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하도급 관행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는 중소기업이 대 정부 청원을 위한 인터넷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다음과 네이버에서 펼쳐지고 있는 청원운동에 동참한 인원만 2만여 명을 넘어서고 있다. 세월호 여파로 백일하에 드러난 ‘관피아’ 문제로 전 국민이 유례없는 실의와 허탈함에 빠져 있는 이때, 또다시 이런 유사한 관행들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정재원 기자 jjw@

▲ 아하엠텍 안동권 대표

5월 하순 토요일 오후, 당진 아하엠텍 공장 사무실에서 안동권 대표를 만나 이번 사건의 개요를 들었다. 많이 힘들어 했지만 오랜 동안 소송에 시달려온 사람처럼 지쳐 있는 모습만은 아니었다. 젊고 패기 있는 기업인으로 알려진 안 대표는 말에 희망을 담고 있었으며 결국 이겨내고 말겠다는 단호함이 엿보였다. 안대표의 구술 및 참고 자료에 따른 일자별 진행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관피아 그리고 대기업,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2008년 6월 6일~2009년 12월 31일: 총 공사금액 631억원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화성공장 건설공사 프로젝트를 롯데건설이 수주 받아 상당부분의 공사(기계, 배관)를 아하엠텍에 하도급 발주하였다. 초기 아하엠텍에 발주한 계약금액 231억원은 현재 정산완료 상태이다.

▲2008년 6월 6일~2010년 2월 28일: 본 공사 진행하면서 발생한 추가공사 대금에 대하여롯데건설과의 미계약된 금액은 무려 147억원 상당이라고고 한다. 현재까지도 계약 외 추가물량공사에 대한 변경계약을 해 주지 않은 상태에서 147억원 중 53억을 제외한 ‘94억원’(아하엠텍 측 계산액)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아하엠텍은 롯데건설의 구두 협약과 서면으로 약정하고 때로는 이메일 통신 등에 의해 신뢰를 바탕으로 공사 지속했으나 공사 완료 후 롯데건설은 추가 공사에 대한 정식계약 없었다는 점을 문제 삼아, 특별한 이유 없이 추가공사대금 지급을 거절했다.

▲2010년 4월 12일: 아하엠텍, 본 건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

▲2011년 3월 11일: 조사담당 사무관, 별다른 이유 없이  11개월간 시간 지체하며 업무를 회피시켰다. 아하엠텍의 진정으로 공정위는 담당자를 교체하여 우여곡절 끝에 심사보고서가 완성되어 심의위원회에 회부되었다, 그러나 안 대표는 당시 담당 서기관으로부터 “공정위가 대기업을 상대로 하면 대부분 패소한다. 민사로 가라”는 등 “편파적 심결을 예고하는 발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최종 심결당시 심판위원장은 직접 “공정위는 돈 받아 주는 곳이 아니다. 민사로 청구하라”고 발언하며 1차 심결 이후 추가 공사에 대한 ‘서면미발급행위’, ‘부당 하도급대금 결정행위’에 대한 구체적 사실 인정의 조사내용이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며 심판을 피심인에게 유리하도록 진행했다“고 안 대표는 호소했다. 안 대표는 이어 ”형사판결에 불복하는 피고인이나 검사는 항소를 통해 재심 청구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사법제도를 준용하는 공정위 심판절차에서는 불복이 있는 피심인에게만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며 ”형사사건의 검사에 해당하는 심사관에게는 불복절차가 없어 사실상 피해자 보호를 위한 어떠한 이의 신청도 법제상 불가능하다“며 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2011년 8월 10일: 롯데건설은 공정위 조사에 대한 판결을 이틀 앞두고 거꾸로 아하엠텍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였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일부 대기업의 횡포는 여전하다”며 “이런 것을 바로잡지 못하면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희망이 없다.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1년 8월 12일: 공정위 심결 1차 판결(2011년 5월 20일) 후 본 건 2차 심판결과도  다시 이유 없이 ‘일시적 판단 유보’를 평결하였다. 안 대표는 “일시적 판단유보는 15일 이었는데 롯데건설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부당한 행태”라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대해 더욱 분노하는 안 대표는 “어떻게 경제경찰이라 자부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심결한 내용을 롯데건설과 사전협의하여 무혐의 경고 조치로 끝났다는 말이 있을 수 있느냐? 이래서 ‘관피아’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2011년 8월 19일: 일시적 평결 유보 기간이었던 8월 19일 현재, 롯데건설은 예고 없이 아하엠텍에 공사대금 중 일부인 28억 39만원을 일방적으로 송금하였다. 롯데 측은 본 금액을 최종 합의금으로 한다는 일방적 내용증명을 익일 아하엠텍에 발송했다. 당시 롯데 내부 소문을 우연히 입수한 안 대표는 “본건 공정위 조사는 무혐의로 끝난다. 무조건 공사대금을 아하에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당시의 소문내용은 공정위 2차 최종평결에서 그대로 재현되었다.

