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그릇은 고대부터 산업화 시대 직전까지, 그리고 임금님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이 가장 널리, 가장 오랫동안 애용해 온 그릇이다. 그간 ‘녹나는 불편한 구식 그릇’으로 외면받았던 놋그릇은 최근 식중독균과 유해물질을 잡아 주는 효능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최근 ‘건강과 멋의 그릇’으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종서 기자 jslee@

▲ 조현수 대표는 다년간 연구한 옻칠고온경화 기법의 노하우를 전통 유기제작에 접목해 변색을 방지하고 심미성을 높여 기존 유기와 차별화된 제품으로 전통유기의 현대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전통 그릇인 유기가 새로운 옷을 입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철유전조형디자인은 전통유기를 현대적으로 디자인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설립 이후 다년간 연구한 옻칠고온경화 기법의 노하우를 전통 유기제작에 접목해 변색을 방지하고 심미성을 높여 기존 유기와 차별화된 제품으로 전통유기의 현대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옻칠의 고온경화 기법을 응용 금속공예업계의 혁신리더
조현수 철유전조형디자인 대표는 “철유전은 신라시대에 걸쳐 통일신라시대까지 유기와 철기를 만들어 보급하던 국가기관이었다.”면서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듯, 우리나라 금속공예업계에서 최고가 되고자 사명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철유전조형디자인은 사용 목적 및 기능에 맞도록 디자인 식기를 비롯하여 커플 세트, 기관 및 기업VIP용 기념품, 혼수품 등의 기념식기를 제작하는 등 유기의 현대적 디자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정이나 사찰에서 사용하던 기존 유기의 옻칠 가공도 re-made한다. 조현수 대표는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유기들은 마무리 공정 이후 아무런 코팅처리 없이 유통되고 실생활에서의 변색으로 인한 보관성이 매우 취약한 단점이 있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간혹 몇 몇 업체에서 도금이나 금박 등의 후처리를 하고 있으나 그 또한 취약한 밀착성이나 변색으로 인해 큰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철유전조형디자인에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옻칠의 고온경화 기법을 응용하여 밀착성이 우수하고 변색이 없는 유기코팅으로 심미성을 강조하고 산화에 의한 세척의 번거로움을 해소하며, 유기의 효능과 옻칠의 기능이 더해져 건강식기로서의 기능을 더한다. 식기류뿐만 아니라 일반 용구에도 적용가능하기 때문에 업계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유기의 현대적 디자인 개발에 몰두 국내외 공모전에서 수상의 영예
조 대표는 “여러 가지 디자인과 제품이 개발되어 국내외 전시회 및 박람회 등을 통해 홍보와 마케팅을 준비 중”이라며 “새로 개발하고 있는 장신구 제품과 가죽제품의 아이템으로 다음 제품에 대한 기대 또한 크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조현수 대표는 국내에서 많은 판매를 하여 사업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준비하고 홍보하는 것이 더 큰 사안이라고 판단, 꾸준히 디자인 개발과 제품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 조현수 대표의 금속옻칠기 작품

그 결과 삼성현대미술대전 최우수상, 대구공예대전 우수상, 대구디자인전람회 금상 수상 등의 영예를 얻었으며, 국내 초대전시 및 박람회초대, 주얼리 문화전-청와대 초대전시 등을 비롯하여,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금속옻칠주전자를 특별제작하기도 했다. 지난해는 국내외 디자인 5건을 출원해 등록이 예정되어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전통 있고 우수한 금속식기문화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꾸준히 해외전시와 공모전에도 출품하고 있다. 지금은 이런 노력의 결과들로 개교 100년을 맞이하는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금속, 주얼리디자인전공 교수로 임명되어 현재 학생들에게 학문과 인성을 전하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의 전통적 금속소재인 유기에 옻칠기법 응용 해외에서 호평
대학과 대학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조현수 대표는 보다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자 31세에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한국의 우수한 금속공예 기술과 일본의 전통 있는 기술을 접목하면서 자신만의 작업방향을 찾게 되었다. 금속의 한정된 질감과 색감을 극복하고자 2년여 간 다양한 기법을 연구하던 중 나무에만 작업이 되어 오던 옻칠을 금속에 칠해 화려한 컬러링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3년 간 쉬지 않고 금속옻칠고온경화 기법에 관한 연구에 몰두했다. 연구는 결코 쉽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금속에 옻칠을 하는 유래가 많이 없어 선행연구 자료가 거의 없었던 것. 결국 조 대표는 옻칠을 배우는 방법을 선택했고, 금속과 옻칠과의 밀착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차도장을 하듯 고온경화를 시작했다. 조 대표는 “선행자료가 없어 100여 장이 넘는 금속시편을 만들어 온도와 시간을 달리하면서 한 장 한 장 굽기 시작했다. 그 결과 소재의 종류와 두께 등에 따라 금속과 옻칠의 밀착성이 가장 우수한 적당한 온도와 시간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게 얻은 데이터를 꼼꼼히 기록하고 정리하면서, 옻칠기법을 계속 배우고 연구하며 한국의 전통적 금속소재인 유기에 옻칠기법들을 응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그의 연구결과를 높게 평가하여 조 대표는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금속옻칠고온경화기법에 관한 특허도 등록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연구를 계속하던 중 전통유기분야 최고 권위자인 납청유기의 이봉주 선생을 비롯, 유기관련 여러 지인들과 만나면서 사업성을 느낀 그는 조금씩 주문제작을 시작했고 철유전조형디자인을 설립하기에 이른 것이다. 최근 철유전조형디자인은 세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조현수 대표는 “일본 크라프트전 입선, G 셀렉션 어워드 그랑프리, 신원전에서 은상을 수상하여 동경도 미술관에서 전시해 호평을 받았다”면서 “일본 미츠코시 백화점, 카나자와, 히로시마 등에서 3회의 초대전시를 가졌다. 내년에는 중국과 유럽 쪽 해외전시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