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8일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인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안대희 후보는 서울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대희 후보자는 “부족한 제가 더 이상 총리 후보로 남아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 안대희 전 대법관

사퇴와 함께 안대희 후보자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늘어난 재산 11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는 약속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약속한 만큼 기부는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한편 안대희 후보자의 사퇴는 특히 개혁을 추진할 간판으로 내세운 대법관 출신의 안대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못하고 엿새 만에 전격 사퇴함에 따라 정부와 청와대의 개편이 또 다시 원점에서 돌아가게 됐다.

차떼기 수사로 ‘국민검사’ 별칭 얻어
안대희 전 대법관은 1955년 경상남도 함안군에서 태어나 1980년 서울대 행정학과 재학시절 제1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당시 최연소 검사로 임용됐다. 이후 안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2·3부장을 거쳐,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 과장을 2번 역임하는 등 32년간 검찰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경험을 쌓아왔다. 이후 2006년 대법관에 임명됐고 2012년에 대법관에서 퇴임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시 동기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했으며, 지난 2003년 대검 중수부장 때는 나라종금 사건과 관련해 안희정 현 충남지사 등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을 구속, 노 전 대통령과 여러 가지 인연을 맺고 있다.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불법 대선자금을 파헤치며 현역 의원들을 줄줄이 구속해 이름을 날렸고 불법 대선자금 수사 중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겨진 자금을 찾아내고 환수 조치해 추징금 환수 시효를 늘려놓기도 해 당시 ‘국민 검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2012년 대법관 임기를 마친 뒤에는 잠시 변호사 활동을 하다 새누리당 대선캠프에 영입돼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박 대통령의 정치쇄신 대선공약을 성안했다. 총리에게 장관 제청권을 부여하고, 장관에게 부처 및 산하기관 인사권을 보장하는 등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끊는 조치라든지, 측근 비리 근절을 위한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 불체포특권 폐지 등 국회의원 주요 권한 손질,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등이 대표적인 정치쇄신 공약이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대선 캠프에 나라종금 사건으로 실형을 받았던 한광옥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영입하자 “무분별한 비리 인사 영입을 납득하지 못한다”며 당무를 한때 중단했고, 박 대통령이 자신의 뜻과 달리 대검 중수부 폐지 공약을 발표할 때는 연단 뒤에 서서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는 안 전 대법관이 대선 캠프 출신이지만 자신의 색깔이 강해서 청와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었다. 업무 면에서 원칙을 고수하는 소신파이며, 다소 깐깐하다는 인상과는 달리 온화한 성격이라는 평이다. 검사 시절 특수분야를 오래 맡으면서도 흠결이 거의 없을 만큼 자기관리에도 철저해 ‘청렴’의 이미지도 지녔다. 법원이나 검찰 청사와 가까운 강남에 터전을 잡는 대다수의 법조인과는 달리 서대문구 홍은동의 아파트에서 25년 넘게 산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 후보자는 최근 남산 기슭의 신축 대형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 불법 대선자금 수사서 눈 여겨 봐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난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강단 있게 밀어붙이는 안대희 전 대법관을 눈여겨보았다고 한다. 이후 박 대통령은 ‘삼고초려’ 끝에 안 후보자를 영입해 당 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고, 안 전 대법관은 당시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등 업무 면에서도 박 대통령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 출신인 정홍원 총리에 이어 후임 총리 후보자도 검찰 출신이라는 점과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이면서 안 전 대법관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오랜 법조 생활을 통해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는 소신과 풍부한 경험, 깊은 경륜을 갖춘 분”이라며 “하루속히 내각의 전열을 재정비하고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미래의 희망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데 진력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