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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된 금융시장의 판도 뒤흔드나
금융권의 새로운 태풍 '카카오뱅크'
2017년 09월 08일 (금) 10:14:25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카카오뱅크 열풍이 예사롭지 않다. 모바일 앱 시장조사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휴대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에서 지난 8월3일 기준 카카오뱅크 앱을 설치한 이는 총 232만명으로, 전체 금융권 중 6위를 기록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카카오뱅크는 앱 일일 사용자 수(77만명)도 KB국민, NH농협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모바일 상에선 이미 ‘시중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정도다. 금융권의 예상을 뛰어넘어 가히 금융시장의 판도를 흔들만큼 위력이 세다.

기존 금융권에 지각변동 일으켜
그 동안 금융권은 정부가 지정해 준 울타리 안에서 ‘경쟁 없는 경쟁’ 속에 안정적 수익을  누렸다. 그러나 23년 만에 새로 인가를 받은 은행(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금융권에 새로이 뛰어들면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먼저 해외송금 분야를 독점해 오던 시중 은행들은 그 동안 ‘수익성 때문에 올릴 수밖에 없다’던 수수료를 최근 낮추기 시작했다. 수수료가 시중 은행 10분의1 수준인 카카오뱅크의 해외 송금 서비스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도 고객에게 더 많은 이자를 주기 시작했다. SBI저축은행은 1년 이상 정기예금 금리를 최근 연 2.3%에서 0.1%포인트 올렸다. JT친애저축은행도 최고 연 2.51%의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을, OK저축은행은 1,000억원 한도 최고 2.4%의 예금 특판 상품을 출시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카드사 역시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가 내년 상반기 결제대행업체(VAN)를 거치지 않고 모바일 앱을 통해 고객과 판매자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앱투앱(app to app) 결제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모바일 협의체를 구성하고 카드나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를 공동 개발해 대응하기로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독점 구도의 금융 시장에 경쟁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카카오뱅크 흥행으로 기존 은행들도 추상적 디지털화가 아닌 실질적 디지털화를 진행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존 금융권이 디지털 부문을 보완해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구도를 이어가면서도 오프라인의 강점을 동시에 제공하는 차별화된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5000억 규모의 선제적 유상증자 결정
지난 8월11일, 카카오뱅크는 이사회를 열고 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발행 예정 주식은 보통주 1억주이며 주금납입 예정일은 9월 5일이다. 카카오뱅크의 현재 주주 구성 및 지분 보유 현황은 한국투자금융지주 58%, 카카오 10%, KB국민은행 10%, SGI서울보증 4%, 우정사업본부 4%, 넷마블 4%, 이베이 4%, 스카이블루(텐센트) 4%, 예스24 2% 등 총 9개사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대고객 서비스 시작 이후 예상보다 빠른 자산 증가와 신규 서비스 및 상품 출시 등을 위해 선제적인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증자가 완료되면 재무건전성이 한 층 더 강화되고 혁신적인 상품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든든한 여력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월27일 출범 이후 5일 만에 100만 계좌, 13일 만에 200만 계좌 돌파했다. 8월11일 오후 3시 현재 신규 계좌개설 건수는 228만건, 수신은 1조 2190억원, 여신은 880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메리츠종금증권은 보고서에서 카카오(035720)에 대해 “하반기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까지 신규사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1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684억원과 446억원을 기록해 추정치에 대체로 부합했다”며 “사업부문별로는 광고매출액 1,5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하며 성장궤도에 본격 진입했으며 모바일광고 매출액이 33% 성장하며 고무적인 성과를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5월 ‘플러스친구’를 ‘뉴플러스프렌즈’로 개편한 효과 반영, 알림톡의 신규 파트너사 유입, 채널 ‘오토뷰’ 광고의 성장이 기여했다”며 “하반기 광고 매출 성장세는 ‘카카오모멘트’ 본격화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카카오톡 플랫폼이 빠르게 진화, 성장하고 있다”며 “과거 카카오톡의 이용자들이 이모티콘, 게임, 플러스친구의 광고 정도를 보았다면, 이제는 결제에서 뱅크까지, 그리고 모빌리티의 진화를 경험하게 됐다”며 “플랫폼 빅뱅에 따른 프리미엄으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금융권에 경쟁 촉발시키며 활력 불어넣어
지난 7월27일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영업을 시작한 지 13일 만인 8월8일 기준 대출액이 7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수신액이 9960억 원으로 아직 대출액보다 크지만 한도까지 사용하지 않은 마이너스통장 등을 고려하면 대출액규모가 수신액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 58%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는 만큼 유상증자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7월27일 출범식에서 “은산분리 개정되지 않아도 증자에 문제는 없다”며 “케이뱅크와 같이 대출을 중단할 일은 없고 자금이 필요하면 증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는 카카오뱅크가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규모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자본금규모는 3천억 원이다. 아직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카카오뱅크가 ‘고인 물’로 평가되던 금융시장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은 분명하다. 내심 카카오뱅크를 경계하는 시중은행들은 모바일 플랫폼을 다시 손보거나 비대면 상품 강화, 금리 및 수수료 인하 등 고객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금융권에 경쟁을 촉발시키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8월9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출범 13일째인 전날 오후 2시 기준 가입자수 203만좌를 넘겼다. 지난 7월27일 출범 이후 하루당 16만좌 꼴로 계좌 가입이 이뤄진 것이다. 예·적금 등 수신액은 9960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모였다. 대출액은 7700억원이 실행됐다.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 신청은 141만장이 이뤄졌다.