▲ 아하엠텍은 PAM(Parts Assembly Manufacturing)시스템 구축과 기술 집약 아이템 패키지화 등으로 성장을 거듭해 연매출 750억원에 이르는 종업원 250여명의 안정된 중견회사로 성장했다

▲2011년 9월 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아하엠텍의 진정에 따른 조사결과 공정위 담당 조사관은 롯데건설에 대해 ‘부당한 하도급 대금 113억, 과장금 32억 3,600만원 및 벌점 3점’ 의 심결내용을 심사위에 상정하였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위원장은 이유 없이 기소내용을 무시하고, 위 구형을 모두 ‘무혐의’와 ‘경고’로 심의 종결했다. 당시 판결에 대한 의견은 “당사자의 주장이 상반되고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기 때문에 법위반 여부 판단이 불가능하여 심의절차를 종료 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애매한 평결 내용과 판결을 내린 심결위원장은 판결 후 불과 3개월 후 처음부터 계속하여 롯데건설의 법무업무를 대리한 법무법인 공정위 담당 변호사로 이직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공정위 심판실 서기관은 이후 총리실로 영전해 근무 후 현재 공정위로 승진과 함께 복귀하였다. 여기서 안 대표는 공정위에 말한다. “당사자의 주장이 일치하면 왜 공정위로 가겠는가. 법률적인 판단과 하도급법을 다루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정위에서 사실관계조차 확인이 불가능하여 법 위반여부를 판단하지 못한다고 심의절차를 종결하고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을 민사로 몰아 세운다면 공정위 자체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 아닌가”라며 정부기관을 원망하며 끝내 눈시울을 붉혀 취재기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다.

▲2014년 2월 19일: 서울 지방법원 롯데건설의 ‘채무부존재 및 아하엠텍의 ’공사대금청구소송‘의 결과가 판결되었다. 아하엠텍의 안동권 대표는 “재판장은 재판장이 지정한 감정인의 감정결과에 대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반대 이유 없이, 또한 사건 당시 롯데건설의 기계팀장이었던 증인의 “롯데건설이 탱크공사 추가비용 등 공사대금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명백한 ’양심 증언‘ 까지 증거로 채택하지 아니하며 롯데건설의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평결이 내려졌다“고 호소하였다. ”법원이 지정하는 감정인의 감정금액만 해도 대략 74억원이고, 당시 롯데건설의 직원이었던 증인이 법정 양심 선언한 인정금액도 8억 3,000만원이었는데 재판부는 모두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일방적인 판결로 끝내 회사는 롯데건설의 5년째 계속된 횡포를 이기지 못하고 은행관리신청(워크아웃)을 하였다“며 억울한 마음을 호소하는 안대표의 모습 속에 안타까운 중소기업의 현실을 보며 기자는 더 이상 취재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공정위, 재수사하여 사실관계 명확히 밝혀야...
하도급에 의한 건설공사에 있어 원사업자의 ‘서면미발급행위’ 및 ‘부당한 하도급대금결정행위’를 위법한 것으로 하는 법률(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및 4조)의 입법 취지는 “원사업자가 우월적인 취지를 이용해 추가 및 변경공사가 필요할 때마다 그 즉시 변경계약을 해 주지 않을 경우, 하도급자로서는 향후 복잡한 자재 및 인건비 등 수익구조 산출자료 등을 구비해 민사소송을 할 수 밖에 없으나 어수선한 건설현장 구조 및 도급자의 과실 등으로 입증자료를 적시에 구비할 수 없는 경우 현실적 애로가 있는 것을 고려해 사회적 약자인 하도급자를 보호하려는 정책”에서 규정된 것이다.

