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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총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
악화일로 걷는 한일관계 개선은 첩첩산중
2014년 02월 07일 (금) 14:45:58 황태희 기자 webmaster@newsmaker.or.kr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1주년인 지난해 12월26일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2006~2007년 1차 내각 시절을 통틀어 첫 참배이자 현직 총리로서는 2006년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이후 7년 4개월 만이다.

측근들에게 연내 참배 의사를 밝혀 왔던 아베 총리가 실제로 참배를 단행한 이유에 대해 일본에서는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국내 정치용 제스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미국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어 외교적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보수세력 결집 위해 참배 강행한 듯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직후 기자들에게 “중국,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면서 “꼭 이런 마음을 직접 설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참배 이유에 대해 “아베 정권이 발족한 이날 참배한 것은 나라를 위해 싸우고 희생한 영령에게 정권의 1년을 보고하고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에 사람들이 힘들지 않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결의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12월26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최근 특정비밀보호법 통과 강행 등으로 지지율이 급전직하하며 50%를 밑도는 상황에서 더 이상 참배를 미루면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층에 실망을 안겨 줄 수 있다는 판단에 기반한 것으로 일본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물론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고려해 참배를 삼갔지만 참배를 연기하더라도 한국,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어렵다는 인식도 참배 결정에 힘을 준 듯 보인다. 교도통신은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 등 내년에 추진할 안보 과제들을 앞두고 보수세력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 중국과의 관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도 참배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최근 남수단의 한국군 한빛부대에 대한 자위대의 실탄 제공 이후 한·일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실탄 지원이 관계 개선에 호재가 되지 못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치 전문가인 사도 아키히로 주쿄대 종합정책학부 교수는 “일본 정부에 실탄 지원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메시지였으나 한국에서 예상과 다른 반응이 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자신감을 얻은 것도 참배의 한 이유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대학원정보학환 교수는 “참배 하루 전날인 (12월)25일 아베 총리와 나카이마 히로카즈 오키나와현 지사가 미군 후텐마 비행장을 오키나와의 헤노코 연안부로 옮기는 데 필요한 해안 매립을 승인하는 쪽으로 합의하는 등 후텐마 미군기지의 이전이 급물살을 타면서 미국에 대해 할 만큼 했다는 판단이 선 듯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아베 총리가 참배한 야스쿠니 신사에 정작 일본 왕은 지난 38년 동안 한 번도 참배하지 않고 있다. A급 전범이 합사된 곳에 참배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일왕의 야스쿠니 참배는 전범 합사 이전인 지난 1975년 당시 히로히토 일왕이 마지막이었다. 전범들이 합사된 1978년 이후 히로히토 일왕은 야스쿠니에 발길을 끊었다. 현 아키히토 일왕도 즉위한 이후 단 한 차례도 야스쿠니를 찾지 않고 있다. A급 전범이 합사된 곳을 참배하면 전쟁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히로히토 일왕이 일본 정부가 비밀리에 전범들을 합사한 것을 불쾌하게 생각했다는 기록이 지난 2006년 공개되기도 했다. 1978년 합사 당시 야스쿠니를 책임지던 마쓰다이라 궁사는 구 일본군 출신으로, 합사된 A급 전범자들에게 순난자 즉 ‘국가를 위해 의롭게 목숨을 바친 사람’이란 호칭을 주며 이들을 찬미했다. 아베 총리가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참배했다는 게 어불성설인 이유다. 중국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까지 나서 “역사의 실패자가 될 것”이라며 야스쿠니 참배를 비난했고, 독일 언론은 의도적인 도발이어서 더욱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한일관계 최악 국면 장기화될 가능성 높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인해 더욱 가중된 한일관계의 최악 국면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은 올 초 이어지는 이어질 일본 내 정치일정과도 맞물려 있어 한일관계의 개선은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아베 총리의 참배로 인해 한일관계가 역행하고 있음에 따라 일본과의 사이에 예정된 모든 정치·외교 일정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해 말 혹은 1월 초로 예정됐던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는 사실상 취소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우리가 일본에 요구했던 과거사 반성 등이 지켜지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양국이 만나 무엇인가를 협의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양국간 정상회담 관련 논의도 더욱 꽁꽁 얼어붙을 것이 자명하다.  또 오는 2월 22일이 일본 시마네현이 지난 2005년 선포한 ‘다케시마(독도)의 날’인 것도 악재다. 양국은 지난해에도 이미 일본이 제작한 ‘독도 동영상’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독도 문제로 인한 갈등도 여전히 현안으로 부각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진행된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는 일본 국회의원은 물론, 시마지리 아이코(島尻安伊子) 해양정책·영토문제 담당 내각부 정무관(차관보급) 등 정부 차관보급 인사도 참석해 우리 측을 더욱 자극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행보를 보인 상황에서 올해도 다케시마의 날 행사는 아베 총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지난해보다 더 많은 공식 인사들이 참여하며 한층 크게 치러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제기한다. 