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석유 부존지역을 정확하게 찾는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컴퓨터 연산속도로는 정밀한 지하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수천억에서 수조원의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전 세계 지진 자료를 이용하여 범지구적인 구조를 영상화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우수한 지진학자들이 한반도 지각구조 및 전 세계 지구구조 파악을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그 수준도 World Class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자연지진 자료를 얻기 위하여 수많은 지진계를 전국에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주에 발생한 포항지진에 대하여 여러 논란이 있다. 그 가운데는 지열발전 건설과 관련하여 수행한 수압파쇄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일부학자의 주장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인지 아니면 지열발전소건설에 의한 유발지진인지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11월 24일 공청회도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문제를 확실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2차원 내지는 3차원 탄성파 탐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3차원 탐사는 매우 고가이다. 예를 들어 100평방 km를 탐사하는데 약 천억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탄성파 자료를 전산 처리하여 얻은 포항 및 경주 지역의 3차원 지하 지질구조영상을 얻는다면 포항 지진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2차원 탄성파 탐사는 비용은 비교적 싸나 정확한 영상을 구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장비나 인력이 역부족이다. 육상 탄성파 탐사는 폭약 발파나 땅을 떨게 하는 바이브로사이즈가 필요하다. 그러나 조사지역이 도시근처이고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라 탐사 경비보다 민원이 발생하여 토지 보상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민간인에게  피해가 적고 잡음 없는 탄성파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약 10에서 20미터의 시추공 내에 지오폰(땅의 울림을 재는 마이크 같은 장비)을 묻고 시추공 내에서 발파하는 방법으로 자료를 얻어야 한다. 이 화약 발파에 의해 인공지진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적다. 탐사 단가 및 보상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장비와 인력을 확충하여 탐사를 해야 한다. 3차원 탐사면 더 좋다. 3차원 탐사는 국내에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며 중국의 국영 석유회사의 CNPC 산하 기관인 BGP가 전 세계 시장의 거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BGP의 탄성파 탐사 기술은 독보적이며 우리나라가 배울 것이 많다. 외국과의 탐사기술 이전 등을 조건으로 3차원 탐사를 해볼 만하다. 이러한 탄성파 탐사를 함으로서 포항 지진이 자연지진인지 아니면 지열 발전소의 수압파쇄에 의한 것인지 규명할 수 있으며, 그 지역의 단층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여 활단층인지 아니지를 판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비용이 많이 들지만 반드시 해야 된다.

포항지진이 어떤 이유에 의한 지진이었든 인명피해도 상당하였고 재산피해도 많았다. 우리는 좀 더 과학적으로 경주 포항지진 및 여타 지진에 대하여 연구해야 한다. 땅속일은 100% 단언할 수 없다. 최첨단 기술과 과학을 동원하더라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100% 단언해서 땅속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안다면 이 세상의 석유와 지하자원은 다 찾았을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포항지진의 원인에 대하여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하여 지구과학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수적으로 육상 탄성파 기술을 자립화할 수 있는 초석이 되며 후학들에게는 지구과학을 보다 세계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 부지, 방사성폐기물 및 심부지열발전을 위해서는 그 지역의 상세한 지하구조를 아는 것이 필수이다. 그리고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과학 기술에 대해서는 보다 상세한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여야 하며 필요하다고 인정 시에는 예산을 더 투자하여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술 개발을 해야 할 것이다. 과학자 및 기술자가 제안한대로 성공한다면 우리는 23세기에 살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이다. 과학자와 기술인들은 혹세무민하여서도 안 된다. 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