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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에서 비롯된 환경의 재앙
2017년 10월 14일 (토) 10:30:01 이은주 밝은 성 연구소 원장 webmaster@newsmaker.or.kr

난데없는 농약계란 파동으로 여름 끝이 어수선했다. 차마 더 캐 들어갈 용기가 없을 뿐, 실태를 더 파 들어가고 근원을 따지자면 이 파동은 끝이 없는 문제덩어리인 것 같다. 경북의 한 농부는 8년 동안이나 농약이나 항생제를 쓰지 않고 닭을 길렀는데, 이번 전수검사에 자신 있게 응한 계란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친환경 농법으로만 길렀기에 그의 계란은 다른 농장에서 나오는 계란에 비해 세 배나 높은 가격으로 계약납품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닭들은 마당을 뛰놀며 마음대로 흙목욕을 하며 자라났다. 그런데 농약성분이라니. 농장주도 놀랐고, 이 농장의 질 좋은(?) 계란을 납품받아온 사람들도 놀랐을 것이다. 닭들도 놀라지 않았을까. 농장주는 양계를 시작하기 전 구입한 이 땅이 본래 과수원자리였다는 점을 의심한다고 했다. 합리적으로 추리해보자면, 오랫동안 과수원이었던 땅이 그동안 농약에 절어있었던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벌써 농약을 치지 않은지 8년이라는데. 인체에 해로운 농약성분이 얼마나 오래 땅에 머물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우리는 종종 환경보호 캠페인을 통해 환경오염의 위험에 대한 경고를 듣는다. 비닐이 땅에서 썩는데 몇 년이 걸리고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데는 몇백 년이 걸린다는 등의 구호를 보면서, 그러나 보통은, 그것이 아직은 먼 미래의 문제라고 느끼곤 했다. 우리가 쓰는 농약 성분이 앞으로 수십 년은 그 땅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을 때, 그것을 현실적 위협으로는 별로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눈앞에 다가온 그 미래를 현실로 겪게 되었다.
자연으로부터 얻는 먹거리가 인간이 만든 위험을 안고 인간에게 돌아오다니, 이치적으로야 말할 나위 없이 정확한 결과지만, 막상 현실로 부닥치고 보니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업인들이나 농정당국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한 다리 건너 소비자인 국민 대다수가 이 문제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환경의 역습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오고 있다. 오늘도 우리 식탁에는 계란으로 만든 음식이 하나도 없다. 

땅에서 자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다. 농장에 가서 직접 수확을 해본 사람이라면 나무 한 그루에 맺히는 과일의 양, 땅 한 마지기에서 나오는 곡식의 양이 얼마나 풍성한 지를 느껴봤을 것이다. 아마도 ‘내다 팔아 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만 없다면, 사람들은 아주 작은 농사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일 년 내내 먹고 사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팔아 자동차를 사고 TV를 사고 통신료와 자녀들 학비를 대야 하는 데서 시작이 됐다. 쌀 한 가마를 팔아야 한 달치 통신료가 나오고 백 가마를 팔아야 대학 등록금이 나오고 천 가마를 팔아야 자동차 한 대를 산다. 여기서 상업농 기업농이 나오고 부가가치 높은 특용작물 재배가 불가피해졌다. 공장식 축산은 좁은 땅 최소 투자로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고기와 계란을 생산하기 위한 방도로는 지금까지 성공적인 아이디어였겠지만 그것은 생태의 질서에 맞는 농사는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더 거두기 위해 작물을 밀식하고, 땅의 힘이 딸리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비료를 쏟아 붓고, 그래서 작물이 허약해지며 병이 생기자 농약을 뿌려대야 했다. 이 계란 사태도 예고된 악순환의 한 장면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인의 질병들 또한 패러다임은 비슷하다. 현대병은 너무 잘 먹고 몸이 너무 편해지면서 생겨난 질병들이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여러 가지 약을 먹어야만 이 굴레를 견딜 수 있으니 악순환이다. 이 충족의 지나침에서 인간의 성생활도 정체기를 맞고 있다. 
가을이 일찍 찾아왔다. 거대한 자연은, 이 악순환의 굴레에 갇힌 인간들에게 다시 건강을 회복할 기회를 준다. 여름내 텁텁하고 찌뿌둥했던 하늘도 가을에 들어서자 자주 청명한 낮과 아름다운 노을을 선사하고 있다. 자주 걷고 많이 생각하고 또 들판에서 갓 수확된 가을의 열매들을 즐기자. 자연에게 무섭도록 강인한 복원능력이 있듯, 사람에게도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건강상태를 회복할 수 있는 자생력이 있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당한의원, 한국 밝은 성 연구소 원장]

▲ 이은주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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