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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유혈사태로 번지는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 군대로 시위 진압
2014년 05월 06일 (화) 19:02:09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러시아계 무장 세력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관공서를 점거한 가운데 정부가 진압에 나서면서 사상자가 속출했다고 4월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르센 이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동부 도네츠쿠주 북부 도시) 슬랴반스크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왔다”며 “우크라이나 측에선 국가보안국 장교 1명이 숨지고 보안국 테러대응센터 부대원 1명과 또 다른 4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종서 기자 jslee@

이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분리주의자 진영에서도 수를 확인할 수 없는 사상자가 나왔다”며 “분리주의자들은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네츠크주 주정부 보건국에 따르면 슬라뱐스크의 분리주의 무장세력 진압 작전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보건국은 슬라뱐스크 시내에서 5명이 총격을 받아 부상했으며 도네츠크주 아르툐모프스크에서 슬라뱐스크로 연결되는 도로에서 진압부대와 분리주의 무장세력 간 무력 충돌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보건국은 사상자가 어느 진영에서 나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슬라뱐스크 인근 크라스니리만과 크라마토르스크에서도 분리주의 무장 시위대가 지역 경찰서 건물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요구 시위 확산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주의 요구 시위가 유혈사태로 치닫고 있다.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고, 시위는 다른 동부 도시로 번지며 더욱 과격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4월14일부터 군대를 동원한 대규모 진압 작전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했으며, 다급해진 러시아는 유엔(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회부했다. 4월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현지언론 키예프포스트에 따르면 도네츠크주 북부도시 슬로뱐스키에서 4월13일 우크라이나 보안부대가 지역 경찰서를 점거한 친러 무장세력과 충돌하면서, 진압대원 1명을 포함해 양측에서 모두 3명이 사망했다. 이후 도네츠크주의 다른 주요 도시로 친러 분리주의 시위가 확산됐다. 도네츠크 제2도시 마리우폴에선 분리주의자 1000명이 시의회 건물을 장악한 뒤 건물 앞에 타이어와 보도블록 등으로 거대한 바리케이드를 쳤다. 예나키에포의 행정본부에선 ‘도네츠크 인민 공화국’ 깃발이 세워졌고, 도네츠크시 옆 35만이 거주하는 마키예프카에선 마스크를 쓴 세력이 주정부 건물 입구를 봉쇄하고 ‘도네츠크 인민 공화국’ 자치와 러시아 귀속을 위한 주민투표를 요구했다. 북부 크라마토르스카에선 친러 무장 세력이 경찰서, 시청사, 지역공항 건물을 점검한 뒤, 6분짜리 짧은 동영상을 올렸다. 우크라이나 분석가 안드리안 카라트니크키는 동영상을 보고 “조직된 러시아 분리주의 팀이 들어왔고, 그 다음으로 자발적 지역 시위자들이 뒤따랐다. 자발적 시위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이상주의자들로, 50달러를 받고 시위에 동참했다. 계획된 불법무장 작전”이라고 분석했다. 4월13일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군대를 동원한 대규모 진압작전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투르치노프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시위대를 향해 “(4월)14일 아침까지 점거 중인 관청 건물들에서 떠나라”고 촉구하고 “무기를 반납하고 점거 중인 관청에서 철수하는 시위 참가자들에 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인명 피해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그러나 무력을 동원한 테러 행위에 대해선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 추가 인명 피해 가능성을 내비쳤다. 러시아 외무부는 4월13일 성명을 발표해 유엔 안보리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논의에 회부한다고 밝혔다. 이타르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합법 대통령을 축출한 마이단(독립) 시위자들이 즉각 자국민에 대한 전쟁을 중단하고 2월21일 합의 이행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2월21일 합의란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과 친서방 시위대가 맺은 것으로, 오는 9월까지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을 실시하고, 그 이후에 연말까지 조기 대선을 치르기로 한 것을 가리킨다. 이 합의에 서명한 뒤 야누코비치는 러시아로 도피했고, 과도정부를 구성한 친서방 세력은 오는 5월25일 조기대선을 치르기로 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또 “마이단 시위대의 서방 후원자들은 우크라이나 기초적인 개헌(연방제) 작업을 위해 모든 지역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실질적인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하면서 “내전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은 이제 서방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5월 대선을 미루고, 중앙집권적 권력을 지방으로 분권화하는 개헌을 먼저 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4월13일 오후8시 미국 뉴욕에서 시작하는 안보리 회의가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유혈사태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러시아 언어 사용인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군사력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이와 관련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4월15일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만나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중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중국 지지를 유도했다.

