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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세력 주민투표 강행
투표 바탕으로 독립공화국 건설 움직임
2014년 06월 03일 (화) 11:27:16 황태희 기자 webmaster@newsmaker.or.kr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세력이 분리독립 의향을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한 뒤 곧바로 자체 정부 수립에 나섰다. 5월12일 BBC 등에 따르면 전날 주민투표를 실시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선거관리위원장 로만 랴긴은 투표가 끝난 직후 유권자의 89%가 분리독립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루간스크주는 94~98%가 찬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러나 BBC는 밀폐된 기표소조차 설치되지 않았고 선거인 명부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투표용지는 마구 복사됐고, 신분을 확인하지도 않아 중복 투표를 하는 데 어떤 걸림돌도 없었다. 도네츠크시 인근에서는 찬성 표시된 투표용지 10만장을 싣고 가던 무장요원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유혈 사태도 일어났다. 도네츠크주 크라스노아르메이스크에서는 정부군이 친러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최소 2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러시아가 조직한 범죄적 익살극”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주민투표를 ‘러시아가 조직한 범죄적인 익살극’이라며 불법으로 간주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도 주민투표가 불법이라고 비난하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분리주의 세력은 투표를 바탕으로 독립공화국 건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공동의장 데니스 푸실린은 “도네츠크 영토에 있는 모든 우크라이나 군대는 불법”이라며 “최대한 빨리 정부기구와 군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독립적인 정부 구성과 현 분리주의 민병대를 주축으로 하는 군대 창설이 끝나면 다른 동남부 지역들과 연대해 동남부 전체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독립국가(노보로시야) 건설을 시도할 수도 있다. 동남부 통합국가까지는 아니어도 우크라이나 정부에 연방제를 요구할 토대는 이번 투표로 다져 놓았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주민투표를 연기하라고 요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푸틴이 주민투표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 연방제를 압박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크렘린궁은 “최종 개표 결과를 보고 푸틴 대통령이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일단 주민투표를 승인하되 합병이 아닌 연방제 방식으로 동남부를 러시아 영향권에 둘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지역이 주민투표를 강행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조기 대선도 반쪽짜리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분리주의 세력은 대선을 거부하고 있다. 한편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대행이 5월11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서 실시된 주민투표를 비난했다고 AFP통신이 밝혔다. 투르치노프 대행은 5월12일 “분리주의 테러세력에 의해 실시된 주민투표는 살인, 납치, 폭력 등 기타 심각한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선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과정은 러시아 연방에 의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의 경제를 훼손하고 국민의 삶과 복지를 위협해 우크라이나 상황을 불안정하게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 선거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전날 치러진 주민투표가 어떠한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언급하면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우크라이나 동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할 뜻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 러시아에 대한 3단계 제재 결정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EU 외무장관들은 5월12일(현지시간) 개인 13명과 기업 2개를 제재 대상으로 추가하는 데 합의했다고 EU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제재를 받게 된 기업은 크림 기업으로 병합 이후 러시아 당국에 몰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러시아 및 크림공화국 인사 48명이 EU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 EU 외무회의에서 추가 제재가 승인됨에 따라 제재 대상자는 61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추가 제재 대상자는 EU 관보를 통해 추후 공시될 예정이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대선을 앞두고 EU는 러시아의 행위에 따라 3단계의 강력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 이후 EU는 1, 2단계의 제재를 가했지만 기존의 제재로는 러시아에 실질적인 압력을 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U는 그동안 러시아의 보복 조치를 우려해 3단계 제재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동부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강력한 제재를 준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EU는 이와 함께 러시아 금융사들과 가스프롬 등 에너지 기업에 대해 거래 금지 등의 제재 등을 마련하고 있으며 무기 금수도 고려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인 디디에 부르칼테르 스위스 대통령이 참석해 우크라이나 사태의 중재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OSCE의 평화안은 우크라 정부군과 분리주의 세력 간 휴전, 긴장완화 조치 시행, 대화기구 설립, 민주적 선거 실시 등을 담고 있다. 부르칼테르 의장은 지난 5월7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 사태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부르칼테르 의장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실시된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불법”이라면서 “국제사회는 동부 지역 주민투표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랑스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계약 파기 압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예정대로 상륙함을 수출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월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이미 상륙함 계약이 체결돼 러시아가 대금도 지불했다”며 “프랑스는 수출계약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계약 취소 시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데 이는 온전히 프랑스의 손해가 된다”며 “유럽연합(EU)의 러시아 3단계 제재에도 미스트랄급 상륙함은 들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프랑스 측은 무기 없이 상륙함이 판매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계약 취소는 러시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러시아를 위해 제작된 상륙함을 다른 나라에 파는 것은 불가능하며 취약한 프랑스 조선업계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는 2011년 12억유로(1조7000억원)에 헬리콥터 16대를 탑재할 수 있는 미스트랄급 상륙함 두 척을 러시아에 판매하는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러시아가 냉전 이후 서방과 체결한 가장 큰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이다. 앞서 지난 4월8일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는 “최근 러시아 제재 전부터 이 건에 대해 정기적·지속적으로 우려를 표시해 왔으며 우려 표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탈리아의 렌치 총리는 지난 4월30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에너지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이탈리아 가스공기업 에니(ENI)가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과의 관계악화를 우려하는데다, 젊은 신임 총리로선 국가 경제 활성화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독일은 나홀로 중재에 나선다. AFP에 따르면 독일 유럽담당 비서는 “경제제재만으로는 아무리 강력한 제재라도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 수 없다”면서 미국이 관여된 ‘제네바 회담’식이 아닌 보다 ‘유럽식’ 해법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프랑크 월터 스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5월1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동부 친러 도시를 방문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독 하에 양측 협상 테이블을 조성했다. 친러 분리 세력을 불법세력으로 간주하며 대화 자체를 거부했던 친서방 과도정부의 아르세니 야체뉵 총리는 지난 5월14일 동-서-중앙이 참여하는 전국적 대화를 개시했다.

