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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거듭되는 우경화 행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사실상 행정절차만 남아
2014년 03월 05일 (수) 11:27:20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일본 정권의 우경화 행보가 심상치 않다. 그간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 결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사실상 행정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내각법제국이 종전의 입장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장정미 기자 haiyap@

요코바타케 유스케 일본 내각법제국 차장은 2월12일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이는 기존 ‘국제법에 따라 일본도 집단자위권이 있으나 헌법 해석상 행사할 순 없으며 행사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던 내각법제국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집단적 자위권’ 홍보 위한 책자 출간
요코바타케 차장은 2월1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일반적으로 헌법 해석 변경 자체는 금지된 것이 아니기에 집단자위권에 관한 헌법 해석 변경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이날 국회 답변에서 내각법제국이 담당해온 정부 헌법 해석에 대해 “정부의 국회 답변에 대해 내가 책임을 진다”며 법제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집단자위권 행사를 반대하는 연립 공명당 소속의 오타 아키히로 국토교통상은 아베 총리의 집단자위권 문제와 관련해 답변한 내용에 “전부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공명당 소속 장관도 동의한다면 각료결의에 법안 해석건을 부치는 것이 가능하다. 각료결의 결정에는 각료 전원의 서명이 필요한데 오타 교통상이 소속당 입장과 별개로 아베 내각 각료로 찬성 입장을 내비치면서 집단자위권 해석 용인 시기가 상반기 중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일본 집권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이 ‘집단적 자위권’ 홍보를 위한 책자를 출간한다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간사장은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질문과 답을 정리한 서적 ‘일본인을 위한 집단자위권 입문’(주간신조)을 2월15일 출판했다. 이시바 간사장은 “집단자위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친구 집에 강도가 들었는데 (우리)집 규칙 때문에 도와주러 갈 수 없지만 내가 강도를 당하면 도와주러 오라”고 멋대로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는 일본의 침략전쟁과 관련한 역사적 맥락보다는 일반론을 강조해 집단자위권에 관한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이 책에는 “한국과 중국이 보유한 권리를 일본이 갖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로 집단자위권 행사가 한국과 중국 등 주변을 자극한다는 지적에 반박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이 공격당했을 때 일본이 대신 반격하는 권리를 말한다. 역대 일본 정부는 이를 행사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해석해 왔지만, 아베 신조 총리는 6월22일에 끝나는 올해 정기국회 회기에 헌법해석 변경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월12일 중의원에 출석해서도 “정부의 최고책임자는 나다. 정부의 답변에는 내가 책임을 지고 선거로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는다”며 헌법해석 변경 의욕을 거듭 표명했다. 한편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2월10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움직임과 관련해 “추진 문제는 일본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해당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실질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가운데 이와는 배치되는 소극적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일본의 평화 헌법에 부응하고, 역내 평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가”라는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에 김 의원은 “집단적 자위권이 추진될 수 있다는 답변인가”라고 물었고, 김 장관은 “자위권 추진 문제는 일본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문제에 대해서 ‘반대’ 대신 ‘우려’ 수준의 입장 표명을 해왔다. 지난해 11월 백승주 국방부 차관이 일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은 정책을 변경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게 그나마 강경한 발언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국회는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질타하면서 지난해 12월 여야 합의로 ‘집단적 자위권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나온 김 장관의 발언은 경고 혹은 우려에 머물던 정부의 기존 입장보다 후퇴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 질의자인 김 의원은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일정 부분 용인하는 답변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美, 동북아 상황 해결 위한 외교적 노력 기울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4월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미국은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더 이상 참배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으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중일 갈등 상황을 감안해 순방 때 중국을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월2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은 일본과 외교 접촉을 통해 아베 총리에게서 주변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겠다는 확약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일본을 상대로 과거사와 영토 문제 등으로 대립하는 한국과 논쟁을 끝내는 합의도 요청하고 있다. 또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강제로 동원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조치도 함께 주문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때까지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 등으로 악화된 동북아 상황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이런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예상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때 중국을 피해 주변국을 방문하는 ‘중국 우회 순방’을 할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지난해 11월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처음 공개했으나 순방국가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우회하는 이유는 “외형적으로는 올해 하반기 중국에서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미국이 최근 중일 갈등 상황에서 일본을 노골적으로 편드는 것처럼 보여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전문가 크리스토퍼 존슨은 “중국이 오바마의 우회순방을 위협적인 뜻을 함축한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의 아시아 방문으로 동북아의 과거사 및 영유권 갈등이 호전되기보다 긴장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오바마의 방일을 국빈방문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요청대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국빈방문이 성사될 경우 오바마의 한국방문 기간은 그만큼 단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짧게 거쳐 가는 ‘경유 순방’ 국가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 TBS는 일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오바마에게 한국에 오래 체류할 것을 요청하고 있어 그의 일본 국빈방문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전하는 등 상황은 아직 유동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중일 갈등이 고조되면서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회귀) 전략이 두통거리로 변했다”며 “미국이 일본 한국 베트남 호주 필리핀과 안보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아시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소개했다.

