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오랜 기간 ‘차가운 이성’으로 진료하도록 교육받은 사람들이다. 환자와 필요이상으로 정서적 교감을 나눌 경우 진료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의사들도 많다. 테크놀로지에 의지하는 현대의학의 속성과 최소의 시간으로 최대의 환자를 봐야하는 상업적 의료 현실은 더욱 의사들을 인술(仁術)에서 멀어지게 한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의사의 사명이란 본래 생명을 존중하고 환자에 대해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환자에 대한 의사의 따뜻한 관심은 환자의 치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의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환자에게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오고 이는 병을 이겨낼 수 있는 큰 무기다. 의학은 근본적으로 사람의 일이며 환자에 대한 애정 없이는 완수할 수 없다. 환자가 겪는 질병의 고통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의사만이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혁신 ‘열나요’
흔히 우리가 ‘의사’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단순히 진료실에 앉아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이다. 신재원 ㈜모바일닥터 대표는 이러한 의사의 이미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힘쓰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 신재원 대표

서울대 의대 출신의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신재원 대표는 MBC 의학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지난 2010년 아이티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대한민국 의학기자 최초로 현지까지 파견되어 현장을 취재하고 수술에도 참여하는 등 기자와 의사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바 있다. 평소 질병의 ‘치료’와 함께 근본적인 ‘예방’에 끊임없는 고민을 거듭했던 그는 지난 2013년 디지털 헬스케어회사인 모바일닥터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야간에 부모들에게 응급 의료상담을 제공하는 모바일 앱 ‘모바일 소아과’를 개발한 데 이어 인하공대와의 산학 협력 연구로 영상 디포깅(defogging) 기술을 이용한 내시경 영상 개선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영유아 체온관리 모바일 앱 ‘열나요’ 개발에 성공하며 육아맘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신 대표는 ‘열나요’ 앱의 개발을 위해 의사 및 개발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속적인 연구를 거듭해왔다. 그는 “하룻밤에만 열이 나는 아이가 국내에서 몇만 명에 달한다”면서 “엄마들에게 아이들이 열이 날 때 대처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면 유용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출산·육아 카테고리에서 다운로드 수 기준 5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무료 앱 ‘열나요’는 3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된, 국내 육아맘들의 필수앱이다. ‘열나요’ 앱는 아이의 체온, 해열제 복용, 예방접종 여부 등 아이의 현재 건강 상태와 관련된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해열제를 얼마나 먹여야 하는지, 병원에 가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인지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앱으로 수집된 질병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매일 어떤 질병이 유행하고 있는지 엄마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 역시 ‘열나요’의 강점이다. 이러한 우수성을 바탕으로 ‘열나요’는 해외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신재원 대표는 “열나요 3.0 차기 버전을 선보일 것”이라며 “영어·중국어·일본어 버전도 준비 중이다. 구형 테스트 버전을 일본에 출시했는데 다운로드 수가 4000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의료계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 기업인 모바일닥터는 최근 수족구, 구내염 관리에 특화된 ‘열나요 수족구’로 다시 한 번 육아맘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열나요 수족구’는 아이의 손이나 발, 몸통 등에 발진이 생겼을 경우 발진의 위치나 개수, 사진 등을 입력하면 수족구병 가능성을 자가 진단할 수 있다. 신재원 대표는 “수족구병과 구내염에 걸렸을 때 엄마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아이의 먹는 양이나 체온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면서 “특히 뇌수막염 등 합병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바로 병원으로 가라고 알려주는 등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신 대표는 현재 세계 최초로 독감을 진단하는 머신러닝 기반의 독감진단 스크리닝 기기를 개발,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도움을 주는 한편, 의료진에게도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신 대표는 “모바일닥터가 보유한 데이터는 병원 방문 전후 변화와 일련의 상태가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병원이 보유한 데이터와 다르다”면서 “모바일닥터의 데이터를 활용하면 의사와 이용자에게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신 대표는 웨어러블 인공지능 체온 측정계도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 “아기의 체온 변화를 바로 측정하는 ‘패치형 체온 측정기기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까지 인공지능을 연동해 인공지능이 아기의 열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부모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작은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신재원 대표. 그는 “앞으로 소아 열성 질환 쪽에 집중해 아이들 건강관리 대표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진단기기 회사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의료계의 스티브 잡스가 되기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