안동권 대표는 “롯데건설의 하도급법 위반 사항을 무혐의 처분한 ‘공정거래위원회 2010하개1221호’ 사건을 재수사 해 줄 것을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께 강력히 바란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당시 이번 사건을 최종평결한 공정위 심판위원장이 판결 3개월 후 롯데건설의 법무대리법인의 공정위 담당 변호사로 이직한 점은 의혹을 부르고 있다. 그리고 당시 공정위 서기관의 “공정위가 대기업을 상대로 하면 대부분 패소한다. 민사로 가라”는 발언은 그 곳의 현실적 관행을 내포한 말일지 모른다. 그러나 약자의 편에 서있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생사를 가를만한 큰 사안이 걸려 있는 기업인에게는 치명적인 언사가 될 수 있다. 공정위 뿐 아니라 냉엄한 법 집행을 원칙으로 하는 재판부까지도 이러한 관행으로 얽혀 있는 것 아니냐는 기업인의 하소연은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누구도 쉽게 흘려들을 수 없을 것이다.

위기에서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하며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강소기업 아하엠텍

▲ 아하엠텍 회사전경

1995년 설립된 아하엠텍(대표이사 안동권)은 다른 기업들이 무너지던 IMF때 오히려 급성장하며 연매출 750억원에 이르는 종업원 250여명의 안정된 중견회사로 성장했다. 국내 뿐 아니라 수출 주도 사업을 하고 있는 아하엠텍은 사우디 아람코 플랜트기기, UAE 플랜트 및 원자력 발전기기, 중소기업 최초 인도네시아 담수플랜트 수출사업, 우즈베키스탄, 태국 등에 수출로 연평균 4,000만불 이상의 실적을 올릴 만큼 업계의 독보적인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하엠텍은 PAM(Parts Assembly Manufacturing)시스템 구축과 기술 집약 아이템 패키지화 등으로 멈출 줄 모르는 성장을 이어왔다. 충남 당진이 고향인 안동권 대표. 원칙과 신용을 사업신조로 삼고 있는 그는 지난 1993년 인천 도화동 천막공장에서 2명의 직원과 함께 아하정밀을 창업해 반도체장비용 금형을 만들었고, 1995년 인근 송림동에서 플랜트 기자재를 개발하는 아하엠텍을 창업했다. 바닥부터 성장해온 안대표는 그만큼 견고하다.

그럼에도 충남이 낳은 젊은 혁신 기업인 안동권 대표는 젊으면서도 신중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각종 품질자격 인증서 취득과 풍부한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아하엠텍은 2008년 한국경영대상 품질경영부문 최우수상 수상과 2010년 충청남도기업인대회 경영대상 수상을 비롯하여, 2011년에는 충남형 강소기업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거두었다. 올해 3월에는 상공인의 날 대통령표창까지 받은 ‘수출 중심의 강소기업’이다. 올해 나이 만 50세, 국내 최고의 플랜트기업을 일군 젊은 CEO 안동권 대표는 지금도 “신뢰와 패기 하나로 오늘에 이르렀다”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나 되어 고통을 감내하며 같이 하고 있는 임직원들이 고맙다. 협력관계에 있는 모든 거래선들이 합심하여 도와주려 애쓰고 있다. 특히 부도의 우려 속에서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현대, SK, 대림, 삼성, TOYO 등 고객사의 잊을 수 없는 은혜에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반드시 이 상황을 이겨내고 글로벌 기술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 회사를 하루속히 정상화시키고 지역사회 발전과 사회적 책임을 다 하겠다”고 강한 의지와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