아베 총리, 위안부 문제 “비방중상에 냉정히 반론”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유엔의 권고를 “사실 오인에 기반한 일방적인 것”으로 평가절하하며 ‘무시’로 일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29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CESCR·사회권위원회)와 고문방지위원회(CAT)의 권고에 대해 “이 권고에는 우리나라의 생각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가미모토 미에코 참의원이 군위안부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며 “(아베) 내각이 유엔의 권고가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 따를 의무가 없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것이 유엔 인권 이사국으로서 취할 태도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작년 5월 가미 도모코 공산당 의원이 권고에 관한 견해를 묻자 “(고문방지위원회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답변은 지난해 5월의 정부 답변서 내용을 아베 총리가 국회에 출석해 재확인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0년 무력분쟁이 여성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우려를 표명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1325호에 따라 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행동을 계획하고 있냐는 질문에도 ‘남다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여성·평화·안전보장에 관한 행동 계획은 여성의 힘을 한층 더 활용한다는 현대적인 과제에 관해 국제 사회의 협력이나 (개발)도상국 지원의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라는 과거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의 답변은 모미이 가쓰토 NHK 회장이 “위안부는 전쟁하는 어느 나라에나 있는데 유독 일본의 사례만 문제 삼는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나온 것으로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작년 5월 군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책임자를 처벌하고 정부 차원의 배상과 사과를 하는 것은 물론 이를 교과서에 기술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월12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각종 조치들을 “비방중상”에 비유하며 냉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을 통해 “잘못된 사실을 나열해 일본을 비방중상하는 것에는 사실로 냉정히 반론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나카야마 나리아키 의원(일본유신회)이 “일본의 관헌이 강제로 조선의 여성을 연행해 위안부로 만들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위안부는 없었다”는 등의 주장을 펴며 최근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전시와 한국 여성가족부의 ‘일본군 위안부 추모 기념일’ 제정 등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아베 총리는 또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한 홍보 활동이 있다면, 주로 민간의 활동이겠지만 정부로서도 사실을 가지고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도 이날 기자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외교, 정치문제화해서는 안 된다”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계속 (한국 측에)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시하라 신타로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는 중의원 예산위원회 질의를 통해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에 대해 “매우 탐탁지 않은 정치인이 관방장관 때 바보 같은 발언을 하고 위안부 문제를 날조했다”고 말했다. 한편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는 지난 2월12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여성의 존엄을 빼앗는 형언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한·일관계 정립’ 강연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어제 한국에 입국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보니,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과 일본 양측이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면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내에서) 이상한 망언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참 부끄럽다”며 “(일본) 국민 대다수는 저희가 나빴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제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정책으로 아시아 국가에 큰 피해와 고통을 준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을 담아 1995년(태평양전쟁 종전 50주년)에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를 일본 정부가 계승해야 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표명한 바 있다”며 “이 표명을 존중하며 그대로 실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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