이어 3월에는 일본의 교과서 검정결과가 발표될 예정으로 또 한 차례 신경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월 교과서 검정기준 개정을 총괄하는 교육재생 실행 회의에 극우 인사를 대거 등용한 바 있어 올 3월 발표될 결과를 놓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방위백서 및 외교청서 발표 등 연례적으로 예정돼 있는 일련의 일본 내 정치일정도 양국관계 악화에 기름을 부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내부적 논의도 올 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양국의 관계가 개선될 계기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대법원의 일본 강제 징용자에 대한 배상판결도 중요한 갈등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올 초 판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법원이 징용 피해자들의 승소를 확정할 경우 지난 1965년 맺은 한일 청구권 협정 자체를 뒤흔들 수 있을 정도의 파장이 일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베 총리 본인 스스로는 과거사 문제와 주변국 외교에 대해 절제하고 양보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2014년에도 일본 정부의 외교적, 정치적 행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는 실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마친 뒤 발표한 담화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로 고통 받는 사람이 없는 시대를 만들기 위한 부전의 맹세(不の誓い)를 했다”며 “한국, 중국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아베 총리의 참배에 대해 이례적으로 정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분노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데 이어 쿠라이 다카시(倉井高志) 주한 일본 대사관 총괄공사를 대사 대리 자격으로 불러 “참배로 인해 발생할 모든 일의 책임은 일본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이병기 주일 대사 역시 같은 날 오후 일본 외무성을 방문해 우리 정부의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정부는 또 대일본 외교기조와 관련, 향후 미-중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도 공조해 대응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이병기 주일 대사의 소환 등 당장의 강경책을 구사하기 보다는 올해 일본 내 정치일정을 고려해 우리 정부의 대응‘카드’를 아끼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집단적 자위권, 방공식별구역 등 일본이 관련된 동북아 현안이 있는 만큼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대일본 압박 수위를 높이며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미·중 일본 정부의 우경화에 공동대응
한국·미국·중국의 외교장관이 3각 전화외교를 통해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일본 정부의 거침없는 우경화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공동대응에 나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31일 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1시간 가량 전화통화를 갖고 한반도 정세를 폭넓게 논의했다. 왕 부장은 같은 날 저녁에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전화를 연결해 당면한 일본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한·미·중 3국이 일본을 쏙 빼놓고 ‘왕따 외교’를 통해 공조를 과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3국 모두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정세가 불안한 것으로 평가 받는 엄중한 상황에서 유독 일본을 제외한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 양국 장관이 의제로 다룬 ‘당면한 일본 문제’는 결국 이번 참배에 따른 파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전화통화에서는 일본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중국 측이 강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왕 부장은 아베 총리의 참배 직후 “일본과 끝까지 갈 것”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인 만큼 이번 한미 양국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적극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윤 장관은 일본 정치 지도자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 정부는 일본의 도발에 대한 공감대를 넘어선 중국과의 본격적인 공조체제 구축에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전통적인 한미일 3각 협력을 감안한 것이다. 왕 부장과 케리 장관의 통화는 지난해 12월15일 이후 불과 보름만이다. 왕 부장은 지난 1월1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발표한 글에서 “1979년 미중 수교는 20세기 하반기 국제관계 역사에서 가장 큰 전략적 의의를 가진 사건이었다”고 평가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강조했다. 일본의 우경화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중국의 요청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월7일 워싱턴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정세와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가 동북아에 미칠 파장 등을 집중 논의했으며, 미국은 저강도 대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졌다. 미국으로서는 일본 정부에 대해 ‘실망스럽다(disappointed)’는 표현을 했음에도 불구, 중국을 견제하고 북핵 대응 공조를 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체계를 ‘더’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 정부를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베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는 별개로 안보정세에 대한 현실적 인식을 바탕으로 ‘대일본 압박’보다는 ‘대한국 설득’을 선택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양국 장관이 회담 후 질문을 한두 개만 받는 ‘약식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것을 놓고, 케리 장관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 공개적인 언급을 피해가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우리의 입장은 명확히 전달하지만 미국을 곤란한 입장으로 내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이 심판관도 아닌데 공개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미국이 이미 일본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공식반응을 낸 상황에서 야스쿠니 국면을 덮으려 한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한 윤 장관은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 헌화하고 나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일본의 국내 정치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양자 차원만이 아니라 국제 사회가 모두 우려하는 사안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주요 지도층을 만나 우리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한 대응기류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으로서는 동북아 외교의 핵심축인 미·일동맹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비공개적으로 한국을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도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총무상의 야스쿠니신사참배와 관련해 “우리는 일본에 대해 대화를 통해 우호적인 방식으로 이웃 국가들의 과거사 우려를 해결할 것을 당부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한 언급한 바 있다.