분쟁 장기화땐 세계은행 경고 현실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이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미 수백억 달러가 이탈한 상황에서 서방세계의 제재가 계속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수축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4월10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중앙은행 자료를 인용해 올 1/4분기에 해외로 유출된 러시아인 소유 자산규모가 640억 달러(약 66조2000억원)어치라고 전했다. 이는 2013년 전체 유출액과 비슷한 규모다. CNBC는 전체 GDP의 약 12%에 달하는 자본이 빠져나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분쟁이 길어진다면 세계은행의 경고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서방세계의 제재 등 러시아 경제의 불안요소가 지속된다면 850억~1500억 달러가 빠져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 강도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은 러시아 주요 정치 인사와 기업을 대상으로 자산 동결 등 2차례 제재를 가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 4월8일 미 상원청문회에 출석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다시 개입하면 혹독한 제재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4월10일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앞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을 만나 러시아가 상황을 악화 시키면 보다 강력한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 18개국 지도자들에게 서신을 보내 우크라이나가 밀린 가스대금을 갚도록 중재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가스공급을 끊겠다고 알렸다. 이처럼 제재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되면서 러시아 경제 전망도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안드레이 클레파츠 러시아 경제개발부 차관은 4월 초 올해 러시아 GDP 성장률이 지난해 1.3%에서 약 0.5%께 줄어들 수 있으며 지난 3월 월간 GDP 성장률은 0.3%로 전월 0.1%보다 소폭 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경제가 불황에 빠지진 않겠지만 다소 경기가 나빠질 수는 있다”며 “만약 투자 부진현상이 계속되면 경기 침체가 얼마나 갈 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4월1일 CNN과 인터뷰에서 “제재국면이 지속 시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1.5~2%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3월 러시아 물가상승률이 7%로 올 2월 6.2%보다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각한 자본유출로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고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물가상승률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중앙은행은 루블화 방어를 위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5.5%에서 7%로 올렸으며 같은 달 미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러시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푸틴, “서방에 가스공급 차단” 으름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크림반도 합병과 동부 도시들의 잇따른 독립시위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는 서방에 마침내 ‘가스공급 차단’이라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유럽 전체에서 쓰이는 천연가스 30%가량이 러시아산인 만큼, 서방의 제재 수위가 높아질수록 푸틴이 가스를 반격카드로 쓸 것이라는 전망은 진작부터 제기됐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자국의 경제 및 군사 궤도를 벗어나려는 우크라이나를 단속하고, 연방제를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제스처라고 분석한다. 푸틴 대통령은 4월10일(현지시간) 유럽 18개국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가 22억 달러(약 2조 2825억원) 규모의 밀린 가스대금을 갚도록 즉각 중재하지 않으면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가스대금을 내지 않으면 “러시아 국영가스사 가스프롬이 앞으로 가스대금을 선불로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급조건을 추가로 어기면 가스 공급을 전부 또는 일부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4월1일부터 가스 공급가를 종전보다 81%나 올렸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경제 침략”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공급되는 가스의 절반가량이 우크라이나를 경유한다. 우크라이나가 밀린 대금을 갚지 못해 가스 공급이 막히면, 당장 유럽 가스 수요량의 15%가 부족해지는 것이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의 경우 24시간 가동되는 석유화학, 중공업,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연방제 개헌을 위한 푸틴의 노림수라는 지적이 많다. 러시아 정치평론가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뉴욕타임스에 “크렘린은 우크라이나 주지사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연방제’가 실시되면 우크라이나가 절대 반러시아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푸틴이 연방제를 원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AP통신은 러시아의 가스 차단 위협은 “유럽연합(EU)을 분열시키고, 미국과 서방의 추가제재를 막으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즉각 러시아를 비난하며 추가 경제제재를 경고했다.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앞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을 만나 러시아가 상황을 계속 격화시킨다면 추가 제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를 강압하려는 도구로 에너지를 사용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추가 제재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동부 도시 3곳의 친러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혀 위기와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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