러,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천연가스 중단 경고
5월12일(현지시간) BBC 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6월3일부터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천연가스를 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렉세이 밀레르 사장은 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 면담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가 밀린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6월부터 단 1㎥의 가스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계약에 따라 우크라이나 측에 6월분 가스 공급 대금 청구서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우크라이나가 6월2일까지 러시아에 대금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가스 공급이 끊길 될 전망이다. 메드베데프 총리도 “더 이상은 (우크라이나에)보모 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가스프롬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시도했다고 본다”며 “이제 행동할 때가 됐으며 더 이상 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지급해야 할 대금 체납액은 35억1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앞서 5월 초 우크라이나에 6월1일부터 선불 가스공급제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지난 4월1일부터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가스 가격을 80% 이상 인상했다. 이전까지 1000㎥당 268.5달러였던 가스 공급가는 4월1일부터 485.5달러로 올랐다. 이는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가스 가격 중 가장 높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가스 공급 가격을 올렸다면서 선불 공급 방식 역시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올렉산드르 슐라팍 우크라이나 재무장관은 “러시아가 가격을 종전으로 돌린다면 채무를 갚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유럽 국가들로 수출된 러시아 가스를 역수입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로 가스 인도가 중단되면, 나머지 유럽국가로 연쇄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 가스배관을 거쳐 유럽 내 가스 수요 15%가 충당되기 때문이다.

러, 美에 국제우주정거장 운영 연장 거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러시아에 되로 주고 말로 받게 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나사가 러시아와 협력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자 러시아가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영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한 것.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는 5월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처럼 모든 것을 정치화하는 믿을 수 없는 나라를 파트너로 맞아 중요한 첨단 기술 프로젝트를 함께 계속시켜 나간다는 것은 러시아로서는 정말 경악스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이를 거듭 확인했다. 로고진 부총리는 “러시아는 2020년 이후에는 더 이상 ISS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ISS의 러시아 섹션(ROS)은 미국 없이도 버틸 수 있지만 미국 측(USOS)은 러시아의 지원 없이는 독립해서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ISS 협력을 원하는 나사의 바램을 들어줄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취한 대러 제재에 대한 대응으로 그동안 미국에 제공해오던 러시아제 로켓 엔진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SS는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위스, 일본, 캐나다, 브라질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다. 각국이 돌아가면서 우주인을 우주정거장으로 보내 유지·보수와 과학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2011년 예산 삭감으로 우주왕복선이 퇴역한 이후 우주인을 우주정거장에 실어 나르는 유일한 수단으로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이용하고 있다. 나사는 지난 4월3일 직원들에게 러시아 연방우주청과의 이메일 교환과 화상 회의, 러시아 여행 등을 금지하는 등의 협력 중단 조치에 나섰지만 ISS 관련 사업은 포함시키지 않았었다. 미국은 2017년까지 우주인 ISS 왕복 여행에 1인당 7100만 달러를 러시아 측에 지불하기로 했으며, 앞서 지난 4월26일에도 미국 우주인 1명과 러시아 우주인 2명을 실은 소유스 우주선이 발사된 바 있다. 로고진 부총리는 2020년 이후에는 러시아가 유인우주선 계획에 투입하고 있는 자금을 다른 우주 계획 분야로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계획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올 여름안에 구체적인 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미국에 군사 용도로 쓰지 않는 경우에만 자국산 로켓 엔진 수출을 지속할 것이라며 사실상 불가능한 단서를 달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산 MK-33, RD-180 로켓 엔진은 미국 로켓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으로, 특히 RD-180 엔진은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미 첨단 군사위성을 쏘아 올리는 합직벤처인 UILA의 아틀라스 로켓에 사용된다. 아울러 러시아는 6월부터 미국 위성항법시스템 GPS의 러시아 내 감시국 운영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시국은 위성으로부터 받은 위치 정보 오차를 바로 잡아주는 위성항법보정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한 기지다. 지난 2012년 5월 러시아는 미국 내에 자국 위성항법시스템인 글로나스를 위한 8개의 감시국 설치를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한편 미국 정보기관과 국방부 등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러시아 감시국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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