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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연안국 휩쓴 초대형 허리케인 어마
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중 가장 강력해
2017년 10월 06일 (금) 23:46:06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대서양에서 발생한 초대형 허리케인 ‘어마’로 카리브해와 미국이 큰 피해를 입었다. 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중 역사상 가장 강력한 어마는 풍속 최고등급인 5등급으로 시작해 카리브 해 연안국과 미국에 큰 피해를 내고 소멸됐다.

이종서 기자 jslee@

허리케인 어마(Hurricane Irma)는 2017년 8월30일경(이하 현지시간) 카리브 해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이다.  강력한 위력을 지닌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발달하였으며, 이는 2013년 필리핀에 큰 피해를 준 하이옌(HAIYAN)에 견줄 만한 정도이다.

지상낙원 카리브해 ‘좀비들의 땅’으로
쿠바와 바하마 등 카리브해 국가를 휩쓴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는 카리브해 도서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일으켰다. 당시엔 5등급으로 최고 등급의 허리케인이었다. 허리케인 어마가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카리브해의 섬 대부분은 프랑스, 영국 및 네덜란드령이다. 국가들은 원조를 제공하고 안전 보호를 위해 군대를 파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부다, 생 마르탱, 버진제도,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 등 카리브해 섬들을 휩쓸며 최소 32명의 사망자를 냈다. 특히 생마르탱 섬의 경우 전체 면적의 60%가 파괴됐다. 이에 지난 9월10일 워싱턴포스트(WP)는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Irma)가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들을 휩쓸고 가면서 ‘지상낙원’으로 불리던 카리브해가 좀비들의 땅이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참상은 멀리 우주에서도 포착됐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고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랜디 브레스닉이 촬영한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는 허리케인의 전과 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평화롭던 1주일 전에 비해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터크스 케이커스의 해안은 크게 잠식됐다. 100만여명이 대피한 쿠바에서는 강풍과 폭우로 건물의 지붕이 날아가고 가로수가 꺾이는 동시에 도로는 물에 잠겼다. AP통신에 따르면 산타클라라 시에서만 39개의 건물이 완전히 무너졌다. 일부 주민들은 동굴로 몸을 피해 당국의 구조 뗏목을 기다리기도 했다. 구호단체 케어의 리처트 패터슨은 “시 전역, 아니 국가 전역의 전기가 끊겼다”며 “전기 설비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어마가 휩쓸가며 커다란 혼란 상황에 빠진 카리브해 지역은 약탈과 강도 등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쑥대밭으로 변했다. 주민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구호를 요청하고 실종자를 찾고 있다. 뿐만 아니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제도(BVI)에 위치한 교도소가 허리케인 어마로 파괴돼 100명이 넘는 고위험군 재소자들도 탈출했다.

앨런 던컨 영국 외무부 차관은 지난 9월12일 의회에서 “BVI에서 법질서가 완전히 무너지는 심각한 위협이 있었다”면서 이와 같이 밝혔다. 탈출한 재소자들 가운데 아직 검거되지 않은 재소자들이 몇 명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BVI에는 영국 해병들이 투입됐으며, 현재 제도에는 야간 통행 금지령이 내려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BVI를 방문해 “복구를 위해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미 지원한 3200만파운드의 구호기금 외에도 며칠 내 추가 지원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전체가 아비규환인 앤티가바부다 당국은 역사적인 재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바부다에서는 전체 건물의 95%가 파손돼 1억 달러의 재건축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앤티카바부다 당국은 “우리나라의 약 90%가 어마로 황폐화됐다”고 밝혔다.

세력 약화되면서 미국의 피해 줄어
세기의 허리케인으로 불리는 어마는 카리브해의 섬나라들에 이어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해 적지 않은 피해를 남겼다. 지난 9월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어마로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 이르는 미국 남동부 지역에 홍수가 발생했다. 플로리다 일부 지역에서는 건물이 심각하게 파손됐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플로리다 남부 지역 대부분은 정전 피해를 겪었다. 에너지 업체 ‘플로리다 파워 앤 라이트(FPL)’에 따르면 580만가구에 전기가 끊겼고, 이로 인해 플로리다주 대부분 지역이 암흑천지로 변했다. 플로리다 파워 앤 라이트는 플로리다의 약 절반에 이르는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다. 수도·전기 등 유틸리티 회사들이 복구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도로가 막히는 등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따라 정전 피해가 며칠에서 몇 주일까지 길어질 가능성도 점쳐졌다. 약 1200만명의 플로리다 주민들은 정전으로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폭풍 후의 무더위를 겪을 준비를 했다. 북동부 항구도시 잭슨빌에서는 사상 최대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다만 피해 규모는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들은 조사 결과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가 놀라울 정도로 적으며, 산사태가 어마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도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어마가 미국 본토를 향해 북상하던 지난 9월9일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것은 대재난의 폭풍”이라며 “지금 대비 지역에 있다면 당장 떠나라”고 말한 바 있다. 어마로 인한 예상 피해액은 2,000억 달러(약 226조 원) 수준에 육박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허리케인 진로가 바뀌면서 하루 만에 500억 달러(57조 원)로 줄었다고 블룸버그 통신, 파이낸셜타임즈(FT) 등이 보도했다. 지난 8월 말 텍사스를 덮쳤던 허리케인 하비로 생긴 피해액인 650억~750억 달러보다 적은 금액이다. 앞서 텍사스 주에 상륙한 허리케인 하비는 나흘 동안 1000mm가 넘는 비를 뿌렸다. 이 비로 7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최대 1900억 달러(한화 약 214조 원)의 재산 피해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92년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앤드루가 남긴 피해액이 478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처럼 역대급 허리케인인 '어마'가 미국에는 그나마 예상보다 적은 피해를 입힌 것은 허리케인의 진로가 예상과 달리 서쪽으로 좀 더 틀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언론들은 당초 어마는 플로리다 동쪽 해안을 따라 북상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버뮤다 고기압의 영향으로 플로리다 반도 서쪽으로 진로를 틀면서 다행히 피해가 예상보다는 적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길쭉하게 뻗은 플로리다 반도는 동쪽 해안에 마이애미와 마이애미-디에드, 팜비치 등 인구가 밀집한 도시가 이어져 있다. 반면 남서쪽은 국립공원과 습지 등이 있어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적은 곳이다. 또 허리케인의 중심부가 동부해안에서 멀어지면서 마이애미 등 도시지역에 예상됐던 폭풍해일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신 플로리다 중서부에 있는 도시 탬파가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왔지만, 다행히 허리케인의 위력이 약해지면서 그 피해가 줄었다.

