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에 관해서는 사업 진행을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조합원 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져 세력이 갈라서는 경우도 있고. 여러 동 중 한 두 곳만 따로 떨어져 나오기도 한다. 조합과 시공사 간의 분쟁이 일어나는 곳도 있다.

▲ 박치범 L.K.B&파트너스 변호사

재건축 관련 법적 분쟁은 겉으로는 법적 문제를 이유로 분쟁이 일어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권을 놓고 다투는 상황이다. 이처럼 재건축 사업시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기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재건축 전문 변호사인 박치범 법무법인 L.K.B&파트너스 변호사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무능한 집행부가 사업비 증가시켜
서울대 법대 88학번인 박치범 변호사는 ‘국내 최대 재건축조합인 개포주공1단지의 조합장’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소유자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11년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장으로 선출되어 조합장으로 재직하다가 최근 변호사로 복귀하였는데, 변호사 출신의 조합장은 국내에서는 유일이자 최초였다. 박치범 변호사가 재건축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은 우연한 기회에 반포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의 자문변호사를 맡으면서 부터다. 허름하기 짝이 없던 5층짜리 아파트가 반포자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아파트로 변하는 것을 생생하게 지켜봤던 그는 그때의 강렬한 인상을 지울 수 없어 2006년 재건축 전문을 표방하며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이후 서울에서 인천, 창원 등지의 재건축 아파트 소송 사건을 맡아 진행했던 그는 상계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추진위원장 직무대행을 하는 등 재건축 관련 일도 담당하기 시작했다. 박치범 변호사는 “집행부가 무능하거나 비리에 연루되면 재건축이 하염없이 늘어지면서 사업비가 증가한다”면서 “대의원회의 내용 등 재건축 진행 상황을 낱낱이 공개하면 집행부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 변호사는 재건축 사업장이 근본적으로 집행부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판단했다. 총사업비 규모가 1조원을 넘는 곳이 수두룩한데도 경험이나 지식이 없는 집행부가 사업을 이끌기 때문이다. 박치범 변호사는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의 연봉이 3000만~4000만원에 불과한 곳이 대부분”이라며 “낮은 급여 탓에 능력 있는 사람들이 조합장 자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다 보니 리베이트 등 잿밥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조합을 이끄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해 시스템적으로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에 박 변호사는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장을 역임할 당시 조합 홈페이지를 감시 시스템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적극 활용했다. 조합장 취임 직후 그가 가장 먼저 했던 일도 재건축 진행상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일이었다. 박 변호사는 “대의원회의 동영상도 그대로 홈페이지에 올렸다”며 “어떤 대의원이 조합원의 이익에 반하는 발언을 하는지 조합원들이 한눈에 알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홈페이지를 통해 설계자 선정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조합원 여론조사도 수시로 실시했다. 조합원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 수 있고, 조합원들이 원하는 방향과 다른 쪽으로 유도하려는 대의원을 견제하는 효과도 얻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전체 조합원의 70% 정도인 35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박 변호사는 “여론조사 결과 조합원 90% 이상이 설계자 선정을 빨리하자는 의견을 냈는데도 일부 대의원들이 반대해 무산될 뻔한 적이 있다”며 “여론으로 압박하지 않았다면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과 다른 결론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해설서> 출간

▲ 서울대 법대 88학번인 박치범 변호사는 ‘국내 최대 재건축조합인 개포주공1단지의 조합장’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소유자다

최근 박치범 변호사는 자신이 법정과 재건축 현장에서 체험한 재건축·재개발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재건축·재개발 해설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법률실무와 아울러 현장에서 직접 부딪힌 문제의식이 담겨 있어 현장성과 법리를 균형 있게 다뤄 법조인 뿐 아니라 조합관계자, 정비사업전문업체, 건설사 직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박치범 변호사는 “2011년 5월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장으로 선출됐으나 3개월 만에 낙선자들이 제기한 가처분신청에 의해 조합장 직무집행 정지를 당한 후 8개월 동안 반백수로 살아야 했다”며 “변호사 업무에 완전히 복귀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마냥 놀 수도 없는 상황에서 지인으로부터 ‘도시정비법’에 관해 책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간 담당했던 여러 재건축 관련 소송들을 정리도 할 겸 책을 쓸 결심을 하게 됐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이 책은 특히 ▲도시정비법의 목적과 실현수단 ▲정비구역 ▲정비계획 ▲토지등소유자 ▲사업시행자와 시행방법 ▲추진위와 조합설립 등 정비사업의 종류와 시작부터 청산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을 해설, 정비사업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일반 독자들도 정비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박치범 변호사는 “잡다하게 판례만을 늘어놓거나 각 쟁점이나 이론을 망라해 열거하는 것을 지양했다”면서 “도정법의 주요개념인 정비구역, 정비계획, 주택단지, 토지 소유자 등의 개념과 주요내용인 단독주택재건축, 정비구역이 아닌 구역에서 시행하는 주택재건축, 토지 소유자가 직접 시행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 등 핵심적인 사항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이로써 단시간에 도정법에 대해 전체적이고도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