中정부 아베 총리의 행위 비판하는 담화문 발표
중국이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전방위적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대사는 지난 1월8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류 대사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아베 총리의 행위는 공리·정의와 인류의 양심에 도전하는 오만하고 건방진 행동이자 유엔헌장에 근거한 2차대전 후 국제질서 정립에 안하무인한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류 대사는 “역사를 거스르고 침략의 역사를 뒤집으려는 행동에 대해 중국 정부와 국민 및 국제사회의 강렬한 반대와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들은 일본 침략 전쟁을 기획하고 직접 참가하며 감당할 수 없는 전쟁을 일으킨 주범이며 그들의 손에는 아시아 및 다른 국가 국민들의 피가 서려있다”며 “반파시스트전쟁의 승리와 2차대전 이후 국제적인 질서 유지는 수백만명의 생명과 맞바꾼 댓가”라고 말했다. 류 대사는 “유엔은 2차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후세가 두 번 다시 처참한 전쟁을 겪지 않기를 바라면서 세워졌다”며 “‘유엔헌장’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국가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일본 지도자의 공개적인 신사참배는 이 헌장의 원칙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대사는 아베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국제사회의 경계가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아베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일본을 어떤 길로 이끄는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국제사회는 아베의 도발 행위와 역사를 거스르는 행동을 허락할 수 없으며 유엔이 제정한 원칙을 침해하는 것도 인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국제사회는 아베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며 그의 그릇된 역사관을 바로잡아 잘못된 길에서 더 멀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은 지난 1월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제안과 관련, “중국은 아베 총리를 환영하지 않는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이미 분명히 입장을 밝혔다”며 이 같이 말했다. 화 대변인은 “아베는 중·일 관계를 훼손하고 중국 인민의 감정을 해치는 잘못된 행동을 계속해 왔다”며 “이번에는 더 나아가 신사참배를 강행해 양국간 정치적 기초를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화 대변인은 “이 같은 행위를 고려할 때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중국 지도자와 대화를 희망한다는 아베 총리의 말은 거짓에 불과하다”라며 “아베 스스로 중국 지도자와의 대화의 문을 닫아걸었다”고 지적했다. 화 대변인은 “아베 총리가 진정으로 이웃국가와의 관계개선을 원한다면 마땅히 일본 군국주의의 대외침략과 식민지 역사를 반성하고, 실질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올해 첫 공식 활동으로 미에(三重)현 이세(伊勢)시의 이세신궁(神宮)에 참배한 뒤 “한국, 중국과의 대화가 지역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다”며 “양국 정상과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아베 총리는 또 지난 12월26일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과 관련, “한국, 중국에 성의를 갖고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참배한 이세신궁은 일본 왕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오미카미(天照大神)를 제사지내는 신사로, 과거 제정일치와 국체원리주의의 총본산 역할을 하던 종교시설이다. 이세신궁은 야스쿠니와 마찬가지로 일본 보수층에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이세신궁에서 20년 주기로 열리는 ‘식년천궁’ 행사에 현직 총리로는 84년 만에 참석해 정교분리 원칙 위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올해 첫 공식행사를 이세 신궁 참배로 시작함으로써 국수적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치 국가안보국장 내정자 4월 방한 예정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교책사로 불리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 내정자가 4월에 방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가 지난 12월26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고위급 인사의 첫 방한으로 추진하고 있어 파국으로 치닫는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 1월3일 “일본 국회가 예산안 처리를 위해 3월까지 열리기 때문에 야치 내정자의 방한 시기는 그 직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우리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취임인사차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4일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출범시키면서 사무국인 국가안보국의 초대 국장으로 최측근인 야치 내정자를 발탁했다. 야치 내정자의 방한은 일본이 집단적자위권을 구체화하는 시점과 맞물려있다. 일본 정부는 4월에 아베 총리의 사적 자문기구인 ‘안전보장의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가 보고서를 완성하면 이를 토대로 헌법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자위권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따라서 집단적자위권을 우려하는 우리 정부와의 갈등수위가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이를 무마하기 위해 아베 총리가 야치 내정자의 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관건은 우리 정부가 일본의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다. 당초 야치 내정자가 1월에 방한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 파문으로 무산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과의 대화와 정부 간 교류가 사실상 단절된 지금과 같은 상태로 몇 달 정도는 냉각기가 불가피하다”며 “현재로선 야치 내정자의 방한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이어 야치 내정자의 중국 방문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08년 중학교, 그 이듬해 고등학교 해설서를 개정한 이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교과서는 크게 늘었다. 2011년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사회관련 교과서 18종 가운데 14종, 2013년 검정을 통과한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21종 가운데 15종이 독도 관련 문제를 다뤘다. 일본 정부가 독도를 자기 영토라고 해설서에 명기한다면, 중·고교 교과서들도 ‘영유권 분쟁이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우회적인 표현을 넘어, 아예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적고, 수업시간에도 그렇게 가르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일본은 올해 정부 예산에서 영토보전 대책 관련 예산을 지난해 보다 24% 늘렸다. 아베 총리는 “(영토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과 생각을 국내외에 정확히 침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일본은 최근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동영상을 한국어 포함해 9개 국어로 제작해 유포했고 독도 일기예보를 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이 또 다른 노골적인 도발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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