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문호 괴테는 ‘파우트스트’에서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끈다”고 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역사를 훑어보면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해야할 때 여성 리더들이 등장한다. 늘 큰소리치며 강해 보이던 남성 리더들이 위기에 무력하게 무너질 때 강인한 여성 리더가 나타났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21세기 지속되는 경제위기, 변화하는 가치관에 따라 보살핌과 포용을 특징으로 하는 여성적 리더십이 각광받고 있다. 어머니의 힘, 누나의 희생은 우리의 근대화·산업화를 떠받치는 저력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소통과 화합의 여성 리더십이 지금 사회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다. 대처 전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 등은 화끈한 추진력과 함께 여성 특유의 포용력을 펼치며 정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자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남인숙 바른사회정책연구원 원장은 “우리나라는 6.25 전쟁이란 아픈 역사를 딛고 광복 이후 지난 70년간 한마음으로 노력해 세계가 놀랄 사회·경제적 성장과 국가발전을 이뤄왔다. 그 변화와 역동적인 발전의 바탕에 여성들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사회 주요 현안 다루는 ‘정책토론의 장’
2011년 11월 발족한 (사)바른사회정책연구원은 대구·경북지역 교수, 전문가 등 35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는 순수 민간 연구소이다. 지역전문가가 지역별 맞춤형 정책을 개발하고자 설립했으며 일자리 창출, 성장 동력, 맞춤형 복지 등의 정책을 발표해 왔다. 지난 6년 동안 남부권 신공항 입지,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대구경북의 먹거리 등 지역의 미래와 관련된 큰 주제를 선정해 정책포럼을 열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다문화사회의 정책방향과 여성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제8차 정책포럼을 개최해 주목을 받았다.

▲ 남인숙 원장

남인숙 원장은 “미래 일류국가 도약을 위해 소통과 화합, 그 안에서의 여성에 대한 조명이 다시 시작돼야 한다. 남녀가 조화로운 파트너십을 이루기 위해서는 역사·사회적으로 발휘된 여성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정부는 경력단절 예방부터 직장적응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늘리기로 했다. 경력단절을 가장 많이 겪는 30대 여성의 취업지원을 위해 개인별 경력개발계획을 수립해 직업훈련, 취업연계, 직장적응 지원까지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일찾기 패키지 사업’ 모델을 마련, 내년부터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남 원장은 "여성전문 인력의 경력단절은 그 사회의 미래가치가 매장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며 “사회로 진출하는 여성이 점점 늘고 있지만, 일과 가정 양립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일·가정 양립으로 저출산 극복이 최우선
역사적으로 여성은 늘 남성에게 무시당하는 존재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여성의 성역할은 어떤 형태의 사회조직에서나 가장 기본적인 윤리로 작용하여 여성을 남성의 지배하에 종속시키는데 기여하였다. 여성의 선거권 인정 여부는 19세기 들어서야 사회 쟁점으로 떠올라 1893년에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여성의 선거권을 인정했다. 선거권을 인정받은 이후에도 여성이 실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까지는 1세기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사)한국부인회 총본부 이사로 활동하는 남인숙 원장은 미국 아리조나주립대에서 여성학강의를 했다. 1990년 효성여자대학(현 대구가톨릭대학교)에 대학원여성학과를 신설하고, 여성학 1세대로 후진 육성에 헌신하면서 이론과 실천을 통한 여권 신장과 권익보호에 앞장서왔다. ‘남북한의 여성 그들은 누구인가’, ‘왜 여성학인가’, ‘여성과 한민족’, ‘한국남성의 숙제’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출판하며 여성학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 현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위원과 대구대교구 여성위원장으로 활동하며 3.8절 세계여성의 날을 교구 여성의 날로 제정했다. 이날만큼은 여성이 교회 내에서 봉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접받는 날'로 정해 매년 행사를 치르고 있다.

불과 20~30년 전 인구증가를 걱정했던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되었다. 또, 여성의 교육수준향상과 함께 여성 고용률이 55% 수준까지 올랐지만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성공한 여성 4명중 1명은 미혼이거나 성공한 기혼여성 10명중 3~4명은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 등 또 다른 여성의 희생에 의존하고 있다. 남 원장은 “여성 취업율이 우리보다 높은 선진국은 출산율도 더 높은데 국가가 정책적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때문”이라며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가정과 일터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일·가정 양립의 사회적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엄마가 행복해야 자녀가 행복할 수 있는데 출산과 양육으로 일이 중단된 여성이 어떻게 행복하겠으며 둘째아이를 원하지도 않는다. 진정한 복지사회로 가는 길은 엄마가 행복한 사회”라고 하면서 최근 청소년 소녀 범죄율 증가 또한 절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단순한 여권신장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행복한 가정과 사회의 발전을 동시에 파괴하는 심각한 사안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