재난영향 평가업체 AIR은 플로리다 남서쪽 연안 토지 가치는 총 1조 달러이지만, 마이애미를 포함한 남동쪽 가치는 1조 5,000억 달러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원래 예상 경로대로 어마가 움직였더라면 1천억 달러가 넘는 피해액이 발생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쿠바를 통과하며 세력이 약해진 것도 피해가 줄어든 것에 기여했다. 카리브 해 제도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최고 풍속이 시속 300㎞에 달하는 5등급 허리케인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쿠바를 거치면서 3등급으로 위력이 떨어졌다. 플로리다 반도에 상륙했을 때는 2등급으로 한 단계 더 약화했다. 재난영향 평가업체 RMS 로버트 뮤어우드 최고 연구 책임자는 “쿠바를 거치면서 어마 세력이 줄었고 (플로리다) 동쪽 연안이 아닌 서쪽에 상륙했다”며 피해 규모가 줄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지난 9월10일 트럼프 행정부가 남부를 덮친 어마의 피해 복구를 위한 긴급 연방 지원을 승인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긴급 지원은 어마의 영향권에 든 남부 플로리다주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임시 대피시설 및 주택 파손 수리·무보험 자산 손실에 대한 저금리 대출·피해 개인 및 사업주 지원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다.

아시아에서도 잦은 태풍으로 큰 피해 발생
지구 반대편 아시아 역시 태풍으로 큰 피해를 겪었다. 지난 7월 말 대만은 제 9호 태풍 ‘넷삿’과 10호 태풍 ‘하이팅’이 동시에 상륙하면서 주민 130명가량이 다치고 65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었다. 앞서 지난 2013년에는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에 상륙해 필리핀 정부 추산 6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1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태풍 하이옌은 필리핀 상륙 전 중심 최대풍속이 시속 280km에 달하기도 했다. 이처럼 초강력 태풍과 허리케인이 잇따라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이들은 지구온난화를 이유로 꼽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대기와 해양 온도가 상승하면서 태풍 및 허리케인의 파괴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허리케인 하비의 경우도 멕시코 만 해수온도가 높았던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멕시코 만의 경우 최근 20~30년 동안 평균 표층 수온이 0.5도 상승했고 이로 인해 대기 중에 수증기가 3~5%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초강력 태풍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여름이 길어지고 해수면 온도가 상승할 경우 적도 부근에서 발생한 태풍이 한반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차바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통상 태풍이 발생하지 않는 10월 초에 한반도에 상륙한 만큼 해수면 온도 상승 등 힘을 얻어 슈퍼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슈퍼태풍은 중심 최대풍속이 67m 이상이다. 2003년 9월12일 제주도에 상륙한 태풍 ‘매미’의 순간 풍속이 60m였다. 당시 매미로 전국에서 4조2225억원에 이르는 재산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어마에 맞먹는 위력을 가진 18호 태풍 ‘탈림(Talim)’이 중국 동남부를 향해 북상 하면서 한때 한·중·일 삼국은 잔뜩 긴장하기도 했다. 탈림은 최대 풍속이 시속 220㎞를 넘어서는 강도 강의 중형급 태풍으로 카리브해 일대와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최소 45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어마’와 맞먹었다. 지난 9월17일 상륙한 탈림으로, 일본은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행방불명됐으며 42명이 부상했다. 태풍 탈림은 이날 낮 홋카이도에 상륙해 시간당 50㎜ 이상의 비를 뿌리며 북동 쪽으로 향하고 있으며, 최대 순간풍속은 45m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도호쿠(東北)와 홋카이도(北海道) 출발·도착하는 항공 국내선 272편 등이 결항됐으며, 야마가타(山形)현에서는 이날 오전 신칸센(新幹線)이 쓰러진 나무에 충돌해 도호쿠와 홋카이도신칸센이 운전을 한때 멈춰야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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