카카오뱅크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가입자 4200만명의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친근함’과 복잡한 가입 절차가 없어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편의성’에 있다. 공인인증서 보안카드를 지니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했던 고객들에겐 카카오뱅크의 등장은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낮은 수수료와 대출금리 등 가격적인 면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누구든지 모바일로 어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휴대폰 번호 인증으로 실명 확인을 거치면 즉시 카카오뱅크 계좌에 가입할 수 있고, 계좌번호나 공인인증서 없이도 카카오톡을 통해 계좌에 송금을 할 수 있다. 대출신청도 시중은행과 달리 복잡한 가입조건이나 우대조건 없이 가능하다.  대출금리는 최저 연 2.84%로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한도는 높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는 최대 1억5000만원이다. 해외송금 수수료는 시중은행의 1/10 수준이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체크카드로 끌고 와 재미적인 요소까지 더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처음 출시됐을 때 앱에 접속한 뒤 놀랐다”며 “인터페이스가 쉽고 편리해 기존 모바일 뱅킹들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증하고 있는 대출 증가세에 따른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가 시급한 과제다.

대출이 증가하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 비율이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신용등급별 한도를 축소한 데 이어 향후 대출 상품의 한도와 금리조정을 수시로 할 계획을 밝힌 것도 유동성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은산분리’ 규정에 막혀 있는데 카카오뱅크가 자본확충을 위해 증자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익구조와 리스크 관리 문제도 남아있다. 아무래도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낮게 주다보니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자칫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져 은행 자산 건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카오뱅크가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갖고 우량 고객을 선별해 나가면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없었던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디지털금융 경쟁력 강화 나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시중은행들이 새 서비스를 내놓는 등 대책 마련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비대면 전용 상품 라인업 확대, 새로운 해외송금 서비스를 개발하는 전산사원의 경우 평일 야근은 물론 주말도 반납한 채 쉴 틈 없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뱅크 출범 뒤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영업채널과 프로세스의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한편 디지털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첫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나왔을 때만 해도 큰 동요가 없던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바짝 긴장하는 까닭은 카카오뱅크가 차별화된 편리함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은행들의 애플리케이션(앱)과 비교해 빠르고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진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현재 자사 모바일 서비스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각 시중은행의 전산사원들은 밤낮 가릴 것 없이 분주한 가운데 주말에도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나온 뒤 저녁과 주말이 사라졌다”며 “이번 주말도 출근해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성과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모바일 뱅킹 앱인 ‘올원뱅크’를 전면 개편, 회원가입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로그인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했다. 기존에는 간편 송금으로 하루에 50만 원까지만 이체할 수 있었는데 100만 원까지 간단하게 송금할 수 있는 ‘올원송금’ 서비스도 도입했다. 신한은행도 최근 모바일 뱅킹 앱 ‘S뱅크’의 기능을 대폭 간소화한 ‘S뱅크 간편서비스’를 내놓았다. S뱅크 간편서비스는 공인인증서와 보안 매체 비밀번호 입력 없이 간편하게 계좌조회·이체·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출금 등이 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가입자를 중심으로 영업기반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파급력이 상당하다”면서 “시중은행도 이용자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혁신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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