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북미 지역에서 열린 제21회 판타지아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공식 폐막작 선정 및 경쟁부문 초청, 주연배우 송강호의 남우주연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장정미 기자 haiyap@

벨기에, 독일, 스페인, 프랑스, 헝가리 등 유럽 지역의 영화제에도 초청되어 전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송강호는  제5회 브뤼셀 한국영화제, 제6회 프랑크푸르트 한국영화제, 제10회 스페인 한국영화제, 제12회 파리 한국영화제, 제10회 헝가리 한국영화제까지 잇따른 해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택시운전사>,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10위
영화 <택시운전사>의 누적 관객이 1천200만명을 넘어섰다. <택시운전사>는 누적 관객 1천20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 10위에 올라섰다. 송강호를 비롯해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과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장훈 감독의 담백한 연출까지 3박자를 모두 갖춘 영화로 입소문을 이어가고 있는 '택시운전사'는 일반 관객들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명감독 및 각계각층 오피니언 리더들의 다양한 호평을 이끌어냈다. 또한, 해외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으고 해외 평단의 호평까지 더해져 국내외적으로 대중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택시운전사'는 끊임없는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대한민국’으로 계엄령하의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전 세계에 5·18 사태의 참상을 알린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피의 한복판에 들어갔다 온 평범한 소시민 택시운전사 김사복, 두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극 중 송강호가 분한 김만섭은 11살 난 딸 은정(유은미 분)을 키우는 홀아비 택시운전사다. 밀린 월세 독촉에 시달리던 중 외국인 손님을 태우고 광주를 갔다가 돌아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아무 고민 없이 광주로 떠난다.

송강호는 “<변호인> 때와 마찬가지로 <택시운전사> 역시 워낙 역사적 의미를 지닌 작품이라 내 능력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혹시 폐가 될까봐 고사했지만 그 잔상이 너무도 오래 남아 결국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1980년 5월18일. 단지 택시비 10만원을 벌기 위해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 ‘만섭’. <택시운전사>는 송강호가 가진 이 두개의 ‘눈’을 통해 바라본 한국사의 비극이다. ‘딸라를 벌어야’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는 줄 알고 ‘데모를 하는 학생들은’ 피해나 주는 문제아라고 여기던, 나쁜 정부와 거짓 언론에 이용당한 소시민 만섭에게 광주 그곳의 참상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가려진 진실’이었다. 송강호는 서로 다른 두개의 눈이 빨갛게 충혈될 때까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현실을 두 눈 감지 않고 똑똑히 목도한다.  영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등 매번 보이지 않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다는 송강호. 그는 “나는 좌편향 배우가 아니다. 그저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 작품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사실,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보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에 매료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송강호는 “수치적인 성과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제작진과 많은 분의 노고가 있기 때문에 되도록 흥행 성적이 좋았으면 좋겠다. 자부심보다는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독보적인 국민배우로 자리매김하다
연극배우 출신의 송강호는 1~2년 단역생활을 거쳐 1997년 <넘버 3>에서 삼류 폭력조직 두목 조필 역을 맡아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조용한 가족>, <쉬리>, <반칙왕> 등으로 주연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국민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후 그의 곰 같은 뚝심과 여 같은 재치로 버무린 신성불가침의 연기력은 <사도>와 <밀정>에서 최고조의 기량을 드러냈다. <사도>에서 40대에서 80대까지의 영조를 연기한 송강호는 얼굴 표정과 안면근육은 두터운 특수분장에 가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는 눈빛과 목소리 톤의 변화로 웬만한 배우는 흉내도 낼 수 없는 다양한 심리를 변주해냈다. 이러한 송강호를 영화인보다 더 사랑한 것은 역시 관객들이었다. 비록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더라도 작품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회자되는 작품도 많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의 이러한 행보가 20년 동안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이다. 그렇게 송강호와 관객 사이엔 오랜 시간에 걸쳐 두터운 신뢰와 애정이 쌓였다. 이는 연기력은 물론이고, 작품을 선택하는 눈과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편 차기작인 <마약왕>의 막바지 촬영에 임하고 있는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의 신장 <기생충>에도 출연한다.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의 차기작이자 송강호를 비롯한 조정석, 배두나, 이성민 등 화려한 캐스팅, 그리고 그간 한국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은 실존 마약왕을 모티브로 한 신선한 소재로 기획 당시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는 <마약왕>은 197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든 마약 유통사건의 배후이며, 마약계의 최고 권력자로 시대를 풍미했던 이두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송강호는 하급 밀수 업자로 생활하다 마약 제조와 유통에 눈을 뜨게 되면서 마약계의 대부로 거듭나는 실존인물을 모티브로한 이두삼 역을 맡았다. 영화 <기생충>으로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네 번째 호흡을 맞추는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의 만남 역시 영화팬들의 기대가 뜨겁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